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주니어 려욱, 군대는 사람을 바꾼다 [인터뷰]
[스포츠투데이 윤혜영 기자] "제가 없었던 2년 동안 저 려욱이라는 사람은 방송에 없었더라고요. 그 얘기를 많이 들려드리고 싶었어요.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 사람이고 어떻게 살았는지. 또 힘든 생각을 갖고 있는 사람에게는 그러지 말라 위로도 해드리고 싶고. 요즘 살기 힘들잖아요. 저로 인해서 조금씩 변하는 사람이 많아졌으면 좋겠어요."
군대는 사람을 바꾼다. 려욱은 2년의 시간을 지나며 소위 '먹고살기 힘든' 세상을 하루하루 살아내는 청춘들의 처절한 현실을 보게 됐다. 슈퍼주니어란 걸출한 커리어로는 체감하지 못했던 갖가지 생(生)들이었다.
군 생활 중 매달 받던 월급마저 그의 상념을 건드렸다. "월급이 정말 소중하더라"고 운을 뗀 그는 "난 다 모았다. 하지만 친구들은 그걸로 적금도 들고, PX 가서 맛있는 것도 사 먹고, 부모님께 용돈도 드리고, 헌금도 내더라. 그 모습 보면서 '내가 복받은 사람이구나. 저렇게 어려운 친구들도 많은데' 정말 가까이에서 느낀 거다. 5백만 원 가까이 되는 돈을 받아들고 전역했다. 누군가에게는 엄청 큰 액수일 수도 있지 않나. 어머니께 드렸는데 아직도 못 쓰고 갖고 계신다"고 털어놨다.
그렇게 그는 시나브로 바뀌었다. 물론 긍정적인 변화였다. 감사함이 컸다. 매일 쓴 "이러이러해서 감사합니다"로 끝나는 감사노트는 이내 수 권이 쌓여 그의 가보가 됐다.
"훈련소에 있을 때 한 친구가 저한테 '형 나 내일 퇴소할 거야' 하는 거예요. 그 친구를 붙잡고 밤새 얘기했어요. '다음날 퇴소 안 했으면 좋겠다' 바랐는데 그 친구가 끝까지 군 생활을 했어요. 전역하면서 '형 덕분에 무사히 할 수 있었고, 그때 퇴소했으면 많이 후회했을 것 같아'란 문자를 보냈더라고요. '내가 뭐라고. 내 한마디에 바뀌는구나.' 한 명이라도 저로 인해 삶이 바뀐다면 그것 또한 의미가 있지 않을까 싶더라고요."
그가 느꼈던 이 먹먹한 마음들은 두 번째 미니앨범 '너에게 취해 (Drunk on love)'에 오롯이 담겼다. 첫 미니앨범 '어린왕자 (The Little Prince)'가 어린 슬픔이었다면 '너에게 취해'에서는 '어린왕자'에서 더 확장한 어른 슬픔을 노래한다. 려욱은 "제목부터 취했다고 하지 않나. 실제 술을 즐겨 마시는데 술을 좋아하시는 분들이 술 마실 때 떠올릴 앨범"이라는 알싸한 설명을 곁들였다.
'어린왕자' 이후 3년 만, 군 제대 이후 5개월 만에 나오는 앨범이니만큼 애착도 대단했다. 하고 싶은 음악과 좋아하는 음악, 잘할 수 있는 음악 사이에서 고민하면서 부침도 많았다고. 특히 타이틀 선정에 고심이 많았다는 그다. 처음에는 밝은 느낌에 스스로를 잘 보여줄 수 있는 '슈가(Sugar)'를 생각했다 팬들을 생각하면서 쓴 자작곡 '파란 별 (The 2nd Story)'을 놓을 수 없었고, 마찬가지로 작사에 참여한 '취해 (Drunk in the morning)'도 눈에 밟혔다. 그러다 '위드아웃 유(Without You)'와 '너에게 (I’m not over you)'까지 나타나고 이토록 좋은 곡들이 쏟아지니 어떤 걸 해야 할지 쉬이 결정하기 어려웠단다.
특히 회사 SM엔터테인먼트 픽(Pick) '너에게'와 려욱 픽 '위드아웃 유'의 경합이 치열했다. 결과적으로 '너에게 취해'가 '어린왕자'의 연장선이면서 확장판인 만큼 그때보다 조금 더 발전됐으면서도 여러 가지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너에게'가 최종 낙점됐다.
"군대에서 머릿속으로는 구상을 다 했거든요. 근데 전역하고 나서 본격적으로 준비하면서 되게 많이 부딪쳤어요. 그래도 SM에서 저를 대우해주신 것 같아요. 저의 의견을 많이 반영해주시려고 노력해주셨거든요. 모든 직원분들이 투표할 정도로 심혈을 기울였어요. 다행히 너무 잘 나와서 저도 만족하는 앨범이 됐어요. 장르들이 다양하고 세련된 곡이 많아요. 앞으로 제가 음악 하는데 있어서 여러 가지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요? 트랙 하나하나가 려욱의 미래를 하나씩 여는 음악이 될 것 같아요."
려욱은 유난히 '색깔'을 강조했다. 그는 "독보적인 음색"을 려욱이 가진 색깔이라 정의 내렸다. "제가 제 입으로 말하기 민망한데"라면서도 그는 "창법적으로 고민을 많이 했다. 제가 갖고 있는 색깔이 흔하진 않은 것 같다. 보통 남자들이 노래방 가서 따라 부르기 좀 어렵다는 얘기를 많이 들었다. 하지만 그걸 또 도전하게끔 하고 싶기도 하다. 노래는 재밌어야 따라 부르고 싶고 듣기에도 좋지 않나. 흔히 '공기 반 소리 반' 같은 재밌는 요소를 넣으려 고민했다"고 돌이켰다.
려욱은 군에서 차곡차곡 세웠던 계획들을 하나씩 꺼낼 생각이다. 이 과정에서 특히 군악대로서 무대를 가리지 않고 열심히 하는 선후임들의 모습을 되새기려 했다. 도쿄돔에서 수많은 파란 별에 둘러싸여 공연하던 그가 려욱인지도 모르는 시민들을 대상으로 주차장에서 버스킹을 했으니. 이 소중한 경험들은 잊고 있었던 초심을 되찾게 해준 계기가 됐다. 그 간절한 마음가짐을 안고 '손이 가는 싶은 앨범'을 한 땀 한 땀 정성 들여 만들면서 한 단계 성장했다는 그다.
"저는 이번 앨범이 하나의 과정이었으면 좋겠어요. 히트곡을 꾸준히 내는 가수들 보면 한 번 히트곡 내면 연이어 히트곡이 나오잖아요. 그런 것처럼 이 앨범을 계기로 계속 좋은 앨범이 나오는 터닝 포인트가 되는 앨범이었으면 좋겠고 그만큼 많은 분들이 들어주셨으면 좋겠어요. '너에게 취해'라는 타이틀을 정한 만큼 정말 이 앨범에 취하셨으면 좋겠고 저 려욱에 취해서 하루하루 위로받으셨으면 좋겠습니다. 안 듣는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듣는 사람은 없을 것 같아요.(웃음)"
윤혜영 기자 ent@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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