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파이터 이예지-이수연, 누가 이겨도 '스타 탄생' 예고

양형석 2018. 12. 14. 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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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드FC] 15일 로드FC XX 코메인 이벤트에서 격돌하는 차세대 여성 파이터

[오마이뉴스 양형석 기자]

지난해 3월 11일은 역사가 그리 길지 않은 한국 여성 종합격투기에서 매우 의미가 깊은 날이었다. 국내 종합격투기 사상 최초로 여성 파이터들만 출전하는 '로드 FC XX'의 첫 번째 대회가 개최됐기 때문이다. 이예지, 박정은, 임소희, 심유리 등 여성 종합격투기의 유망주들이 대거 출전한 이 대회를 통해 로드FC는 여성 종합격투기의 자생 가능성을 확인했다.

오는 15일 로드FC는 역대 3번째 XX 대회를 개최한다. 2018년의 대미를 장식할 이 대회는 남자 선수들이 출전하는 공식 넘버링 대회 '로드FC 051'보다 늦게 열릴 정도로 중요한 시간에 배치됐다. 한국인 최초의 UFC 여성 파이터이자 DEEP 주얼스 2대 아톰급 챔피언을 지낸 로드FC 아톰급 챔피언 함서희와 지난해 9월 이후 15개월 만에 케이지에 오르는 '몬스터 울프' 박정은이 메인 이벤트에서 타이틀전을 치른다.

하지만 로드FC 여성부에 단 하나밖에 없는 챔피언 벨트의 주인을 가리는 경기보다 격투팬들의 더 높은 관심을 끄는 경기는 따로 있다. 바로 프로 경력 3승4패의 이예지와 이예지와의 경기를 통해 프로 데뷔전을 치르는 이수연이 맞붙는 코메인 이벤트 경기다. 이 경기가 격투팬들에게 큰 관심을 받는 이유는 이 경기의 승자가 로드FC 여성부의 차세대 스타로 떠오를 수 있기 때문이다.
 
 이예지(왼쪽)와 이수연은 로드FC 차세대 여성 파이터 자리를 두고 케이지에서 만난다.
ⓒ 로드FC
  
성공적이지 못했던 '여성 유망주 파이터' 스타 만들기 프로젝트

2010년에 출범한 종합격투기 단체 로드FC는 2013년부터 여성부 경기를 배치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선수층이 워낙 얇고 여성부를 이끌어 갈 간판스타의 부재로 어려움을 겪었다. 이런 상황에서 아마추어 입식격투기 대회 5전 전승의 전적에 청순한 외모를 갖춘 약관의 유망주 송가연이라는 원석을 만난 것은 로드FC에는 큰 행운이었다.

송가연과 계약한 로드FC는 송가연을 여성부 스타로 만들기 위한 장기 프로젝트에 돌입했고 송가연을 예능프로그램에 출연시키며 대중적인 인지도를 높였다. 특히 2014년 8월에는 종합격투기 데뷔전을 치르는 송가연의 경기를 메인 이벤트에 배치하는 파격적인 대우를 해줬다. 그리고 송가연은 데뷔전에서 1라운드 2분23초 만에 KO승을 거두며 로드FC가 기대하는 여성 스타 파이터로 순조롭게 성장하는 듯했다.

하지만 경기가 끝난 후 송가연의 데뷔전 상대에 대한 의문의 시선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송가연의 상대였던 일본의 야마모토 에미가 격투기 수련 2년을 갓 넘긴 아마추어 선수라는 지적이 나왔기 때문이다. 결국 송가연은 4개월 후 프로 8전의 전적을 가진 타카노 사토미를 상대로 실력을 검증할 경기를 펼쳤지만 1라운드 막판 기무라 락에 걸리며 서브미션으로 패했다. 그리고 이는 로드FC 소속으로 치른 송가연의 마지막 경기가 되고 말았다.

2015년 4월부터 로드FC와 송가연은 계약 관계를 두고 지루한 법적 분쟁을 시작했고, 결과적으로 송가연은 파이터로서 성장해야 할 매우 중요한 시기를 날려 버렸다. 애지중지 키웠던 선수와 소모적인 법정 다툼을 벌인 로드FC쪽에서도 얻을 게 없는 건 마찬가지. 결국 승자도 패자도 없던 로드FC와 송가연의 긴 갈등은 지난 6월 송가연 측이 제기한 로드FC 상대 계약 무효 소송에서 패소하면서 일단락됐다. 앞서 송가연은 지난해 9월 싱가포르에 본사를 두고 있는 원챔피언십의 훈련팀 '이볼브'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하지만 송가연은 아직 격투 무대 복귀 경기를 치르지 않았다).

실패 사례를 경험한 로드FC는 여성 유망주 파이터를 단체 차원에서 지원하는 데 점점 조심스러워질 수밖에 없었다. 다행히 UFC 생활을 마치고 돌아온 함서희가 로드FC 초대 아톰급 챔피언에 등극하며 여성부에 활기를 불어 넣었지만, 내년이면 한국 나이로 33세가 되는 함서희의 뒤를 이을 스타 파이터가 마땅치 않은 상황이다. 로드FC에서 이예지와 이수연의 등장을 더욱 반기는 이유다.

많은 경기 치르며 성장한 이예지와 혜성처럼 등장한 이수연

이예지는 2015년 7월 어린 나이에 로드FC 024 대회에서 박지혜의 대체 선수로 출전하며 데뷔전을 치렀다. 3개월 후 한 예능프로그램에 출연한 이예지는 '격투기에 푹 빠진 여고생'으로 출연하며 많은 관심을 받았다. 그리고 이예지의 고교 생활은 훈련과 경기로 이어졌다. 이예지는 2016년 로드FC 029대회부터 작년 로드FC XX 대회까지 3연승을 기록하며 떠오르는 여성 파이터로 자리 잡았다.

비록 작년 8월 마에사와 토모와 지난 7월 아라이 미카에게 나란히 판정패를 당하며 다소 주춤했지만 이예지는 꾸준히 케이지에 오르며 승리 만큼 값진 경험을 쌓고 있다. 실제로 이예지는 프로 데뷔 후 3년 동안 7경기를 소화했다. 아직 프로 데뷔 후 한 번도 피니시 승리가 없었던 만큼 이예지는 프로 데뷔전을 치르는 이수연과의 경기를 통해 첫 피니시 승리를 만들겠다는 각오다.

이수연은 작년 지상파에서 방송된 격투 서바이벌 프로그램을 통해 많은 주목을 받은 바 있다. 중간에 부상을 당하면서 중도 하차했지만 강한 근성으로 격투팬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결국 이수연은 로드FC와 계약하며 프로 파이터의 세계에 뛰어 들었고 이예지와의 경기를 통해 프로 데뷔전을 치른다. 2018년의 대미를 장식하는 대회의 코메인 이벤트. 신인에게는 상당히 파격적인 대우가 아닐 수 없다.

로드FC에서는 대회가 가까워 올수록 이수연의 화보나 인터뷰 등을 공개하면서 격투팬들의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마치 4년 전 송가연의 데뷔 과정을 보는 듯한 파격적인 지원이다. 이수연의 데뷔전 상대는 연패에 빠져 승리가 절실한 4년 차 파이터 이예지다. 파이터로서 이수연의 실력을 검증하기에 적당한 경기다.

이예지와 이수연의 경기는 누가 이겨도 로드FC에는 따라오는 이익이 많다. 이예지가 승리하면 '연패에서 탈출한 여성 파이터의 부활'로 이야기를 만들 수 있고 이수연이 승리하면 '실력까지 겸비한 여성 파이터의 만점 데뷔'로 새로운 스타의 탄생을 알릴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나치게 서로를 경계해 지루하게 경기가 진행되는 일만 벌어지지 않는다면 두 선수의 경기는 격투팬들이 기대해도 좋을 만한 매치업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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