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라진 것 없는데 뛰었다 .. 한국당 지지율 26% 미스터리
경제 악화로 보수층 결집 효과
지지율 까먹는 '자살골'도 없어
"김병준 체제 최소한 부끄럽진 않아"
3일 리얼미터 조사에서 당 지지율이 26.4%로 나오자 자유한국당 소속 한 의원은 이렇게 말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 이후 난공불락처럼 느껴졌던 ‘지지율 25%’를 돌파한 것에 대한 안도감이 배어 있었다. 그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율이 낮아져도 반사효과를 보지 못했는데, 이제 바닥을 찍고 서서히 반등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치권은 한국당 지지율이 2년 만에 25%를 넘은 것에 대해 주목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한국당이 잘해서라기보단 외부적 요인이 크게 작용했다는 시각이 많다.
하지만 엄 교수는 “IMF 경제위기 이래 체감경기가 최악이기에 반사효과를 확실히 받는다면 한국당 지지율이 30%대 후반까지 나와야 한다”며 “국민이 여전히 한국당을 대안 정당으로 충분히 믿지 못한다는 의미”라고 지적했다.
② 여권의 내홍=여권이 최근 ‘자중지란(自中之亂)’에 빠진 것도 주요 요인으로 꼽혔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청와대와 더불어민주당이 이재명 경기도지사와 조국 민정수석 논란으로 홍역을 앓고 있지만 한국당은 상대적으로 위기 이슈가 줄어든 상태”라고 말했다.
민주당의 한 의원도 “속된 말로 야당은 ‘자살골만 안 넣으면 지지율이 오른다’는 말이 있다”며 “돌출 언행을 했던 홍준표 전 대표 같은 인사가 무대에서 빠져 있는 것도 한국당으로선 나쁘지 않은 여건”이라고 말했다. 그는 “2012년 정권을 되찾아 온 일본 자민당 인사도 ‘가장 중요한 건 실수하지 않는 것’이라고 하더라”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이 교수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한국당 지지 의사를 밝히기조차 어려운 분위기였지만, 김병준 비대위 체제 이후엔 최소한 ‘부끄럽다’는 생각은 들지 않을 정도로 관리된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③ 박근혜 이슈 약화=한국당 상승 동력 중 하나로 박 전 대통령 이슈 약화도 꼽혔다. 한국당 관계자는 “시중에선 이제 약자가 된 ‘박근혜’에 대해 예전만큼 큰 관심이 없다”며 “한국당이 이제 ‘탄핵풍’의 충격에서 조금씩 회복되는 중”이라고 봤다. 최근 김무성 의원 등이 주도해 박 전 대통령에 대한 불구속재판 결의안을 추진하기로 한 것도 이 같은 분위기를 반영한다.
이준한 교수는 “한국당이 행여 상황을 오인해 다시 ‘박근혜’를 상수로 내세워 원내대표 선거나 전당대회를 치른다면 지지율은 다시 하락세로 돌아설 수 있다”고 내다봤다.
유성운 기자 pirat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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