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따라 멋따라] 30분 올라가면 숨 막히는 설경..소백산 희방사

2018. 12. 8. 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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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이 내렸다.

운치는 도보 길이 낫지만, 발목까지 빠지는 눈 때문에 왼쪽을 선택했다.

눈이 푹푹 빠지는 산길이 아니라 찻길을 선택한 것은 탁월한 선택이었다.

마지막 언덕길을 돌아서자마자 희방사 지붕이 눈에 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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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주=연합뉴스) 성연재 기자 = 눈이 내렸다.

아마추어 사진작가들이 곳곳에 전화하느라 바쁘다. 눈이 안 녹고 있는 곳을 찾아 촬영하기 위해서다.

"어디라고? 영주 소백산?"

이럴 땐 기동성이 뒷받침돼야 한다. 냅다 중앙고속도로로 차를 몰았다.

때마침 주말이어서 영동고속도로에 차가 살짝 막혔지만, 눈 소식을 듣고 차를 끌고 여행길에 나선 사람들이 적었던 모양인지 금세 풀렸다.

설경은 고속도로에서 잠시 모습을 보여줬다가 어느새 사라진다. 애가 탄다. 차를 세울 수도 없는 일.

충북 단양과 경북 영주를 경계에 두고 있는 소백산맥에는 죽령터널이 있다.

소백산맥 한가운데를 뚫은 굴은 길이가 4.6㎞에 달해 2012년 5.1km에 달하는 배후령터널이 개통되기 전까지는 국내에서 가장 긴 도로 터널이었다.

희방사 올라가는 길 설경. [사진/성연재 기자]

사라졌던 설경은 죽령터널을 지나자마자 거짓말처럼 눈앞에 다시 나타났다.

온통 눈 세상이다. 풍기IC로 빠진 뒤 반대로 소백산 쪽으로 차를 몰았다.

10여 분 후 소백산국립공원 관리사무소가 보인다. 2∼3분 더 달리자 마지막 주차장 팻말이 눈에 들어왔다. 주차하고 서둘러 올라갔다. 희방사까지는 800m 거리다.

올라가는 길은 2가지다. 왼쪽으로 난 찻길과 오른쪽으로 난 도보 길이다.

운치는 도보 길이 낫지만, 발목까지 빠지는 눈 때문에 왼쪽을 선택했다.

잘 정비된 희방사. 그러나 그 이면에는 아픔이… [사진/성연재 기자]

눈이 푹푹 빠지는 산길이 아니라 찻길을 선택한 것은 탁월한 선택이었다.

20여 분을 올라갔다. 마지막 언덕길을 돌아서자마자 희방사 지붕이 눈에 띈다.

고갯길이 살짝 더 높아 희방사를 조망할 수 있는 위치에 있다.

그렇지만 나뭇가지 덕분인지 설경을 찍기는 힘들다.

어차피 설경은 높은 곳에서 촬영해야 하기에, 산을 타는 게 제일 좋다.

경내로 내려가니 작은 강아지 한 마리가 꼬리를 흔들며 손님을 반긴다.

눈 온 희방사 풍경 [사진/성연재 기자]

절은 언뜻 생각만큼 그리 고풍스럽진 않았다.

학창 시절 희방사에는 월인석보(月印釋譜) 희방사본이 있었다는 것을 배웠던 기억이 났다.

월인석보는 석가모니의 일대기를 담은 책으로 월인천강지곡과 석보상절의 합본을 말한다.

그렇다면 그만큼 사찰이 예스러워야 하는데 실제로는 전혀 그런 모습이 아니다.

희방사는 원래 신라 때인 643년 두운 대사가 창건했다. 그런데 1850년 철종 때 화재로 소실돼 1852년 중창을 했다. 거기다 한국전쟁을 만나 소백산은 또다시 화를 입었다.

소백산 지역에서 남북간 치열한 공방전이 벌어졌고, 1951년 1월 13일 4개의 전각 등이 모두 불타면서 절에 소장돼 있던 월인석보 목판도 소실된 것이다.

1953년 다시 중건해 오늘에 이르렀기 때문에 건물이 반듯하고 새로 지은 티가 났다.

눈길 헤치며 희방사 올라가는 길. [사진/성연재 기자]

어둑어둑한 산길을 서둘러 내려오는 길에 안내인을 만났다.

그제야 이 길고 긴 눈길을 치운 게 바로 이 안내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제설 차량이 아니라 사람 손으로 치운 흔적이다. 길 전체가 제설 된 게 아니라 딱 눈삽 넓이만큼만 제설이 돼 있었기 때문이다.

가파르고 긴 길이 사람 손으로 애써 제설 됐음을 알게 되니 고마운 마음이 절로 들었다. 추운 겨울이라 그런지 사소한 게 다 고마운 요즘이다.

polpor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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