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많은 가요시상식, 피로하지 않나요 [하경헌기자의 형광펜]

하경헌 기자 azimae@kyunghyang.com 2018. 12. 12. 1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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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12월은 엔터테인먼트 업계에 ‘수확의 계절’이다. 방송이든 영화, 가요 가리지 않고 각종 시상식이 많이 열리는 해이기 때문이다. 이 시상식에서 큰 상을 거머쥐는 일이 한 해의 농사를 잘 지은 일로 인식되다보니 어떠한 대중문화 콘텐츠든 하반기에 인기를 얻는 일이 더 중요하다는 여론이 생길 정도다. 가요계의 경우 연말을 앞둔 10월과 11월의 컴백 가수들이 부지기수로 많았던 이유도 이러한 구조 때문이다.

하지만 언제부턴가 가요계에서의 시상식은 연말이 아닌 연중의 행사가 됐다. 왜냐하면 서로 많은 시상식들이 생겨나 일정이 겹치지 않기 위해 띄엄띄엄 일정을 잡기 때문이다. 지상파 방송사에서 하던 ‘가요대상’류의 콘텐츠가 대중의 흥미를 잃은 후, 또한 급격하게 가요계 성공의 중심이 음원시장으로 옮겨오면서 수많은 주체들의 의한 시상식이 생겨났다.

2017 ‘엠넷 아시안 뮤직 어워즈’의 한 장면. 사진 경향DB

올해만 해도 ‘소리바다 베스트 케이뮤직 어워즈’가 지난 8월30일 진행된 것을 시작으로 11월6일 ‘MBC플러스X지니뮤직 어워드’가 열렸고, 배우와 가수를 통합해 시상하는 ‘아시아 아티스트 어워즈’가 지난달 28일 열렸다.

12월에는 1일 열린 ‘멜론 뮤직 어워드’를 시작으로 ‘엠넷 아시안 뮤직 어워즈’가 10일부터 14일까지 한국과 일본, 홍콩을 거쳐 개최된다. 20일에는 올해 첫 선을 보이는 ‘대한민국대중음악시상식’이 열린다. 올해가 지났다고 해서 가요 시상식은 끝나지 않는다. 내년 1월5일 ‘골든디스크 어워즈’를 시작으로 1월15일 ‘서울가요대상’, 23일 ‘가온차트 뮤직어워즈’로 행렬은 이어진다. 최근 2년 사이 네 개의 시상식이 늘어나 12월, 1월 두 달 동안 가수들은 여섯 개의 시상식을 돌아야 한다.

어떤 시상식에는 참여하고 어떤 시상식에는 참여하지 않는 방침을 가질 수 없는 기획사들은 총 9개의 시상식을 모두 올라야 한다. 게다가 주최자들이 모두 엔터테인먼트 기업에게는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언론사, 방송사, 음원사이트 등이다 보니 부분 참석은 엄두도 낼 수 없다. 월드투어를 돌던 가수들도 12월, 1월은 해외 일정을 비워야 할 정도다. 또한 대부분의 상이 팬 투표로 결정되다보니 어떤 시상식의 수상 결과가 전해지기도 전해 팬들은 또 다른 시상식의 투표에 내몰려야 한다.

하지만 이러한 팬 투표에 의한 시상방식이 공정한 과정을 통해 이뤄지는 지는 최근 많은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특정한 애플리케이션이나 웹사이트에 가입해 무료회원과 유료회원의 1인당 투표수를 다르게 책정한 것은 그나마 양반일 정도다. 특정 애플리케이션에서 투표권을 유료로 구매하게 하거나 광고를 시청해야만 투표권을 주는 방식도 있다. 한 시상식은 이 투표권 획득을 위한 광고에 성인물 광고를 버젓이 넣는 등 물의를 일으켜 팬들이 보이콧 운동을 통해 들고 일어선 경우도 있다.

올해 1회를 개최한 ‘MBC플러스X지니뮤직 어워즈’ 주요 장면. 사진 MBC플러스, 지니뮤직

결국 ‘가온차트 뮤직어워즈’의 경우에는 내년에 열릴 시상식에서 그동안 진행해 오던 ‘팬 투표에 의한 인기상 시상 폐지’ 방침을 발표하기도 했다.

하나의 문화 콘텐츠가 정착하기 위해서는 투명하고 공정한 기록 집계가 우선이다. 영화의 경우에는 관객 수가, 방송의 경우는 시청률, 가요의 경우에는 음반이나 음원판매의 수치가 정확해야 한다. 이러한 객관적이고 공정한 수치를 근거로 순위가 매겨져야 하고 이 수치가 결국 연말 시상식에 옮겨져야 한다. 하지만 K팝의 인기 이후 번성한 대한민국의 각종 가요 관련 시상식들은 이러한 기본적인 명제보다는 주최사의 입지 또는 관계사의 이익 그리고 투표독려를 통하 수익창출에 더욱 신경을 쓰는 듯하다.

이러한 상황에서는 다수의 경쟁자들과 맞서 행사를 유치해야 하는 시상식의 주체들도 무대에 올라야 하는 가수들도, 이들을 위해 투표를 서로 독려하는 팬들도 피로해질 수밖에 없다. 물론 미국에서도 ‘빌보드 뮤직 어워즈’와 ‘아메리칸 뮤직 어워드’ ‘그래미 뮤직 어워드’ 등의 시상식이 많다고 지적하는 사람이 있긴 하지만 미국과 대한민국의 음악시장 규모는 근본적인 규모의 차이가 있다.

한 해 동안 노력한 각종 가요 관계자들의 노고를 치하하는 자리가 또 다른 경쟁이 되고 참여하는 사람, 보는 사람이 피로해지는 일은 모두가 바라지 않는 일이다. 모든 주체들의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하경헌 기자 azima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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