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우들 삼시세끼 책임진 공군 일병 '수능 만점'
공군 김형태(21·사진) 일병은 지난 5일 성적이 공개된 2019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에서 만점을 받았다. 제3방공유도탄여단 기지대의 급양병(취사병)으로 근무하면서 시간 날 때마다 틈틈이 공부한 결과다. 아침 식사가 끝나면 30분에서 한 시간 남짓 남는 휴식 시간 동안 국어 지문을 봤고, 오후에는 수학 문제를 풀었다. 그렇지만 만점 사실이 알려지는 걸 꺼렸다고 한다. "군인이 일에 집중을 안 한다고 어떻게든 안 좋게 보는 사람이 있을 것 같아서"였다는 것이다. 하지만 주변 사람들은 "김 일병이 만점을 받은 건 남들보다 쉬지 않고 조금씩 더 노력한 것일 뿐"이라고 했다.
올해 입학한 성균관대 러시아어문학과를 휴학하고 지난 5월 입대한 그는 처음부터 수능을 공부할 생각은 아니었다고 한다. 자대에 배치된 7월에도 급양병 일을 배우느라 공부할 여건이 안 됐다. 김 일병은 "공군에 입대한 후 주변 동기들과 미래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나누는 과정에서 수능 재도전이라는 목표 의식이 생겼다"고 했다. 그의 세 번째 수능 도전이었다. 아침·점심·저녁의 자투리 시간을 아껴 썼고, 일과 후 다른 장병들이 취침한 시간에 열람실에서 자율 학습을 했다. 주말에는 병영생활관 사이버지식정보방에서 EBS 강의를 들었다. 이렇게 짬짬이 낸 하루 3~4시간으로 주경야독 생활을 했다.
김 일병은 자신이 수능 9명의 만점자 중 한 명이 될 줄은 몰랐다고 했다. 그는 "계속 앉아서 공부할 수 있는 것도 아니었고, 그래서 시험 점수를 잘 받아야 한다는 압박감도 없었다"며 "예전에 공부했던 기억을 살리고 마음을 비워 긴장을 덜 했던 게 도움이 됐던 것 같다"고 했다.
평소 공부를 해왔지만 일부 선임들에게만 얘기했기 때문에 부대에서도 김 일병의 만점 소식이 '깜짝 뉴스'였다. 김 일병은 "돌이켜보면 이렇게 공부 여건을 지원해준 동기와 간부들이 있어서 이런 일이 가능했다"고 했다. 공군 관계자는 "김 일병은 교육사령부 특기 교육을 받으며 56명의 급양병 중 1등을 하고, 기본 군사 교육도 1300여명 중 31등을 했다"며 "평소 자신이 맡은 일은 누구보다 확실히 해냈다"고 했다.
김 일병은 법조계 집안에서 자랐지만, 자신만의 장래 희망은 따로 있다고 했다. 그는 "평소 잉글랜드 (프로축구) 프리미어리그를 즐겨보는데 다양한 통계·기록들이 사용되는 것을 보면서 자연스럽게 통계학에도 관심을 갖게 됐다"며 "앞으로 통계나 상경 계열에 진학해 스포츠 데이터 분석가로 활약하고 싶다"고 했다. 김 일병의 아버지는 대전고법원장과 인천지법원장, 특허법원장 등을 지낸 김종백(63) 법무법인 로고스 상임고문 변호사이다. 또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심판 사건의 주심이었던 강일원(59) 전 헌법재판관이 고모부다. 그는 수능 공부로 제대로 해보지 못한 취미 생활을 이제 시작해 볼 생각이다. 김 일병은 "요즘은 책을 읽고 있다"며 "학구적인 스타일은 아니지만 시간을 막 보내면 아깝지 않으냐"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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