출산 앞둔 직장인 아내 '협박'하는 남편, 내가 더 부끄럽다
[오마이뉴스 김종성 기자]
▲ <이상한 나라의 며느리>의 한 장면 |
ⓒ MBC |
"아기 낳고 하면 몸도 힘들고 그런데 육아휴직은 어떻게 되냐?"
출산 전후로 3개월 정도를 쉬고 일터로 복귀해야 한다는 이현승의 말에 가족들은 '너무 짧다'고 난리가 났다. 다들 산모의 건강을 엄청 챙기는 듯하다. 시어머니는 대뜸 "집(시댁)'에 좀 와 있어"라고 제안한다. 명절에 굳이 만삭의 며느리를 불러들여 쪼그려 앉아 전을 부치게 만든 그 시댁으로 가고 싶을까? "몸은 편해도 마음이 계속 불편할 것 같아서." 이현승은 온몸으로 그 제안을 거부한다.
그런데 가족들의 진짜 관심은 사실 산모의 건강이 아니다. 최현상은 "나는 원래 내 성격이 그래서 그런 걸 수도 있는데, (아이가) 우리 가족 손에 컸으면 좋겠어"라며 본심을 드러낸다. 이 말이 잘못됐다는 건 권오중이 먼저 눈치챘다. "부모 손에 키워야지, 왜 가족 손에 키워!" 이지혜는 "가족 손에 키우고 싶으면 (최)현상씨가 일을 관두고 애를 보는 것도 방법이잖아요"라고 되묻는다. 최현상은 말문이 막혀 아무 말도 하지 못한다.
▲ <이상한 나라의 며느리>의 한 장면 |
ⓒ MBC |
최현상은 아내를 한 명의 사회적 존재로 바라보고 존중하는 게 아니라, 자신의 아기를 낳고 양육하는 보육사 쯤으로 여기는 걸까? 이현승은 "사실 일이라는 게 돈을 벌기 위해서만 하는 게 아니거든요. 제가 평생을 공부하고 자기계발한 게 애를 보는 삶을 위해 산 것도 아니고"라며 섭섭함을 토로했다. 시부모와 남편의 합동 공세 앞에 고립된 채 세상을 잃은 표정을 하고 있던 현승이 안쓰럽기만 하다.
MBC <이상한 나라의 며느리>를 볼 때마다 가장 많이 드는 감정은 '부끄러움'이다. 남성들의 저토록 안이한 인식 수준과 안하무인식 태도에 몸둘 바를 모르겠다. 무식하면 용감하다는 말이 매순간 떠오른다. '옛날에는 밭을 매다가 아기를 낳았다'는 말을 아기를 낳는 일이 그다지 어려운 일이 아니라는 예시로 인용하는 시아버지야 옛날 사람이니 그렇다고 치자.
▲ <이상한 나라의 며느리>의 한 장면 |
ⓒ MBC |
방송을 보면서 부끄러움을 느끼는 만큼 '반성'을 많이 하게 된다. <이상한 나라의 며느리>에 출연하고 있는 저 가족들이 그리 별난 이들처럼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의 현실과 그리 동떨어져 있지 않다. 고상하게 '나는 다르다'는듯 이런 글을 쓰고 있지만, 어느 순간 '본성'이 발현될지 모른다는 걸 안다. 노골적인 가부장적 문화 속에서 은연중에 성차별적 교육을 받으며 자라왔기에 결코 안심할 수 없다. 누구라도 마찬가지다.
남자들은 물론이고, 이제 여성들도 달라져야 한다. 오정태의 시어머니는 자신의 며느리(백아영)를 끌고 가 딸의 집 청소를 시키고, 오로지 아들의 '식모'가 되길 강요하고 있다. 시즈카의 시어머니와 시누이는 육아 문제에 있어 자신들이 더 큰 목소리를 내며 시즈카의 엄마로서의 지위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 이현승의 시어머니는 대놓고 "엄마는 집에서 아기만 키웠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어쩌면 반성은 우리 모두의 몫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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