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퍼트 "나는 던지고 싶다"

박소영 입력 2018. 12. 14. 00:06 수정 2018. 12. 14. 0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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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O리그 최장수 외국인 투수
8시즌 활약, 100승 넘긴 건 유일
한국 안되면 멕시코·대만 고려 중
"아프면 은퇴 .. 검진 결과는 건강
양의지 시상식 보고 가슴 뭉클"

“나는 아직 던질 수 있다.”

한국 프로야구 최장수 외국인 투수 더스틴 니퍼트(37·미국)를 13일 경기 화성시에서 만났다. 니퍼트는 인터뷰 내내 몇 번이나 이 말을 반복했다. 니퍼트는 2011년부터 올해까지 8시즌 동안 통산 214경기에 나와 102승(51패), 1082탈삼진, 평균자책점 3.59 등을 기록했다. 수많은 외국인 투수 가운데 100승 이상 올린 건 니퍼트가 유일하다.

니퍼트는 지난해 12월 28일자 중앙일보 지면에 등장했다. 팬들이 모금해 만든 감사광고였다. 그는 "내년에도 한국 팬을 보고 싶다"고 했다. [최정동 기자]
니퍼트는 지난 시즌 직후 7년간 뛰었던 두산 베어스와 헤어졌다. 한국을 떠날 뻔하다 올 초 가까스로 KT 위즈 유니폼을 입었다. 올 시즌이 끝난 뒤 재계약에 실패했다. KBO리그와 결별할 가능성이 커지자, 일부 팬들은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니퍼트 복귀 요청 글까지 올렸다. 그 정도로 그를 사랑하는 팬들이 많다. 재계약 불발 이유를 묻자 그는 “나이가 들어 그런 것 같다”며 한숨을 쉬더니 “그렇지만 매우 건강하다. 병원에서 정밀검진을 받았는데 몸 상태도 괜찮다”고 대답했다. 이어 또 한 번 “나는 더 던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Q : 시즌이 끝난 뒤 어떻게 지내나.

A : “새 팀을 알아보면서 잘 지낸다. 어떻게든 1년 더 던지고 싶은데, KBO리그 상황이 여의치 않아 다른 리그를 찾고 있다. 일본에서 뛰기엔 나이가 많아 대만이나 멕시코리그를 고려 중이다. 멕시코에선 지금 당장 뛸 수 있다. 대만은 한국과 (지리적으로) 가까워 가족이 적응하기 좋을 것 같다. 아직 결정 난 건 없다.”
니퍼트는 2016년 한국 여성과 결혼해 17개월과 3개월 된 두 아들을 뒀다. 가족과 화성에 사는데, 인터뷰도 그의 아파트에서 진행했다.

Q : 진짜 1년만 더 하고 싶은가.

A : “아프면 은퇴하겠지만 건강하다. 은퇴 시점은 몸이 말해줄 것이다. 아직 몸 상태가 좋다. 구단(KT)이 재계약하지 않은 건 나이 때문인 것 같다. 최근 계약한 외국인 선수들과 비교해도 내 기록이 낫다. 그런데도 계약하지 못하는 상황이 답답하다.”
니퍼트가 13일 화성 동탄 자신의 집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했다. 최정동 기자

Q : (어깨 전문의인) 이상훈 CM병원 원장한테 어깨 등 전반적으로 정밀검사를 받았다고 들었다.

A : “담당 의사가 몸 상태가 아주 좋다고 했다. 어느 구단이든지 메디컬 테스트를 원한다면 응할 수 있다. 몸에 자신이 있다. 올 시즌 초반 기복이 있었던 건 내 잘못이다. 계약이 늦어 몸을 제대로 만들지 못했다. 그런데 선발로 계속 출전하면서 컨디션을 잘 끌어올렸다.”

Q : 지금 계약 못 해도 시즌 중간에 돌아올 수 있다. 에릭 해커가 지난 시즌 NC 다이노스와 계약에 실패하고 혼자 훈련하다가 올 시즌 중간에 넥센 히어로즈와 계약했다.

A : “해커처럼 개인 훈련을 하면서 컨디션을 유지하기는 쉽지 않다. 개막 전에 계약하고 스프링캠프부터 소화하고 싶다. 어떤 팀에서든 뛰다가 기회가 생기면 한국에 돌아올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Q : 외국인이라서 팀을 찾는 게 어려운 것 같다. 농구의 라건아처럼 특별귀화로 한국 국적을 얻으면 KBO리그에서 오래 뛸 수 있지 않을까 싶은데.

A : “이 부분은 정부와 KBO가 이야기해야 한다. 가능하다면 나도 특별귀화를 하고 싶다. 그러면 KBO리그에서 계속 뛸 수 있다. 일본은 외국인 선수가 8번의 정규시즌을 소화하면 FA(자유계약) 권리와 함께 내국인 선수 자격을 부여한다. KBO리그에도 비슷한 제도가 생기면 좋겠다. 내가 아니라도 앞으로 KBO리그에 오는 외국인 선수에게 좋은 제도가 될 것이다.”

Q : 선수로 계약하지 못하면 코치는 어떤가.

A : “당장은 아니다. 선수보다 코치가 스트레스를 더 받는 것 같다. (선수 생활을 더 할 수 없다면) 당분간 야구에서 벗어나고 싶다. 그리고 나중에 기회가 된다면 (코치를) 하고 싶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니퍼트 관련 글. [사진 청와대 국민청원]

Q : 한국 팬이 참 많다. 특히 두산 팬들의 애정이 깊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복귀 요청 글까지 올렸다.

A : “진짜 그런 글을 올라왔나. 인터넷을 안 해 몰랐다. 정말 감사하다. 그렇다고 다른 선수보다 내가 더 특별한 건 아니다. 두산 팬들에게 특히 감사하다. 올해 조쉬 린드블럼과 세스 후랭코프가 잘했기 때문에 두산이 (나보다는) 그 선수들과 계약하는 게 맞다. 내가 그 친구들보다 낫다고는 안 하겠다. 하하. 만약 (두산이) 그 선수들과 계약 안 하고 내게 기회가 생긴다면 돌아가겠다.”

Q : 두산 포수 양의지가 골든글러브 시상식에서 ‘니퍼트는 내 마음속 1선발’이라고 했다.

A : “나도 시상식을 봤는데 뭉클했다. 양의지가 NC와 FA 계약을 했다는 소식을 듣고 ‘축하한다’고 연락했다. 한국말을 잘 못 해서 연락을 자주는 못 한다. 아내 도움을 받아 가끔 연락한다.”
지난 2011년 LG전에서 완투승을 거둔 니퍼트가 양의지와 손을 맞잡고 있다. [중앙포토]

Q : 원래 일본에 가려다가 한국에 왔는데, 후회하지 않나.

A : “어떻게 후회할 수 있나. 나는 미국 오하이오주의 아주 작은 동네에서 자랐다. 그때 ‘야구선수가 되겠다’고 하면 동네 사람들이 다 웃었다. 그런데 야구선수가 됐으니 꿈을 이룬 셈이다. 게다가 한국에서 8년간 정말 멋지게 선수 생활을 했다. 훗날 인생을 돌아본다면 스스로 ‘행운아’였다고 생각할 것 같다.”

■ 더스틴 니퍼트는 …

「 생년월일: 1981년 5월 6일
국적: 미국
포지션: 우완 투수
체격: 키 2m3㎝, 몸무게 103㎏
경력: 2005~2007년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
2008~2010년 텍사스 레인저스
2011~2017년 두산 베어스
2018년 KT 위즈
수상: 2016년 KBO리그 MVP
KBO리그 성적: 214경기 102승 51패
평균자책점 3.59
2018시즌 성적: 29경기 8승 8패, 평균자책점 4.25

화성=박소영 기자 psy0914@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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