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2030이 보는 한국, 한국인, 한국 기업] 中 "넌 거기 1등, 난 여기서 1등"..韓, 한 곳서 1·2등 경쟁

이용성 차장 2018. 12. 3. 2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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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나라의 과거를 보려면 박물관으로 가고, 미래를 보려면 도서관으로 가라’는 말이 있다. 그런데 그 나라가 중국이라면 생각을 달리할 필요가 있다.

모든 것이 ‘빛의 속도’로 변하는 중국의 미래를 관련 서적만으로 판단하는 것은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미래 주역인 중국 젊은이들을 직접 만나보기로 했다. 지난달 초 1주일 동안 중국 상하이(上海)와 광저우(廣州)에 머물며 다양한 산업군에 종사하는 20~30대 전문직 근무자들과 이야기를 나눴다.

과거에도 학계나 재계 전문가를 통해 중국 젊은이에 대한 이야기를 접할 기회가 있었지만, 직접 만나 듣는 ‘날 것 그대로의’ 중국(그리고 그들이 생각하는 한국) 이야기는 훨씬 흥미롭고 유익했다.


추셴│
23·광저우 딜로이트 회계법인 컨설턴트

추셴(邱嫺)과는 광저우 시내 쇼핑몰의 한 퓨전 음식점에서 만났다. 광둥(廣東)외국어대에서 한국어를 전공하고 교환학생(경희대)으로 한국에서 1년간 공부해 한국어가 유창했다. 대화 도중 카메라를 들이대니 “얼굴 작게 나오게 찍어달라”며 의자를 뒤로 빼는 모습이나 비빔밥(한국 스타일과 다른)을 시켜 맛있게 먹는 모습이 또래 한국 여성과 다르지 않았다.

“불과 1년 전만 해도 한국 대기업 관련 업무가 많았는데 요즘은 일이 줄어 통 전공을 살릴 기회가 없다”며 말문을 연 그는 “광둥성에서는 현대차 구경하기가 어렵고, 삼성 스마트폰도 (2016년의) 갤럭시 노트7 배터리 발화 사건 이후 선호도가 눈에 띄게 감소했다”며 걱정했다.

한국에서 생활이 어땠는지 물으니 “여수와 강릉, 대구 등지로 친구들과 여행도 자주 다니며 즐겁게 지냈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중국에서 한동안 알리페이와 위챗페이 등 모바일 결제 시스템만 쓰다가 한국에 가니 많이 불편했다”며 “한국에서 알리페이와 위챗페이를 받는 매장이 늘면 중국 관광객도 많이 늘어날 것”이라고 조언했다.

식사 도중 테이블에 놓인 디오르(Dior) 립스틱에 시선이 꽂혔다. 자연스럽게 화장품 이야기로 대화가 옮겨갔다. 한국산 화장품 중에는 아모레퍼시픽의 고가 라인 ‘설화수’와 잇츠한불(지난해 5월 한불화장품과 잇츠스킨이 합병해 탄생)의 ‘잇츠스킨’을 써봤는데 가격 대비 만족도가 높았다고 했다.

식사를 마치고 시간을 보니 어느덧 오후 1시 30분이다. 그는 “점심시간이 12시 30분에서 1시 30분까지지만 조금 늦게 들어가도 상관없다”고 안심시키고는 사무실로 발걸음을 재촉했다.


루중제│
33·BCC 상하이 본사 리서치 총괄

중국 컨설팅 업체 BCC(Business Connected China)의 루중제(魯中) 총괄과는 BCC 상하이 본사 사무실에서 만났다. 루 총괄은 지난해 한국 식품 기업의 중국 진출 관련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등 한국 기업 관련 경험이 풍부하다.

그는 한국과 중국 비즈니스의 관행 차이를 ‘디테일’에 대한 집착에서 찾는다. 한국 기업이 중국 기업보다 세부적인 부분에까지 신경을 많이 쓴다는 것이다. “한국 쪽이 좋은 것이냐”고 물으니 “상황에 따라 다르다”고 했다. 중국 기업은 중요하지 않은 부분은 적당히 덮어 두고 큰 그림을 보고 나아가기 때문에 일 진행 속도가 빠르지만, 한국 기업은 시시콜콜한 대목까지 챙겨 보고하기 때문에 효율적이지 못할 때가 있다는 설명이다.

이와 관련해 그는 한국의 기업 문화가 달라져야 한다고 쓴소리했다. 한국 대기업의 중국 지사에 취업한 중국인 직원 중에 고압적인 조직 문화를 견디지 못하고 중국 기업으로 이직하는 경우가 종종 있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한국 대기업이 중국 대기업보다 급여가 매우 높았지만, 현지 채용 인원을 기준으로 보면 이제 차이가 거의 없다고 했다. 복지 혜택과 수당 등은 한국 대기업이 낫지만, 기본 연봉을 비교하면 오히려 중국 톱 기업이 낫다는 것이다. 그는 “한국 기업이 물질적으로만 유인하려 하지 말고, 중국 젊은이의 마음을 이해하고 그들의 자발적인 열의를 끌어내는 데 더 신경 써야 한다”고 말했다.

루 총괄은 미·중 갈등으로 미국에서 공부한 중국 유학생이 대거 귀국하는 것에 대해 염려했다.

막강한 경제력에 비해 한참 부족한 중국의 ‘소프트 파워(정보과학이나 문화, 예술 등이 행사하는 영향력)’ 강화를 위해서는 세계 최고 경제 대국 미국과 현지에서 교류하는 것이 필수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는 “중국에는 고속철과 모바일 결제 시스템 등 외국인이 감탄할 만한 것들이 적지 않지만, 아직 국가 차원의 마케팅 역량과 노력이 부족하다”며 이런 이유로 중국 경험이 없는 사람이 중국에 대해 잘못된 선입견을 갖는 경우가 많아 걱정”이라며 아쉬워했다.


왕잉│
39·중천강철 CEO

왕잉(王郢)은 지난해 매출이 약 2조원에 달하는 중견 철강 기업 중천강철의 최고경영자(CEO)다. 강소성 창저우(常州)에 본사를 둔 중천강철은 최근 상하이 인근 난퉁(南通)에 1000만t급 제2제철소 건립을 추진하는 등 순조롭게 성장하고 있다. 상하이의 협력사(이름을 밝히길 원하지 않았다) 사무실에서 기자와 만난 왕 대표는 제2제철소 건립을 포스코의 광양제철소 건설에 비유하며 크게 의미를 부여했다.

CEO 취임 9개월째를 맞은 그에게 중국 기업 문화에 관해 물었다. “업종에 따라 문화 차이가 크며, 같은 업종이라도 대도시에 있는 기업이 훨씬 개방적”이라는 답이 돌아왔다. 금융과 정보기술(IT) 분야 기업은 사무실 분위기가 자유로운 편이지만, 제조업은 아직도 눈치보는 분위기가 있다는 것. 문득 나이 차가 크지 않을 젊은 직원을 이끄는 데 어려움은 없는지 궁금해졌다. 그는 “1990년대 이후 태어난 중국인은 자유로운 분위기를 선호하고 인정받고자 하는 욕구가 강하다”며 “그렇다고 내가 직원을 모두 바꿀 수는 없기에 이해하고 받아들이려고 노력하는 편”이라고 설명했다.

어떤 스마트폰을 쓰는지 물으니 모토롤라·노키아 등 서구 스마트폰을 쓰다가 지난해 화웨이 ‘메이트10’으로 갈아탔다고 했다. 그는 “1년마다 폰을 교체하는데, 그때마다 화웨이 스마트폰의 성능이 눈에 띄게 개선되는 것에 강한 인상을 받는다”며 “유럽에서도 인기가 높아, 중국인으로서 자랑스러울 수밖에 없다”고 교체 이유를 설명했다.

현대기아차가 중국에서 고전하는 이유에 대해 “품질 때문은 아닌 것 같다”며 중국에서 현대기아차가 처한 상황을 명품 핸드백 시장에 비유했다. 한국 업체가 만든 핸드백과 루이뷔통 핸드백의 품질 차이가 엄청난 건 아니지만, 디자인과 브랜드 파워에서 앞선 루이뷔통이 훨씬 비싼 값에 팔리는 것과 비슷하다는 주장이다.

미·중 무역전쟁으로 미국에 대한 생각이 달라졌는지 물으니 “미국에 대한 반감은 없고, 오히려 중국의 강점과 한계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볼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된 것 같다”고 했다. 일본에 대해서도 10~20대 젊은이들은 “과거사 때문에 반감을 갖는 경우가 많지만, 내 또래 중국인들은 냉정하게 본다”며 “철강 분야에서 일본의 기술력은 세계 최고 수준”이라고 치켜세웠다.


티엔빈│
25·광저우 지안구오 호텔 영업팀장

지안구오 호텔은 중국 전역에서 호텔과 리조트, 쇼핑몰과 여행사를 운영하는 베이징 수도여행그룹 산하 체인 호텔이다. 티엔빈(田斌)은 광저우 지안구오 호텔의 객실영업팀을 이끌고 있다. 해당 호텔에서 이틀을 묵으면서 자연스럽게 만남이 이뤄졌다.

공교롭게도 그는 한국(부산 부경대)에서 관광경영을 전공했다. 유학 시절 한국을 찾는 중국인 자유여행객을 돕기 위한 앱을 만들어 친구와 창업하기도 했다. 그런 이야기를 하면서 한·중 간 창업 문화 차이도 언급했다. 한국에서는 획기적인 아이템을 창업 성공을 위한 가장 중요한 조건으로 여기지만 중국에서는 ‘지속 가능성’을 더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것. 경쟁 지향적인 한국 문화가 이와 무관하지 않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그는 “중국은 ‘네가 거기서 1등 하면 나는 여기서 1등 하겠다’는 식으로 전체적인 조화를 중요시하는 문화가 있다”면서 “그런데 한국에서는 모두가 한곳에서 1·2등 하려고 경쟁하는 것 같다”고 안타까워했다.

올해 51세인 그의 모친은 한류 드라마 열혈 팬이다. 그도 한류 드라마를 좋아하지만, 한류 드라마의 부작용도 있다고 했다. 드라마 속 한국이 너무 멋지게 나오는 바람에 기대치가 한껏 높아진 중국 관광객이 한국 여행에서 실망하고 돌아오는 경우가 종종 있다는 설명이다.


왕지팅│
23·타이드바이 패션디자이너

왕지팅(王姬婷)은 베이징에 본사를 둔 온라인 패션몰 타이드바이(tidebuy.com)의 광저우 지사 패션디자이너다. 북미와 유럽을 대상으로 하는 서브 브랜드 ‘TB드레스’를 통해 자체 디자인한 의류를 유통하고 있다.

광저우 야경 명소 ‘주장파티(珠江琶醍)’의 한 레스토랑에서 그와 만났다. 앳된 얼굴에 아직 ‘햇병아리 디자이너’지만 “세계적인 명품 디자이너가 되는 게 꿈”이라며 “영국 버버리의 스타일을 좋아하지만 유학은 파리로 가고 싶다”고 당당하게 포부를 밝혔다. 언젠가 꿈을 이루기 위해 업무 시간 외에도 파리와 밀라노 패션위크 등을 모니터링하며 트렌드에 뒤처지지 않기 위해 노력한다.

중국 패션 산업의 수준에 관해 물으니 “100점 만점에 60점”이라는 다소 박한 평가가 나왔다. 한국의 패션 트렌드에 대해서는 “연한 단색 계열이 주를 이루며, 중국보다 여성적인 느낌이 강한 것 같다”고 했다.


루즈후이│
31·아동 교육 업체 인조이(Injoy) 대표

루즈후이(陸梓慧·31)는 대학 졸업 후 7년간 베이징에서 골프 관련 사업을 하다가 고향인 광저우로 돌아와 인조이(Injoy)를 창업했다. 골프에 대한 열정이 강했지만 ‘경험을 쌓는 과정’으로 생각하고 아쉬움을 떨쳤다. 다행히 사업은 순조롭게 성장하고 있다.

중국 정부가 고령화에 대한 우려로 2016년 두 자녀를 허용하면서 아동 교육 시장이 급성장한 덕분이다. 레고와 골프, 수영, 미술을 접목해 창의성 발달을 돕는 교육 방식과 일선 초등학교에 무료 수업을 제공하고 아이를 모집하는 독특한 마케팅 방식도 한몫 거들었다. 그는 “중국이 이전보다 부유해졌지만, 한 자녀 시대를 거치며 아이들이 많이 나약해졌다”고 걱정했다.

루 대표는 말레이시아를 시작으로 해외 진출도 검토 중이다. 한국도 고려 대상이냐고 물으니 “물가가 비싸고 언어 장벽이 높아 고민 중”이라고 했다. 그는 아이폰만 두 대를 사용 중이다. 비싼 가격에도 아이폰을 고집하는 이유를 묻자, 주저 없이 “폼이 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옆에 있던 축구광 량위페이(陸梓慧·35) 부원장은 “축구로 치면 (세계 최고의 스타인) 호날두나 메시 같은 느낌”이라며 거들었다.

plus point

밀레니얼 세대 사로잡은 ‘중국의 스타벅스’ 루이싱

이용성 차장

광저우 시내의 루이싱 커피 매장. 사진 이용성 차장

광저우 중심가에 올해 초 문을 연 ‘K11’ 쇼핑몰. 20대 초반의 중국 젊은이와 두 시간 가까이 점심을 겸해 대화를 나눴더니 조금 피곤했다. 본능적으로 커피전문점을 찾기 위해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쇼핑몰을 벗어나 조금 걷다 보니 ‘별다방(스타벅스)’이 눈에 들어왔지만 내키지 않았다. 서울 시내 어디서든 5~10분만 걸으면 갈 수 있는 곳에 처음 온 광저우에서까지 가고 싶진 않았기 때문이다. 기왕에 걷기 시작했으니 시간이 좀 걸리더라도 중국 커피전문점을 찾아보기로 마음먹었다.

넓은 공원을 가로질러 걷다가 마주친 행인에게 물으니 인근에 ‘러킨 커피’가 있다고 일러줘 좌표를 재설정했다. 11월이었지만 광저우의 낮 기온은 25도를 웃돌았다. 한참을 걷다 보니 이마에 땀이 맺혔다. ‘아이스라테’ 생각이 간절했다.

얼마 후 유리창 안으로 ‘러킨 커피(luckin coffee)라고 쓰인 영어 간판이 눈에 들어왔다. 흰색 동그라미에 파란색 수사슴이 들어간 로고와 잘 어울리는 깔끔하고 고급스러운 서체다. 매장 한쪽 벽면에는 중국인 바리스타와 서양인 바리스타가 나란히 등장하는 광고 사진이 붙어 있다. 나중에 이름을 검색해 보니 서양인은 이탈리아 출신의 세계적인 바리스타 안드레아 라투아다(Andrea Lattuada)였다.

국내 커피전문점 체인 이디야커피가 세계 정상급 바리스타 데일 해리스를 초청해 메뉴를 공동 개발하고 홍보에 활용하는 것과 비슷한 프로모션이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카운터에서 음료를 받는 사람은 있어도 주문하는 사람은 보이지 않았다.

염원하던 아이스라테를 시키려고 카운터 종업원에게 50위안짜리 지폐를 건네니 난감한 표정을 짓는다. “지폐는 받지 않는다”고 했다. 신용카드를 꺼내니 역시 안 받는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영어를 써서 기분이 나빴나?’ 하고 의아해하던 찰나에 떠오르는 이름이 있었다. 얼마 전 중국 관련 기사를 통해 알게 된 ‘루이싱(瑞幸) 커피’였다. 그제야 알게 된 사실이지만 ‘러킨 커피’는 ‘루이싱 커피’의 영어 이름이었다. 현지 젊은이 중엔 루이싱 대신 러킨으로 부르는 경우가 많았다.

루이싱커피 매장에서 커피를 마시려면 스마트폰 앱부터 열어야 한다. 앱에서 커피를 고르고 설탕과 우유 양을 선택한 다음 주문하기를 누르면 된다. 결제는 스마트폰의 위챗페이나 알리페이로 하기 때문에 현금이나 신용카드를 꺼낼 필요가 없다. 앱을 통해 커피가 나오는 시간을 알 수 있기 때문에 줄 서서 기다릴 필요도 없다.

이 같은 편리함에 스타벅스보다 20% 정도 저렴한 가격, 다섯 잔을 사면 다섯 잔을 공짜로 주는 파격적인 마케팅까지 더해지면서 지난해 말 창업한 루이싱커피는 어느덧 중국 13개 도시에 500개(7월 기준)가 넘는 직영점을 운영 중이다. 

축 처진 어깨로 매장을 떠나려는 기자의 모습이 안 돼 보였는지 종업원이 아이스라테를 한 잔 건네며 “공짜(free)”라고 했다. 공짜 커피여서 더 그랬을까. 폴 바셋보다 연하고 ‘콩다방(커피빈)’보단 진한 꽤 괜찮은 맛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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