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바리 골퍼' 박민지 "한 우물만 파니..골프가 재미있네요"
9홀 파3 골프장 하루 7바퀴 돌아
"노력파? 그냥 말 잘듣는 스타일"
데뷔 후 두 시즌 모두 우승 경험
"1승씩 차근차근 20승 찍어야죠"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2년 차 박민지(20·NH투자증권) 얘기다. 그는 지난달 끝난 시즌 최종전 ADT캡스 챔피언십에서 우승한 뒤 하염없이 눈물을 쏟았다. 신인이던 지난 시즌 두 번째 출전 대회에서 덜컥 우승했던 박민지는 올 시즌 승수를 보태지 못하다가 마지막 대회에서 1년7개월간의 가뭄을 씻어냈다.
최근 서울 종로구의 한 골프용품 업체에서 만난 박민지는 “번번이 잡힐 듯했다가 멀어지고는 하는 2승에 올 시즌은 어려운가 보다 싶었다. 그랬던 2승이 갑자기 찾아오니 그동안 안타까워했던 기억들이 떠올라서 저도 모르게 눈물이 터졌다”며 빙긋이 웃었다.
키 160㎝가 될까 말까 한 크지 않은 몸으로도 박민지는 멀리 똑바로 친다. 드라이버 샷 평균 거리가 245야드(25위)이고 페어웨이 안착률은 81%(8위)다. 정상급의 아이언 샷과 퍼트까지 딱히 단점이 보이지 않는다. 박민지는 올 시즌 대상(MVP) 포인트 5위와 평균타수 8위(70.60타), 상금 10위(약 4억4,800만원)에 올랐다. 이렇다 보니 적잖이 들어오는 후원사 계약 제의에 행복한 고민으로 겨울을 보내고 있다.
처음에는 일본에서 핸드볼을 하려 했다. 그러다 러닝 훈련이 너무 힘들어서 접었는데 골프에는 거부감없이 빠져들었다. 중학교 1학년 때 9홀짜리 파3 골프장을 하루에 7바퀴나 돌았다. 새벽 2시 반에 일어나 준비하고 이동하는 일정을 불평 없이 따랐다. 그는 “이른 아침 쇼트게임 연습 시설이나 파3 골프장에 도착하면 중간에 도시락 먹는 시간만 빼고 해질 때까지 샷과 퍼트만 했다”면서 “노력파라기보다는 그냥 말을 잘 들었다. 종일 샷 연습을 해야 한다고 하면 군말 없이 그렇게 했다”고 돌아봤다.
프로골퍼가 된 뒤로도 긍정적인 의미의 우직한 성격은 달라지지 않았다. 골프 말고는 별다른 취미도 없다. 박민지는 “도자기 체험에 관심이 있고 요리도 배우고 싶고 방송 댄스도 배우러 가고 싶은데 굳이 그러지 않아도 쉬면서 맛있는 것 먹으면 금세 ‘힐링’이 된다”고 했다. 소셜미디어도 하지 않고 휴대폰을 끼고 사는 스타일도 아니다. 그는 “해시태그가 뭔지 팔로어가 뭔지 올해 들어 알았다. 소셜미디어를 시작해볼까 생각했다가 저랑은 안 맞는 것 같아서 바로 그만뒀다”며 쑥스럽게 웃었다. ‘운동선수는 한 가지만 파야 한다’ ‘이것 아니면 죽는다는 생각으로 전념해야 한다’는 어머니의 지론을 반항심 없이 받아들이는 것을 보면 박민지도 상당 부분 동의하는 것 같았다. 어머니는 운전과 마사지까지 도맡는 만능 매니저다.
골프밖에 모르는 것 같은 그에게 골프가 재미있느냐고 슬쩍 물었다. 박민지는 “학생 때는 사실상 365일이 연습 또 연습이라 살짝 재미없을 때도 있었는데 지금은 아니다”라고 주저함 없이 말했다. “프로 왔더니 완전히 다른 세상이 펼쳐졌어요. 스스로 목표를 세우고 그것을 위해 또 스스로 연습 계획을 짜고 하면 할수록 더 잘하고 싶어지고···. 골프가 참 재미있어요. 그동안은 골프 칠 때 너무 진지해서 사석에서의 얼굴이랑 완전히 다르다는 말을 많이 들었는데 이제 좀 웃기도 하고 세리머니도 확실하게 해보려고요. 긍정적인 에너지를 뿜어내는 선수로 기억되고 싶거든요.” /양준호기자 migue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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