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권의 서른 살

서울문화사 입력 2018. 11. 30.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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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 한가운데서 막 잡은 고기처럼 팔딱팔딱, 날것의 청춘이었다. 그의 서른은 혼란스럽고 치열하지만, 그게 젊음인 것을.
톱·액세서리 모두 에이치 블레이드, 팬츠 탁풀키오스크, 링 쿼르코오, 슈즈 OWN.

사실은 그를 만나고 싶었다. 드라마 <밀회> 때의 매력적인 모습이 선명했고, 이후 차곡차곡 필모그래피를 쌓았고, 최근엔 주말극에 출연해 라이징 스타에서 대중 스타가 됐다. 그 행보에 호기심이 일었다. 주말극 속 그는, 현실의 김권과는 상반됐기 때문이다. SNS로 엿본 그는 자유롭고, 멋스럽고, 혼란스러운 청춘을 고스란히 드러내고 있기에. 그 청춘의 이야기가 궁금했다.

최근 끝낸 주말극 <같이 살래요>는 본인에게 어떤 의미인가?
긴 호흡의 작품을 해보고 싶었어요. 선생님들과 호흡을 맞춰보면 배우로서 성장할 수 있을 것 같았거든요. 긴 호흡의 인물을 연기하며 변해가는 제 모습도 궁금했고요. 초반에는 적응이 힘들었는데 갈수록 역할에 몰입됐어요.

금수저 ‘최문식’ 역할이었다. 본인과 닮은 점이 있나?
목표가 생기면 갈 데까지 가는 편이에요. 예를 들어 누군가를 좋아하면, 상처 입더라도 끝까지 가요. 연기도 마찬가지예요. 내가 어디까지 집중할 수 있을까, 감정선을 어디까지 표현할 수 있을까, 상대 배우와의 몰입도는 어느 정도일까, 저를 시험하는 편이에요. 조금 잔인하죠.

좋아하는, 혹은 함께 연기하고 싶은 배우가 있나?
김태리 씨요. 영화 <리틀 포레스트>에서 무언가를 억지로 표현하려 하지 않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어요.

어느 인터뷰에서 “처음엔 겉멋으로 연기를 시작했다”라고 말했다.
길거리 캐스팅이 돼 2010년에 패션쇼로 데뷔했어요. 진짜 겉멋으로 시작했는데 하면 할수록 어렵더라고요. 소속사와 기획사를 찾아다니며 프로필을 돌리고 잘 봐달라고 빵도 돌려보고…(웃음), 그러면서 이 직업이 소중하게 다가왔어요.

10대 시절, 꿈이 뭐였나?
게임, 운동, 격투기. 제가 빠져 있는 것들이었죠. 어느 날 아버지가 “꿈이 뭐냐?”라고 물어보셨는데, “격투기가 하고 싶어요”라고 말했다가 집안이 발칵 뒤집어졌어요. 아버지가 젊은 시절에 취미로 복싱을 하셨거든요. 요즘은 복싱이 스포츠 개념이지만 그 시절엔 과격하고 배고픈 운동이었죠. 그래서 막연히 반대를 하셨고. 오히려 아버지가 연기자가 돼보는 게 어떻겠냐고 추천하셨어요. 평소에 제가 TV 속 연예인을 보고 이것저것 따라 하면 아버지가 보시곤 피식 웃고 지나가시곤 하셨거든요.

화보 촬영에서도 느꼈지만 끼가 많다. 기자가 본 남자 연예인 중 세 번째 정도?(웃음)
저는 타고난 게 없는 편이에요. 그래서 남들보다 노력을 많이 해요. 그래야 중간은 가죠. 스스로에게 냉정한 편이라 지금도 늘 불안해요. 연예계는 잘난 사람이 너무 많아 스스로 비교하며 자책하죠. 그래도 막상 슛에 들어가면 눈 딱 감고 뻔뻔해져요.

아우터 노앙, 톱 자라, 팬츠 어나더프레임, 슈즈 OWN.
아우터·액세서리 모두 노나곤, 팬츠 위캔더스.

모델로 데뷔한 그는 이듬해 드라마 <나도 꽃>(2011)을 통해 연기자로 데뷔했다. 이후 <밀회> <풍문으로 들었소> <공항 가는 길> <보이스> <마녀의 법정> 등에 출연했고, 올해 주말극 <같이 살래요>로 대중 스타가 됐다.

데뷔 8년 차이고, 올해 서른이 됐다.
서른. 아직 1년도 안 겪어봐서 잘 모르겠어요. 30대가 됐지만 막상 닥치니 큰 감흥은 없더라고요. 나이가 드니 덜 까다로워진 것 같긴 해요. 잘할 수 있는 역할, 하고 싶은 역할만 고집했는데 이제는 조금 어색해도 다양한 역할을 해보고 싶어요.

개인적으로는 <밀회>에서의 연기가 인상적이었다. ‘뺀질한 제비’ 역할.
그 작품에선 모든 배우가 힘을 빼고 연기했어요. 베테랑 선배님들 사이에서 저도 자연히 스며들었죠. 안판석 감독님이 판을 깔아주셨어요. 놀라운 경험을 많이 했던 작품이에요.

대학에서 연기를 전공했다(동국대 연극학부). 연출가의 꿈도 키웠다고 들었다.
예전에 맷 데이먼처럼 글을 쓰고 영화를 만드는 사람이 되고 싶었어요. 실제로 영화과 수업을 들으며 경험을 해봤는데 내 영역이 아니더라고요. 모두를 이끌어간다는 게 여간 힘든 일이 아니었어요.

이제부터 개인적인 얘기 좀 하자.(웃음) 화면에서 본 느낌과 실제로 본 느낌이 이렇게 다를 수 없다(그가 화보 촬영을 위해 스튜디오로 들어올 때 깜짝 놀랐다. 화면 속 까칠한 모습은 찾을 수 없고, 상냥한 미소년의 느낌이랄까).
제가 좀 왔다 갔다 해요. 때로는 상냥하고, 때로는 걷잡을 수 없이 날카롭고…, 그게 저예요. 저는 자유로워야 한다는 강박이 있어요. 즉흥적이고 어디로 튈지 모르죠. 한 번 사는 인생 남의 눈치 보며 살고 싶지 않아요. 자유, 제 인생의 키워드 중 하나예요.

연예인의 삶은 제약이 많지 않나?
그래서 애초에 신비주의를 추구하지 않았어요. 신비주의가 세련돼 보이고, 연기하는 데 도움이 되겠지만 저는 제 삶도 사랑하거든요. 화면 속에서만 신비로운 배우이고 싶어요. 실제로 만나면 말 걸고 싶은 배우이길 바라요. 독자 여러분, 혹시 지하철에서 저를 보시면 그래주세요.(웃음)

안 그래도 지인이 지하철에서 자주 봤다고 하더라.(웃음)
제가 ‘방탄소년단’처럼 ‘마비’시킬 정도의 인기가 아니잖아요. 그 정도의 인기라면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게 오히려 민폐죠. 저는 운전도 안 좋아하고, 차 막히는 것도 갑갑해해요. 걸어 다니고, 지하철 타고, 마을버스 타는 걸 좋아하죠. 마스크도 안 써요. 마스크는 방한용일 뿐이고, 모자는 머리 안 감았을 때 애용하죠.

본인을 사랑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제가 언제까지 연기할지는 저도 몰라요. 어느 날 생각이 바뀌면 문득 연기를 그만둘 수도 있어요. 모든 선택의 기준은 내 행복이거든요. 생각해보세요, 톱스타가 됐는데도 친구도 애인도 없고, 집에서 강아지만 기른다? 아…, 생각만 해도 끔찍해요. 저는 그런 삶은 살지 않을 거예요. 남들이 경험하는 것 다 해보고, 또래 친구들처럼 치열하게 살고, 자유롭게 젊음을 누리고 싶어요. 그래서 전 연기자가 된 뒤에 아르바이트를 하기도 해요. 궁금하고 재미있는 일이면 그냥 해보는 거죠 뭐.

대화를 하다 보니 ‘청춘의 아이콘’ 리버 피닉스가 떠오른다.
1991년도 개봉한 <아이다호>라는 영화를 보고 어쩜 저렇게 세련됐을까, 열광했죠. 영화 속에서 박시한 빈티지 재킷에 데님 하나를 툭 걸쳤는데 너무나 멋진 거예요. 그 자체로 낭만스럽고 멋져 보였어요.

패션, 라이프…, SNS를 보면 스타일이 무척 ‘힙’하다. 주말극 <같이 살래요>의 모습과는 상반된다.(웃음)
배우라는 직업이 선택받아야 하는 입장이잖아요. 훗날 제가 선택할 수 있는 위치가 된다면, 진짜 나를 보여주고 싶어요. 재미있을 것 같아요. 드라마에선 슈트를 많이 입지만 실제론 추리닝을 자주 입죠. 그런 제 모습을 말이에요.

궁극적으로 어떤 삶을 추구하는가?
자유로운 삶, 그래서 평범한 삶. 그게 가장 어렵다는 걸 알기에 끊임없이 노력해요. 일, 사랑, 가족, 친구…. 이 모든 밸런스가 맞는 삶을 원해요. 사랑도 처음엔 불안하지만 안정적으로 변하잖아요. 일도 그렇겠죠? 어느 한쪽으로든 치우치고 싶지 않아요.

스스로 자의식이 있는 편이라고 생각하나?
그래서 외롭고 고독하죠. 전 외로움을 많이 타는 편이에요. 그 외로움을 즐기는 것 같기도 하고요. 고독해요, 우울한 날도 많고요. 멍하니 있다가, ‘난 뭘까? 난 왜 연기를 할까?’ 생각에 빠지기도 하고, 하루 종일 음악을 켜놓고 방에서 나가지 않기도 하죠. 어두운 부분이 깊어지면 저를 갉아먹는다는 것도 알아요.

그게 청춘이다.
그 단어 좋아요. 뭐랄까, 봄 같아요.

나만의 힐링 장소가 있나?
서점이요. 잡지, 에세이, 시집…, 어슬렁거리며 여러 종류의 책을 뒤적거려요. 좋아하는 배우의 인터뷰를 정독하기도 하고, 마음에 드는 에세이를 메모하기도 하죠. 아, 오해는 마세요. 책 한 권을 정독해서 읽는 학구적인 스타일은 아니에요. 금방 잠들어요.

좋아하는 작가가 있나?
이기주 작가를 좋아해요. 언어, 에세이, 감성의 카테고리죠. 저는 글의 힘을 알아요. 우리가 대충 넘어갈 수 있는 일도 글로 옮기면 힘이 커져요. 힘들 때 짧은 문구나 에세이를 읽으면 힐링될 때가 많거든요. 심플하고 쉬운 문장이지만 가슴에 탁 꽂히는 글이 좋아요.

어젯밤 SNS에 글을 하나 올렸더라. ‘삶은 어느 날, 그래야만 했던 이유를 가만히 들려주리라.’ 공지영 작가의 글인데, 어떤 기분에서 올렸나?
사실은 요즘 제가 혼란기예요. 그러니까 저를 둘러싼 많은 것이 정리가 안 돼요. 사람들은 저더러 거칠고 강하다고 하는데, 사실 저는 그렇지 않거든요. 좋아하면 깊게 빠지고 그 나름의 트라우마도 있고….

이 혼란기를 어떻게 극복하고 있나?
힘들 때마다 떠올리는 나만의 힐링 문장이 있어요. 예전에 한 다큐에서 사법연수원생들의 72시간을 그렸는데, 거기서 몸이 불편했던 연수생이 했던 말이에요. “신은 때로는 인간의 지혜를 초월한 섭리로 당신의 먼 앞날을 걱정해주는 법이다.” 저는 이 말을 떠올리면 괜히 초연해져요. 요즘은 심플하게 사는 사람이 부러워요. 저는 고민과 생각이 많아 불면증도 심하거든요. 치열하기만 한 내 모습에 스스로 지쳐간다고 할까요. 결국 제가 행복해야 되잖아요. 행복하려고 사는 건데….

지금 뭐가 제일 힘든가?
연기요. 연기를 ‘거지같이’ 하고 온 날은 집에 와서 소파를 치죠. 창피하고 나 자신이 싫어서요. 제가 <같이 살래요>에 출연했던 이유는 단순했어요. 당시 미니시리즈와 동시에 섭외가 들어왔는데 부모님에게 효도하고 싶은 마음에 주말극을 선택했어요. 지금까지는 내 멋대로 내가 하고 싶은 역할만 했거든요. 작품을 하면서 생각도 많아지고, 우울해지기도 했지만 결과적으로 한 뼘 성장했다고 믿어요. 자유로운 것도, 틀에 박힌 것도 해보며 내 스타일을 찾아 나가는 과정이죠. 한 가지 스타일을 고수하면 소모되고 촌스러워지잖아요.

톱 트렁크 프로젝트.
아우터 로이나인, 톱 스탠아드, 팬츠 디클립, 슈즈 액셀시오르.

자, 이제 사랑 얘기를 해볼까?
그럴까요. 저는 일단 사랑 없이는 못 살아요. 사랑 없이는 내 인생도 없죠. 반문하고 싶어요, 사랑 없이 무슨 재미로 살아요?

일보다도 사랑이 우선이라는 의미?
당연하죠. 사랑이 제일 중요해요. 제가 추구하는 사랑은 한번 시작하면 끝까지 가는 사랑, 갈 데까지 가는 원초적인 사랑이에요. 연기도 그래요. 내가 노력하고 있는지도 모르게 깊게 빠지고 싶어요.

갈 데까지 간 사랑, 해본 적 있나.
있죠. 근데 앞으로 더 할 거예요.

안타깝게도 사랑에는 갑을이 있다. 더 사랑하는 쪽이 을이 된다.
전 사랑 앞에 적극적이에요. 밀당 같은 거 몰라요. 보고 싶으면 지금 봐야 해요. 행복한 순간이 오면 따지지 말고 누려야 하죠. 사랑이 그 자체로 우리를 행복하게 만들어주잖아요. 시소로 치자면, 마음이 무거운 쪽이 내려가지만 시소에서 쉽게 내려올 수 있는 사람도 내려간 사람이에요. 그래서 전 아낌없이 사랑해요. 미련 없이.

진부한 질문이지만, 좋아하는 이성 스타일은?
행동, 눈빛, 열정, 손끝, 패션, 미소, 그 어떤 것이라도 딱 꽂혀야 좋아해요. 나이와 비주얼은 상관없어요. 그 매력에 꽂히면 심장이 두근거리고 설레고 감정이 증폭돼요.

실연의 상처는 어떻게 극복하나.
클럽에도 가고, 술도 마시고, 음악만 듣기도 하고, 혼술도 해보고….(웃음) 편의점에서 와인이라도 사 와서 초 켜놓고 궁상떨지요 뭐.

서핑에 빠져 있다는 소문을 입수했다.
드라마를 끝내고 가장 먼저 해보고 싶었던 게 서핑이에요. 그래서 배웠는데, 완전 내 스타일! 물에서 노는 걸 워낙 좋아해요. 파도 위에 내가 설 때, 그 느낌이 끝내줘요. 얼마 전에 부모님과 제주도로 여행을 갔어요. 부모님 두 분이 데이트 가시고 저 혼자 서핑을 했어요. 그러다가 햇살이 너무 좋아서 보드 위에 누워 하늘을 바라봤어요. 너무 고요했고, 햇살은 빛났고…. 일, 가족, 헤어진 연인에 대한 생각도 나지 않는 망중한의 상태였어요. 최근 들어 가장 행복했던 순간이에요.

요즘 좋아하는 음식은 뭔가?
음식보다도 꽂힌 식당이 있어요. 해방촌에 있는데, 제 입맛에 맞아서 일주일에 3번을 갔다니까요.

좋아하는 동네는?
해방촌, 이태원, 경리단.

좋아하는 룩은?
스트리트 룩. 사실 요즘엔 옷을 잘 안 사요, 귀찮아서. 그냥 길 가다가 편집숍에 들어가 예쁜 게 보이면 사는 정도예요.

좋아하는 패션 아이템은?
이어커프(귓바퀴에 하는 액세서리)를 하면 뭔가 힙해진 느낌이랄까요? 행동도 더 자유롭게 변하죠. 아, 스케줄이 없는 날은 늘 추리닝을 입고 있어요.

마지막 질문이다. 혹시 오늘 못 한 말 있나? (10초간 침묵이 흘렀다.)
전형적인 말은 하고 싶지 않아요. 그러니까 “앞으로 잘 부탁드립니다” “많이 사랑해주세요.” 그런 말. 오늘 충분했어요, 이게 김권이에요.

아우터·팬츠 모두 위캔더스, 슈즈 OWN.





에디터 : 하은정 | 사진 : 민기원 | 스타일링 : 강성도 | 헤어 : 노혜진(에이바이봄&수퍼센스에이) | 메이크업 : 박장연(에이바이봄&수퍼센스에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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