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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없이 죽어 어딘가 묻혔다" 형제복지원 남은 과제는



사회 일반

    "소리없이 죽어 어딘가 묻혔다" 형제복지원 남은 과제는

    형제복지원 피해자들 "문무일 총장 눈이 예뻤다"
    전두환 청와대, 수사 제대로 못하게 압력 행사
    국고보조금 10억 이상 횡령한 것 밝혀져
    형제복지원 원장 사망했지만.. 유죄 판결 가능
    피해자 의료지원도 안 되는 상황, 보상 필요
    해법은 특별법 제정, 국회 나서서 처리해야


    CBS 라디오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

    ■ 방 송 : FM 98.1 (18:15~19:55)
    ■ 방송일 : 2018년 11월 30일 (금)
    ■ 진 행 : 정관용 (국민대 특임교수)
    ■ 출 연 : 박준영 (변호사)

    ◇ 정관용> 군사정권 시절 최악의 인권유린 사례로 꼽히는 형제복지원 사건. 얼마 전에 문무일 검찰총장이 이 사건 기존 판결에 문제가 있다. 대법원에 비상상고를 신청해서 30년 만에 다시 진상을 밝힐 기회가 만들어지고 있다 이런 얘기들이 들리죠. 게다가 지난 화요일에는 문무일 총장이 직접 그 피해자들을 만나서 눈물을 흘리며 사과까지 했습니다. 일이 여기까지 오게 된 데에는 검찰 과거사위원회 진상조사단에서 이 사건을 진상조사해서 이건 비상상고 방식으로 풀어야 된다라고 제안한 분이 있네요. 재심 전문 변호사로 유명하죠. 박준영 변호사가 바로 그 진상조사단원으로 형제복지원 사건을 다뤘습니다. 그래서 오늘 전화로 연결합니다. 안녕하세요.

    ◆ 박준영> 안녕하세요.

    ◇ 정관용> 문무일 총장이 눈물 보이며 사과한 그 자리에 계셨다고요?

    ◆ 박준영> 네, 있었습니다.

    ◇ 정관용> 느낌이 어떠셨어요?

    ◆ 박준영> 진정성이 있는지, 없는지에 대해서는 본인이 가장 잘 알겠죠. 그런데 이 눈물을 가지고 악어의 눈물이라는 이런 비판도 제가 기사 댓글을 통해서 봤는데요. 제가 드리고 싶은 말씀은 진정성이라는 것은 사과를 받는 그 당사자들이 어떤 느낌이었는지가 중요하다고 보거든요. 그 사과를 받은 당시 현장에 있던 형제복지원 피해자 분들은 참 좋았다. 위로가 됐다라는 얘기를 하셨고 그리고 어떤 분 같은 경우에는 문 총장의 눈이 너무 예뻤다. 그래서 내가 감사하다는 편지도 보내봐야겠다고 얘기도 있었습니다.

    문무일 검찰총장이 27일 오후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부산 형제복지원 사건' 피해자들의 사연을 들으며 눈물을 보이고 있다. 윤창원기자

     


    ◇ 정관용> 그런 피해자들의 반응을 볼 때 진정성이 있는 걸로 볼 수 있다 이거로군요.

    ◆ 박준영> 네. 그리고 이런 평가를 받게 된 데에는 뭐가 있었냐 하면 사과를 받는 형식과 절차에 있어서 사전에 충분히 피해자 쪽 입장을 충분히 들었다는 겁니다. 그리고 그 해당 당일에는 언론들을 나가게끔 하고 간담회 형식으로 피해자들의 어떤 진솔한 얘기까지 들었었어요. 이런 부분들이 이제 피해자들로 하여금 진정성 있게 받아들이게끔 한 이유가 아니었나 생각합니다.

    ◇ 정관용> 그렇군요. 박 변호사께서 진상조사단 일원으로 형제복지원 사건을 직접 담당해서 조사했었죠?

    ◆ 박준영> 맞습니다.

    ◇ 정관용> 조사해 보니까 모두 몇 명 정도가 어떤 피해를 입었던 겁니까, 이게?

    ◆ 박준영> 형제복지원 사건은 우리나라 1970~1980년대 가난한 사람들 그리고 부랑인들을 무차별적으로 수용했던 사건인데 부랑인들만 수용했던 게 아니라 길 잃은 아이들 또 귀가가 늦었던 청소년들. 그리고 술에 취해서 길거리에 앉아 있었던 사람들 이런 사람들까지 무차별적으로 수용했던 말도 안 되는 사건이었죠. 그런데 이 사건 피해자들 그리고 형제복지원을 거쳐 간 사람들의 정확한 인원은 모릅니다.

    ◇ 정관용> 몰라요? 기록도 없어요?

    ◆ 박준영> 폐기된 기록이 많기 때문에 누가 언제 얼마나 거쳐 갔는지를 알 수가 없습니다. 다만 추측컨대 적어도 그 형제복지원에 연 인원 한 3000명 정도가 왔다 갔다 했을 것이다. 그래서 수만 명이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갖고 있습니다.

    ◇ 정관용> 수만 명이. 그리고 아무 이유 없이 강제로 끌려갔고 거기서는 온갖 폭언, 구타, 강제노역 이런 걸 당한 겁니까?

    ◆ 박준영> 강제노역, 폭행 그리고 가혹행위, 기합도 정말 반인권적이었습니다. 그리고 성폭행도 굉장히 많았고요. 또 그 안에서 형제복지원에서 발간한 공식적인 자료에 근거했을 때 한 12년 동안 500명이 넘는 사람들이 의문의 죽음을 당했습니다.

    ◇ 정관용> 그러면 형제복지원 공식 기록이니까 사실은 사망자도 그보다 더 많겠네요.

    ◆ 박준영> 맞습니다. 형제복지원 공식기록을 믿을 수는 없습니다. 왜냐하면 사망자 중에 그 공식기록에 나와 있지 않은 사람들도 있었거든요. 정말 길거리에 그냥 가난했던 사람들 이런 사람들 중에서는 자신의 이름조차도 잊고 살았던 사람들도 있을 텐데 그런 사람들 같은 경우에는 정말 소리 소문 없이 죽었고 어딘가에 묻혔을 것이다 그렇게 예측하고 있습니다.

    ◇ 정관용> 더 나가보자면 부산 형제복지원뿐이 아니라 전국에 이런 복지원이 여러 곳 있었잖아요.

    ◆ 박준영> 당시에 서른 몇 군데 있었습니다. 그 당시에 복지시설 전반의 문제점일 겁니다, 이건.

    ◇ 정관용> 그렇죠. 여기는 좀 문제가 불거지고 그 피해 입으신 분 가운데 저희 시사자키랑도 몇 번 인터뷰 하신 한종선 씨나 이런 분들이 계속 투쟁해 와서 알려진 거지 다른 복지원들은 지금 어떤 일이 벌어졌었는지 지금 제대로 알려지지도 않았죠?

    ◆ 박준영> 맞습니다. 형제복지원 같은 경우에는 한종선이라는 생존자 모임의 대표가 처절하게 진상을 알렸기 때문에 이게 불거진 것이고 다른 곳도 못지않은 피해가 있었을 겁니다, 아마.

     


    ◇ 정관용> 그런데 검찰 과거사위원회 진상조사단은 형제복지원의 그 당시 어떤 문제가 있었는지를 전부 조사한 게 아니라 그때 검찰이 제대로 수사했었는가 그걸 조사한 거잖아요, 결국?

    ◆ 박준영> 맞습니다. 저희의 직접적인 조사 대상은 그 당시에 검찰권 행사의 위법이나 남용이 있었는지 여부였습니다.

    ◇ 정관용> 그렇죠. 그런데 그때 검찰이 아무튼 수사를 하기는 했는데 제대로 못했죠?

    ◆ 박준영> 맞습니다. 그 당시에 형제복지원 수용자들 중에 일부가 울산에 있는 울주 작업장에 파견을 가서 일을 했었습니다. 그래서 울주 작업장에서 벌어졌던 인권침해 범죄가 박인근의 기소대상 범죄 사실이었고요. 그 당시 검사는 울주 작업장에 파견된 수용자들을 조사해 보니까 형제복지원 본원, 부산에 있는 형제복지원 본원에 수용된 사람들에 대한 조사가 필요하겠다. 그곳의 인권침해 범죄를 확인하려고 했는데 그 당시에 검찰 지휘부와 또 정권 차원의 외압 때문에 수사를 못 했던 겁니다.

    ◇ 정관용> 아예 형제복지원 본원 수사는 착수도 못 했습니까?

    ◆ 박준영> 경찰들 수십 명을 데리고 본원 수용자들이 수천 명이다 보니까 울산 경찰 수십 명을 데리고 형제복지원 본원까지 갔었습니다. 그래서 수사를 하려고 했었는데 부산의 당시 지휘부가 부산지검 지휘부가 다 철수하게끔 했습니다.

    ◇ 정관용> 현장까지 간 검사와 경찰관들을 철수하라, 이렇게 했다는 말이군요.

    ◆ 박준영> 맞습니다.

    ◇ 정관용> 그런 외압을 행사한 주체들은 누구인지 혹시 밝혀내셨어요?

    ◆ 박준영> 저희가 정확히 확인한 건 아니지만 그 당시 부산지검 지휘부에서 그런 지시를 내렸고요. 그 지휘부의 지시는 대검, 법무부 또 청와대의 의사에 따른 것으로 저희는 확인했습니다. 그 근거는 뭐냐 하면 수사 과정에서 작성된 정부 보고의 경유지와 최종 발신지, 수신지가 청와대인 경우도 꽤 있었고 또 이 사건을 수사했던 김용원 검사가 외압을 받은 사실과 그런 외압의 내용을 아주 구체적으로 진술했거든요. 이런 내용을 통해서 저희는 그렇게 정권 차원의 어떤 부당한 압력이 있었다라고 보고 있습니다.

    ◇ 정관용> 청와대, 법무부, 대검, 부산지검. 모두 다 압력을 행사했다 이거로군요.

    ◆ 박준영> 그렇게 보고 있습니다.

    ◇ 정관용> 그래서 제대로 수사를 못 했고 몇 가지 혐의만 그냥 적용해서 기소를 한 거 아니겠습니까?

    ◆ 박준영> 맞습니다.

    ◇ 정관용> 그런데 거기에 대해서도 재판이 잘못됐다는 거죠?

    ◆ 박준영> 맞습니다. 잘못된 수사를 제대로 하려고 했던 검사의 수사를 막았던, 그런 잘못으로 인해서 축소돼서 기소가 이루어졌죠. 그런데 재판은 그러면 잘 이루어졌냐. 재판 과정에서도 특수감금 혐의 그러니까 168명이 울주 작업장 수용자들에 대한 특수감금 혐의가 7번에 법원의 판단을 거치면서 무죄로 결론 났습니다. 이 문제도 있고요.

    또 지금 세상에서 공론화가 제대로 안 되는 부분이 뭐냐 하면 당시에 보조금을 굉장히 많이 횡령했습니다, 국고보조금을. 그 횡령한 보조금을 10억 이상 밝혀냈는데 기소 단계에서 한 6억 8000만 원 정도로 축소가 돼서 기소가 됐는데 재판 과정에서도 거기서 또 축소가 돼서 인정이 됐습니다. 그 이유는 지금은 계좌추적을 통해서 정확하게 횡령 액수를 밝혀내는 시대지만 그때만 해도 장부에 적으면 쓴 것으로 간주해 주는 시대였습니다. 그 당시에 이 사건을 변호했던 변호사들은 그 장부나 각종 자료들을 사실과 달리 제출했을 수 있겠다라는 의혹도 충분히 저는 합리적인 의문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 정관용> 가짜 장부 내서 돈 썼다라고 하고 횡령액수를 줄였다? 횡령 액수가 늘어나면 형량이 대폭 강화되잖아요.

    ◆ 박준영> 그렇습니다. 횡령 액수를 줄이는 것도 박인근의 형량을 줄이는 방법이 될 수 있겠죠. 제가 지금 지적하는 문제는 변호사가 그런 어떤 장부를 조작했다라고 제가 단언하는 것보다는 그 변호사에게 그 장부를 제공하는 그래서 제공해서 허위사실을 만드는 사람들이 분명 있었을 것이다.

    ◇ 정관용> 알겠어요. 그래서 그 당시 특수감금이 무죄라고 판단한 재판에 문제가 있다. 법률상 잘못된 것이다라고 해서 이른바 비상상고라고 하는 방법을 동원한 거 아니겠습니까?

    ◆ 박준영> 맞습니다.

    박준영 변호사. (사진=박준영 변호사 제공)

     


    ◇ 정관용> 비상상고라는 방법을 씁시다라고 제안한 것도 우리 박준영 변호사라고 알고 있는데 그런데 비상상고를 한다고 해서 이미 박인근 전 원장은 사망했는데 무슨 효과가 있을 수 있을까요.

    ◆ 박준영> 어떤 의미로 제가 비상상고를 주장했냐면 이 사건의 종국적인 해결은 특별법입니다. 그 특별법 논의가 진전이 되지 않는 상황에서 뭔가 실마리를 찾고 싶었던 겁니다. 실마리가 비상상고나 검찰총장의 사과가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고요. 그리고 비상상고가 박인근을 다시 처벌할 수는 없습니다. 또 박인근은 죽었고요. 하지만 무죄를 유죄로 사실상 유죄로 바꾸는 어떤 계기가 되거든요.

    무슨 얘기냐. 박인근에게 형을 선고할 수는 없지만 사실상 비상상고를 받아들였을 때 사실상 판결문에는 무죄를 유죄로 사실상 바꾸는 내용이 들어가게 되니까. 그리고 박인근은 처벌은 안 되지만 당시 특수감금의 피해자들은 그 당시에는 무죄가 선고됨으로 인해서 피해자로 인정을 받지 못했지만 지금은 유죄로 사실상 바뀌면 피해자성을 회복하거든요. 그러면 그 형제복지원 수용자들 전반의 문제로 우리가 확대를 시킬 수 있다라는 어떤 생각이 들었습니다.

    ◇ 정관용> 그래서 법원의 판결이 바뀌면 그 당시에 피해자들은 개별 소송도 제기할 수가 있는 거죠. 그런 거죠?

    ◆ 박준영> 그럴 수도 있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왜냐하면 내무부 훈령의 위헌성이 비상상고 과정에서 확인될 수밖에 없기 때문에.

    ◇ 정관용> 알겠습니다. 하지만 그건 고작 백 몇 십 명의 특수감금에 대한 것일 뿐일 거고 국회 특별법은 정말 어떤 피해가 있었는지 진상조사 제대로 하고 모든 걸 다 밝혀서 처벌할 사람 처벌하도록 하자고 하는 특별법. 이게 진짜 해법이다 이 말씀인 거죠?

    ◆ 박준영> 그리고 피해자들 보상도 중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아직도 고통을 겪고 있는 사람이 아직 의료적 지원도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습니다.

    ◇ 정관용> 알겠습니다. 특별법 국회가 한 지 벌써 몇 년째라는데 이번 일을 계기로 국회가 이 특별법을 제대로 좀 처리하는지 함께 지켜봅시다.

    ◆ 박준영> 끝까지 지켜봐야 됩니다.

    ◇ 정관용> 박준영 변호사 고맙습니다.

    ◆ 박준영>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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