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무역전쟁 '90일 휴전'] 정치적 부담 커진 트럼프·시진핑, 관세 난타전 '일단 멈춤'

조창원 2018. 12. 2. 1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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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쟁 확산땐 자국경제도 타격..양국 휴전 합의로 협상 재개
'글로벌 패권 장악' 야심은 여전..구체적 타결까지는 갈길 멀어

【 베이징=조창원 특파원】 2019년 새해 첫날 다시 터질 우려가 컸던 미·중 간 무역대전이 일단 최악은 모면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1일(현지시간)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폐막한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무대에서 끌어낸 담판 결과는 한마디로 '조건부 휴전'으로 볼 수 있다. 미국의 추가관세부과로 걷잡을 수 없는 관세전쟁이 잠시 봉합되면서 무역전쟁 불확실성에 흔들리던 글로벌 금융시장도 안정세가 기대된다. 하지만 미·중 무역전쟁의 본질이 근본적으로 글로벌경제 패권을 둘러싼 싸움이라는 점에서 향후 협상은 험로가 예상된다. 지난해 4월 '세기의 담판'으로 불리던 양국 정상 간 첫 회담에서 양측은 100일계획(무역불균형 시정조치 100일 내 도출)에 합의했지만 결과는 관세부과 난타전으로 끝났다.

■미·중 확전자제…90일 숨고르기

폭주기관차처럼 달리던 미·중 간 관세전쟁이 일단 멈춰선 자체가 이번 회담의 성과물로 꼽힌다. 치킨게임으로 치닫던 양국 간 난타전이 현실화되면 중국이 미국으로 수출하는 모든 제품에 최고 25%의 관세가 매겨지게 된다.

지금까지 트럼프 행정부가 관세 조치를 부과한 중국산 수입품은 약 2500억달러(283조원) 규모다. 지난 7~8월 500억달러 상당의 중국산 수입품에 대해 25%의 관세를 부과한 데 이어 9월에는 2000억달러어치에 대해 10%의 관세를 부과한 바 있다. 추가로 내년 1월 1일부터 2000억달러어치에 대한 관세율을 10%에서 25%로 높이고, 나머지 2670억달러어치에 대해서도 추가로 관세를 부과한다는 게 트럼프 행정부 방침이었다. 1100억달러(123조원) 규모의 미국산 수입품에 대해 보복관세를 부과한 중국도 즉각적인 대응으로 응수한다는 입장이었다.

전면적인 관세전쟁이 양국 정상에 정치적 부담으로 작용한 점도 이번 휴전의 배경으로 거론된다. 관세부과가 전면화될 경우 시 주석은 중국 경제침체 탓에 정치적 기반이 약화될 것을 우려한다. 트럼프 대통령 역시 미국 소비시장과 기업들의 실적 악화로 이어져 정치적 부담이 커진다. 당장 이번 회담에서 중국이 미국산 농업·에너지·산업 제품을 구매하기로 하고, 특히 농산물을 즉시 사들이기로 합의하면서 농업지대를 핵심 지지기반으로 한 트럼프 대통령의 체면이 섰다. 이 밖에 트럼프 대통령이 지대한 관심을 쏟았던 마약성 진통제(오피오이드) '펜타닐' 규제와 관련해 중국이 이를 규제약물로 지정키로 합의했다. 중국 당국의 제동으로 사실상 무산됐던 미국 퀄컴의 'NXP 반도체 인수계약' 작업도 재개될 길이 열렸다.

■협상 접점 찾기 난항 예고

양국 정상 간 합의에 따라 미·중 무역협상단이 본격 가동될 전망이다.

'시진핑의 경제 책사'로 불리는 류허 중국 부총리가 이달 중 대규모 대표단을 이끌고 워싱턴DC를 찾아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이 좌장을 맡을 것으로 보이는 미국측 대표단과 무역협상에 나설 전망이다.반년 만에 재개되는 양국 간 무역협상이지만 결과에 대한 전망이 낙관적이진 않다. 미·중 양국은 워싱턴DC와 베이징을 오가며 협상을 수차례 이어왔지만 구체적인 타결도출에 실패한 바 있다.

중국이 미국산을 대거 수입해서 미·중 무역수지 적자를 바로잡을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 제품의 원가 구조뿐만 아니라 미국 경제 호황에 따른 소비력 증대 탓에 인위적인 교역조정에도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미·중 무역전쟁의 근본적 충돌이 글로벌 경제패권을 장악하기 위한 강대국 간 야심에서 비롯됐다는 점도 협상 난항의 핵심 배경으로 꼽힌다. 미국은 중국의 첨단제조업 야심을 담은 중국제조 2025 정책과 관련한 변화를 비롯해 금융시장 개방 및 지식재산권 침해와 기술이전 강요, 사이버안보 문제 해결을 요구하고 있다. 반면 중국의 경우 미국의 요구에 이끌려 자국이익을 위한 장기적 정책을 수정하는 자체를 용인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jjack3@fnnews.com 조창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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