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다점포로 분석한 자영업 위기-편의점·외식·치킨..다점포↓가맹점↑투자형 점주 떠나고 생계 점주 상투 잡나

노승욱 2018. 12. 10. 1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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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한때 편의점 17개까지 운영하던 다점포 점주 A씨는 월 순이익 5000만원이 넘을 만큼 재미가 좋았다. 그러나 편의점이 3만개를 넘어 경쟁이 치열해지자 적자 매장이 속출, 2016년부터 점포정리를 시작해 지금은 7개만 남았다. A씨는 “편의점을 줄이지 않았으면 손실이 눈덩이처럼 커졌을 것”이라며 고개를 내저었다.

#2. 중저가 커피전문점을 11개 열었던 다점포 점주 B씨는 최근 2개만 남기고 모두 정리했다. 역시 커피 시장이 너무 포화된 데다 1000원짜리 저가커피 공세로 손님이 뚝 끊긴 때문이다. B씨는 “2개 매장도 계약 기간이 끝나면 하나만 남기고 마저 정리할 생각이다”라고 밝혔다.

#3. 지난해까지 서울 지하철역에서 빵집 프랜차이즈 6개를 운영하던 다점포 점주 C씨는 올 들어 1개 빼고 가게 문을 다 닫았다. 인근에 지하철 노선이 신설 또는 연장되며 해당 노선 승객 수가 감소한 데다 최저임금 인상, 역내 경쟁점 출점 등이 겹친 때문이다. C씨는 “제주도에서 새로운 사업을 모색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자영업 위기 속 다점포 점주들이 빠져나간 자리에 생계형 점주들이 몰려들어 ‘상투’를 잡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사진은 서울 종로에 ‘임대’를 써 붙인 빈 가게들. <사진 : 윤관식 기자>
프랜차이즈 가맹점을 2개 이상 운영하던 다점포 점주들이 잇따라 점포정리에 나섰다. 한때 장사가 잘되니 수익을 극대화하겠다며 줄줄이 추가 출점했던 이들이다. 그러나 임대료·최저임금·식자재비 인상 등 자영업 환경이 나빠지며 수익이 급격히 악화돼 하나둘 가게 문을 닫고 있다. 특히 편의점, 외식, 치킨 등 대부분의 생계형 업종에서 다점포가 감소했다. 그럼에도 이들 업종의 전체 가맹점 규모는 전반적으로 증가했다. 기존 다점포 점주들이 빠져나온 자리에 생계형 점주들이 뒤늦게 몰려든 것으로 파악된다. 자영업 위기 속 생계형 점주들이 ‘상투’를 잡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매경이코노미는 지난 2014년부터 매년 국내 주요 프랜차이즈 100여개의 다점포 현황을 조사해왔다. 다점포는 점주 1명이 2개 이상 복수 가맹점을 운영하는 경우다. 보통 1개 가맹점만 운영하는 이들은 생계형 점주다. 반면 다점포는 수익을 극대화하려는 ‘투자형 점주’들이 주로 운영한다. 다점포가 늘어날수록 해당 업종과 브랜드에 대한 점주들의 만족도가 높고 산업 전망도 밝다고 볼 수 있다. 반대로 다점포가 감소한 업종, 브랜드는 기존 점주들의 수익성이 악화됐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그간 다점포 조사 결과는 트렌드에 따라 업종별, 브랜드별 부침이 제각각이었다. 그러나 최근 조사 결과는 달랐다. 편의점·외식·치킨·간편식 등 생계형 업종은 물론, 피자·빵·패스트푸드·스크린야구 등 창업 비용이 비싼 투자형 업종도 대부분 다점포가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점포가 증가한 업종은 디저트, 세탁, 코인노래방 정도에 불과했다. 최근 경기 불황으로 소비심리가 위축된 데다 상권 포화, 임대료·최저임금·식자재비 인상, 본사 갑질, 가정간편식(HMR) 시장 확대 등으로 자영업 환경이 크게 악화된 때문으로 풀이된다.

▶상투 잡는 생계형 점주들

▷편의점·외식·치킨…다점포는 급감

문제는 이런 이유로 투자형 점주들의 자영업 ‘엑소더스(대탈출)’가 진행된 와중에도 생계형 점주들의 자영업 시장 진출은 오히려 더 급증했다는 점이다. 조사 결과 다점포가 감소한 대부분 업종에서 전체 프랜차이즈 가맹점은 늘어났다.

편의점이 대표적인 예다. CU, GS25, 세븐일레븐, 이마트24, 미니스톱 등 편의점 5사의 다점포 총합은 지난해 1만1035개에서 올해는 1만777개로 258개 감소했다. 반면 같은 기간 이들 브랜드 가맹점은 3773개나 늘었다.

편의점 다점포가 줄어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편의점 5사의 다점포는 2014년 첫 조사 당시 7605개에서 매년 200~2000개씩 급증해왔다. 기존 점주들이 1인 가구 증가에 따른 편의점 시장 전망을 밝게 보고 추가 출점에 나섰다는 얘기다. 그러나 올 들어 편의점이 4만개를 돌파하고 최저임금이 급등하자 점포정리에 나선 것이다. 특히 편의점 5사 중 이마트24의 다점포가 급증(2017년 162개 → 2018년 599개)한 것이 눈에 띈다. 이마트24 관계자는 “최저임금 인상으로 24시간 영업에 부담을 느낀 점주들이 야간 영업 의무가 없는 조건에 매력을 느낀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일반 외식업도 다점포 점주들 대탈출이 이어졌다. 원할머니보쌈족발, 에머이, 본죽, 본죽&비빔밥카페, 한촌설렁탕, 포메인 등의 다점포가 85개 감소(275개 → 190개)하는 동안 가맹점은 되레 81개 증가했다. 이들은 보쌈·족발, 고깃집, 쌀국수, 죽, 설렁탕 등 국내 외식업계 선두 브랜드라는 점에서 다점포 감소가 의미하는 바가 적잖다. 주 52시간제 등 ‘워라밸’ 확산으로 인한 야근·회식 감소가 외식업계에는 위기 요인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한촌설렁탕 관계자는 “오피스 상권 매출이 감소하는 추세다. 오피스 상권에서 가맹점을 2개 운영하던 다점포 점주가 문을 닫고 대신 도심 외곽에 대형 매장 한 개를 출점했다”고 귀띔했다. 에머이도 지난해보다 가맹점은 33개 늘었지만 다점포는 8개 줄었다. 에머이 관계자는 “다른 상권보다 오피스 상권 가맹점 매출이 눈에 띄게 감소하고 있다. 저녁 손님이 많이 줄어든 때문”이라고 전했다.

상황이 이렇자 외식업계는 부진한 홀영업을 배달로 보완하려는 움직임이 뚜렷하다. 유가네닭갈비는 기존 40평 이상 중형 매장에서 최근 25평 이하 소자본 소형 매장으로 출점 전략을 수정했다. 홀이 작아진 대신 배달 매출 비중을 40%까지 늘리는 ‘강소 매장’ 전략이다. 그러자 올해 다점포가 3개 늘었다(36개 → 39개). 유가네닭갈비 관계자는 “배달 매출 비중이 50%까지 나오는 곳도 있다. 상권이 부합하면 17평까지도 작게 출점한다. 이 덕분에 이전의 절반 수준인 1억원 이하로 창업이 가능해져 기존 점주들이 근방 10㎞ 이내에서 추가 출점을 진행했다. 내년에는 테이블이 8개만 들어가는 최소형 매장도 개발할 예정이다”라고 말했다.

원할머니보쌈족발도 비슷한 상황이다. 이 회사 관계자는 “홀과 배달 매출 비중이 2016년에는 6:4에서 지난해 5:5, 올해는 3:7로 바뀌었다. 배달을 활성화해 매출은 유지하고 있는데 홀이 썰렁해져 장사가 안되는 것처럼 보이는 경우가 있다. 이런 곳은 월세 부담을 줄이기 위해 배달 전문매장으로 전환할 것을 점주에게 권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남돼지집은 올해 다점포가 지난해(62개)보다 6개 늘었지만 2016년(72개) 수준은 회복하지 못했다.

치킨도 생계형 점주들만 상투를 잡는 모양새다. 교촌, BBQ의 다점포가 33개(177개 → 144개) 감소하는 동안 전체 가맹점은 236개(2489개 → 2725개)나 늘었다. 다점포가 2016년 89개에서 지난해 80개로 감소한 bhc는 올해는 ‘100개 미만’이라고만 밝혔다. 최근 1년간 bhc 가맹점은 10개(1440개 → 1450개) 늘었다.

간편식 업계(김밥·도시락)도 분위기가 좋지 않다. 김가네, 바르다김선생, 본도시락의 최근 1년간 가맹점이 14개 늘었지만 다점포는 총 37개 감소했다. 그나마 한솥(28개 → 27개)의 다점포 감소세가 선방했다. 업계 관계자는 “간편식은 1인 가구 증가 수혜 업종으로 기대를 모으며 그간 다점포가 꾸준히 증가해왔다. 그러나 최근 소비자 입맛 서구화와 가정간편식 급성장으로 도전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스크린야구도 투자형 점주들이 잇따라 짐을 싼 것으로 파악된다. 리얼야구존과 스트라이크존의 다점포가 지난해보다 각각 5개(40개 → 35개), 8개(36개 → 28개) 줄었다. 반면 가맹점은 같은 기간 15개, 52개 늘었다.

▶생계형 점주도 떠나는 업종은

▷피자·베이커리…“웰빙 트렌드에 역행”

다점포와 가맹점이 모두 감소한 업종도 적잖다. 투자형 점주에 이어 생계형 점주도 수익 악화를 못 견디고 점포정리에 들어간 것으로 풀이된다.

피자는 다점포 점주와 생계형 점주 모두 폐업에 나섰다. 도미노피자, 피자헛, 미스터피자, 피자알볼로, 파파존스 등에서 최근 1년간 다점포와 가맹점이 각각 34개(418 → 384개), 10개(1316개 → 1306개) 줄었다. 가맹점보다 다점포 감소 속도가 3배 이상 빨랐다는 점에서 투자형 점주들이 경기 변화에 보다 탄력적으로 대응했음을 알 수 있다. 업계 1위 도미노피자도 가맹점은 6개(333개 → 339개) 순증했지만 다점포는 15개(135개 → 120개) 줄었다. 피자업계 관계자는 “피자는 1인 가구 증가, 웰빙 트렌드와 부합하지 않아 수년 전부터 매출이 정체된 상태다. 30~50% 할인 정책으로 겨우 고객을 유지하고 있다. 다만 이는 박리다매 전략이어서 점주들의 노동 강도가 높아진다. 그렇다고 할인을 멈추면 매출이 뚝 떨어져 진퇴양난의 처지다. 내년에는 상당수 브랜드가 위기를 겪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베이커리도 다점포 점주와 생계형 점주 모두 ‘탈출’ 중이다. 파리바게뜨, 뚜레쥬르, 브레댄코의 다점포와 가맹점이 각각 16개(527개 → 511개), 37개(4780개 → 4743개) 줄었다. 업계 관계자는 “베이커리는 식빵 전문점과 동네 빵집의 인기로 프랜차이즈 빵집의 인기가 예전 같지 않다. 아주 고급스럽거나 개성 있는 개인 빵집이 주목받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커피는 대형 커피전문점 부진이 뚜렷했다. 가맹점과 다점포가 엔제리너스는 각각 72개(690개 → 618개), 31개(162개 → 131개), 탐앤탐스는 12개(393개 → 381개), 3개(31개 → 28개) 줄었다. 카페베네는 가맹점이 1년 만에 133개(523개 → 390개) 급감했다. 파스쿠찌는 가맹점이 38개(400개 → 438개) 늘었지만 다점포는 50개 그대로였다. 마노핀은 가맹점과 다점포가 각각 3개(15개 → 12개), 2개(6개 → 4개) 줄었다.

패스트푸드에서는 파파이스의 하락세가 눈에 띈다. 1년 전보다 가맹점은 20개(79개 → 59개), 다점포도 2개(6개 → 4개) 줄었다.

▶다점포 점주가 갈아탄 업종은

▷세탁·코인노래방…1인 가구가 대세

한편 가맹점보다 다점포가 더 빠르게 늘어난 업종도 있다. 이미 가게를 하나 해보고 수익성에 만족한 기존 점주들이 앞다퉈 추가 출점한 것으로 해석된다.

세탁이 대표적인 예다. 크린토피아는 최근 1년간 가맹점이 211개(2407개 → 2618개) 증가하는 동안 다점포는 39개(71개 → 110개) 늘었다. 가맹점(증가율 8.7%)보다 다점포(54.9%) 증가세가 더 가파르다. 크린토피아 관계자는 “최근 1인 가구가 늘어나며 ‘세탁의 외주화’가 이뤄져 가맹점 매출도 증가 추세다. 또 기존 세탁편의점에 무인빨래방을 더한 ‘멀티숍’ 모델이 투자형 점주 사이에 각광받으며 다점포 출점이 크게 늘었다”고 전했다.

코인노래방도 다점포 증가세가 눈에 띈다. 업계 1위 세븐스타코인노래방은 가맹점이 57개(104개 → 161개) 증가하는 동안 다점포는 9개(4개 → 13개) 늘었다. 이종민 세븐스타코인노래방 대표는 “원래 노래방의 시작은 코인노래방이었다. 이후 시간당 정액제를 채택한 일반 노래방이 대세가 되며 외형이 확대됐다. 그러나 2010년대 중반 들어 불황이 지속되고 혼족이 늘어나면서 코인노래방이 다시 인기를 얻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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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승욱 기자 inyeon@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1987호 (2018.12.12~12.18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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