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가 포럼서 읽는 2019 투자 키워드 | 내년 1분기 韓·中 주식 매수 적기 5G·바이오·2차 전지 유망주 기대

배준희 2018. 11. 30. 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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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는 해마다 연말을 앞두고 증시 전망 포럼으로 시끌벅적하다. 요즘처럼 주가도 좋지 않고 어수선한 때일수록 내실을 챙기며 조촐히 넘어가는 분위기다. 특급호텔에서 인기 걸그룹이 등장하던 화려한(?) 포럼은 기억 속으로 사라지는 모습이다. 그러나 각 분야 명망 있는 전문가가 대거 나서는 등 콘텐츠는 어느 때보다 알찼다.

최근 NH투자증권, KB증권, 신한금융투자, 하나금융투자, 한국투자증권 등 리서치 역량이 탁월한 증권사들이 일제히 전망 포럼을 열고 자웅을 겨뤘다.

▶코스피 ‘상저하고’ 한목소리

▷3000 전망 실종…‘박스피’ 불가피

이번 리서치 포럼에서 두드러진 트렌드는 주요 증권사들이 한목소리로 ‘상저하고’를 외쳤다는 점이다. 통상 애널리스트는 낙관론을 주장한다. 업(業)의 속성상 증시가 잘된다고 주장해야 투자자가 주식시장으로 모이고 증권사 영업에 도움이 된다. 전 세계적인 금융위기가 아닌 다음에야 매년 초 희망 섞인 목소리를 내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올 연말은 분위기가 확연히 달랐다. 2019년 코스피 3000 돌파를 언급한 증권사는 전무했다. 그만큼 상황이 녹록지 않다는 의미다.

지난해 매경이코노미 베스트 애널리스트 평가 1위였던 하나금융투자는 2019년 코스피가 1900~2400 사이를 움직일 것으로 예상했다. 지수 상단으로 2400을 꼽기는 했으나 ‘박스피’에 방점을 뒀다. 다른 증권사도 다르지 않다. 신한금융투자는 1850~2350, 한국투자증권은 1900~2400을 코스피 등락 범위로 제시했다.

주요 증권사들이 꼽은 리스크 요인은 크게 3가지다.

첫째는 이미 주식시장의 ‘상수’가 돼버린 미국과 중국 간 무역분쟁이다.

연말을 앞둔 증권가가 내년 증시 전망을 주제로 리서치 포럼을 잇달아 열었다.
신동준 KB증권 리서치센터 상무는 “미국이 중국산 수입품에 부과한 현재의 관세 규모와 관세율만 고려하더라도 2019년 상반기 중국의 경제성장률은 6%를 지키기 어려울 것”이라며 “2019년 1분기부터 중국의 대미 수출 증가율도 전년 대비 두 자릿수에서 마이너스로 급락할 것이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이에 따라 무역분쟁의 부정적 영향이 집중될 2019년 1분기를 전후해 글로벌 금융시장의 변동성은 한 번 더 확대될 위험이 높다는 진단이다.

두 번째는 국내 상장기업의 이익률 둔화다. 이미 지난 3분기까지 확인된 실적만 봐도 이런 조짐은 뚜렷하다. 한국거래소와 한국상장회사협의회가 집계한 12월 결산 코스피 534사의 1~3분기 실적을 보면 영업이익이 130조723억원으로 2017년 같은 기간(120조5674억원)보다 7.88% 늘었다. 하지만 ‘반도체 투톱’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빼면 영업이익은 65조5725억원으로 1년 전 같은 기간(72조8138억원)보다 약 10%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반도체 화장(化粧)’을 지우면 대부분 기업 실적이 이미 뒷걸음치고 있다.

박소연 한국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전체 이익의 3분의 1을 차지하는 반도체 업종의 감익(減益)으로 2019년 기업이익 증가율은 3% 수준에 그칠 것”이라며 “4분기 계절적 부진 등을 감안해 연말까지 추가 하향 조정이 발생한다면 2019년 기업이익은 5년 만에 연간으로 감익 전환할 가능성도 열어둬야 한다”고 지적했다.

세 번째 요인은 미국 금리 인상과 이에 따른 신흥국 금융시장 변동성 확대다. 소재용 하나금융투자 애널리스트는 “터키 등 기존 취약국은 새로운 위험이 아니다. 글로벌 리스크의 중첩 지역인 홍콩을 신흥시장의 바로미터로 삼아야 한다. 중국발 금융위기는 피해 가겠지만 홍콩 등 아시아 지역의 변동성 위험을 예의 주시해야 한다”고 짚었다.

▶미국 주식 여전히 ‘믿을맨’

▷원화 장기국채 분산 투자할 만

‘미국 주식과 한국 채권을 절반 이상 꼭 담고 내년 1분기 중 변동성 확대 국면에서는 한국, 중국 주식을 편입하라.’

내년 글로벌 자산배분 전략을 요약하면 이렇다.

투자 1순위는 ‘믿을맨’ 미국 주식이다. 신동준 상무는 “무려 114개월째 이어지고 있는 미국 경제의 장기 상승 국면은 2019년에도 지속될 것이다. 다만, 2017년 2분기부터 시작된 경기 확장 국면은 2018년 4분기를 정점으로 마무리되면서 감속 성장에 진입할 예정”이라고 전망했다. 요약하자면 미국 주식은 기대수익률을 낮춰야겠지만 2019년에도 완만한 상승세를 유지할 것이므로 필수 자산으로 꼭 담으라는 것이다.

원화 장기 국채도 분산 투자 차원에서 필수 편입 자산 중 하나다. 통상 금리와 채권 가격은 반대로 움직인다. 금리가 오르면 채권 가격은 떨어진다. 이 때문에 금리 상승 국면에서는 안전자산에 투자하더라도 장기채보다는 단기채에 투자하는 것이 상식이다. 만기 1년짜리 단기채는 보유 기간이 짧아 금리 인상에 따른 가격 변동이 덜하다.

반면 장기채는 보유 기간이 최소 5년 이상으로 길고 그에 따른 쿠폰(주식의 배당에 해당) 수익을 받기 때문에 금리 인상 국면에서는 가격 변동 리스크가 커진다. 이런 관점에서 본다면 원화 장기 국채에 투자하라는 조언은 다소 의아할 수 있다.

그러나 원화 장기 국채는 상황이 다르다. 무엇보다 외국인 투자자 사이에서 한국 채권은 우량 자산으로 통한다. 한국 경제의 펀더멘털(기초체력)이 튼튼한 것이 첫째 이유다. 경상수지는 2012년 3월 이후 75개월 연속 흑자 행진이다. 외환보유액은 지난 6월 사상 처음 4000억달러를 기록했다. 세계 8위 수준이다. 한국은행이 금리를 인상하기 녹록지 않다는 판단도 작용했다. 금리를 미국처럼 지속적으로 올리기 쉽지 않은 상황인 만큼 원화 장기 국채 수익률이 추가 하락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판단이다.

또 내년 상반기는 위험자산인 주식시장에서도 기회가 열릴 수 있다.

신 상무는 “미중 무역갈등의 부정적 여파는 중국을 중심으로 1분기에 극대화될 것”이라며 “달러 초단기 채권과 원화 장기 국채 편입 비중을 확대하고 위험자산의 새로운 진입 기회를 준비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하나금융투자가 제시한 자산배분 전략도 큰 틀에서는 비슷하다. 국내와 선진국 주식을 40%, 국내 채권과 선진국 채권을 30%가량 담을 것을 제안했다. 나머지 40%는 국내 우량 회사채, 리츠 등 대체투자 상품을 제시했다.

소재용 애널리스트는 “가격이 상당히 싸진 국내·신흥 주식의 반등 가능성은 열려 있지만 2019년 상반기까지는 위험자산과 안전자산의 균형을 맞출 필요가 있다. 이 때문에 국채와 현금을 확대하며 다소 보수적인 포트폴리오 전략을 구사해야 한다. 2019년 2분기 중으로 예상되는 경기 변곡점을 확인한 뒤 전략을 변경해도 늦지 않다”고 조언했다.

▶개별 종목 장세 펼쳐질 듯

▷실적 탄탄 스몰캡 두각 전망

요즘 증시 상황을 빗대 증권가에서는 ‘천하제일 트레이딩 대회’라는 우스갯소리가 나돈다. 기업 실적의 불확실성이 높은 만큼 될성부른 종목을 골라내는 ‘선구안’이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는 의미다.

신한금융투자는 반도체와 2차 전지, 바이오를 2019년 주도주로 꼽았다.

반도체는 상저하고 흐름 속 2019년 2분기부터 반등을 시도할 것으로 봤다. 곽현수 신한금융투자 애널리스트는 “반도체 업종 주가는 업황보다는 외국인 순매수에 좌우되는 경향이 강하다. 달러 약세 전환 시점이 내년 2분기부터라고 본다면 이때부터 반도체 종목의 주가 상승세가 나타날 것”으로 봤다.

2차 전지와 바이오에 대해서도 성장성에 대한 기대감을 감추지 않았다. 곽현수 애널리스트는 “한국에서 추세가 살아 있는 성장 업종은 사실상 2차 전지와 바이오뿐이다. 최근 2차 전지와 바이오 관련 종목의 외국인 비중과 주가 패턴은 과거 화장품 업종 상승기 때와 유사하다”고 진단했다. 과거 화장품 업종 상승기 때 1차 상승 국면에서는 외국인 비중 하락, 2차 상승 국면에서 외국인 비중 상승 패턴으로 나타났는데 현재는 1차에서 2차로 넘어가기 직전 과도기 상황이라는 것이 신한금융투자 분석이다. 이 때문에 2013년 화장품 때와 비교하면 2차 전지, 바이오의 PER(주가수익비율)은 바닥권 수준으로 2019년 상승 랠리가 펼쳐질 것이란 전망이다.

KB증권은 2019년 증시 테마로 ‘5G, 무인화, 미디어 콘텐츠, 전기차, 인공지능’ 등 5가지를 꼽았다. 5G는 자율주행차·스마트팩토리·로봇 등 4차 산업의 핵심 인프라라는 점에서, 무인화는 아마존 무인점포 확대 전략과 국내 최저임금 정책 이슈와 맞물려 주목받을 것으로 봤다. 미디어 업종은 OTT(Over The Top·인터넷을 통해 미디어 콘텐츠를 제공하는 서비스) 시장 성장성, 전기차는 기술 발전과 소재 산업의 효율성 개선, 인공지능은 실생활 전반에 영향력이 확대되는 점을 주목했다.

추천 종목으로는 삼성전자, LG화학, KT, DB손해보험, 스튜디오드래곤, 현대건설기계, 대한해운 등을 제시했다. 삼성전자는 반도체 설비투자 축소로 가격 하락폭이 제한적일 것이란 점과 2019년 추가 주주환원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서 유망하다고 평가됐다. LG화학은 자동차 전지와 ESS 전지의 구조적인 성장이, KT는 5G 투자로 빅데이터 신규 사업 본격화 가능성이 호재로 꼽혔다. DB손해보험은 손해율 하락과 사업비율 개선, 스튜디오드래곤은 프리미엄 콘텐츠 수요 증가, 현대건설기계는 중국·인도의 인프라 투자 확대, 대한해운은 조선 업황 개선 등이 투자 포인트로 분석됐다.

한국투자증권은 삼성전기와 SK이노베이션, SK텔레콤, CJ대한통운 등을 2019년 주목할 종목으로 꼽았다. 삼성전기는 IT 기기 고도화와 자동차 전장화로 MLCC 수요 급증의 수혜를 누릴 것이란 분석이다. MLCC는 전기를 저장했다 필요에 따라 안정적으로 회로에 공급하는 부품으로 ‘전자 산업의 쌀’로 불린다. 스마트폰, TV, 전기차 등 반도체와 전자회로가 있는 제품에는 대부분 들어간다. 스마트폰에 장착되는 카메라 숫자가 늘어나는 점도 호재다.

SK이노베이션은 오는 2020년 국제해사기구(IMO)의 선박 연료 황 함량 기준 인상이 본격화될 경우 가장 큰 수혜를 누릴 기업으로 분석됐다. IMO는 선박 연료유의 황 함유량을 기존 3.5%에서 0.5%로 대폭 낮추는 규제를 2020년 시행한다. SK이노베이션은 국내 정유사 중 저유황 연료유를 유일하게 생산하는 회사며 IMO 규제로 가격이 급등할 제품 비중 또한 60% 전후로 가장 높다는 분석이다. 높은 배당성향과 자사주 매입 등 적극적인 주주환원정책도 투자 포인트다.

이 외 SK텔레콤 역시 연 4%에 가까운 높은 배당수익률과 보안, 미디어, 커머스 등 비통신 사업 성장성이 돋보인다. 5G 시범 서비스 개시와 자회사 상장 등 추가 호재도 많다. CJ대한통운은 최저임금 인상 여파로 산업 내 구조조정이 확산되며 택배 운임 상승의 수혜를 누릴 것으로 분석됐다.

2019년에는 시가총액 규모가 상대적으로 작은 스몰캡 종목에 주목해야 한다는 조언도 주목을 끌었다. 사업 모델이 안정적이어서 경기에 둔감한 개별주가 관심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NH투자증권은 디앤씨미디어(콘텐츠 IP 강자), 아프리카TV(동영상 콘텐츠 수요 급증), 유비케어(헬스케어 플랫폼 업체로 진화), 비즈니스온(국내 1위 전자세금계산서), NICE(주주친화정책), 쎌바이오텍(신약 개발 기대), 비츠로셀(설비 가동 정상화), 오텍(본업과 자회사의 동반성장) 등 8개 종목을 꼽았다. KB증권은 락앤락(이익률 정상화), 인선이엔티(폐기물 사업 재개), 티씨케이(주력 제품 수요 증가), 파크시스템스 (원자현미경 수요 증가) 등 4개 종목을 유망주로 올렸다.

‘우리가 최고’ 리서치센터 신경전

장소·강사 섭외 물밑 경쟁 치열…인력 동원령도

지난 11월 14일은 주요 증권사 4곳의 리서치센터 포럼이 겹친 ‘빅매치 데이’였다. 리서치 포럼은 한 해 ‘농사’를 마무리하고 주요 기관투자자에게 내년 전망을 제시하는 자리여서 어디로 사람이 몰리느냐를 두고 신경전이 치열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NH투자증권, KB증권, 신한금융투자, 하나금융투자 등 4개 증권사가 같은 날 리서치 포럼을 열었다. 하나금융투자는 11월 14일 서울 여의도 본사에서 내년 증시를 전망하는 ‘2019년 리서치 전망 포럼’을 진행했다. 같은 날 KB증권도 ‘2018 KB 애널리스트데이’를 열었다. NH투자증권은 지난 11월 13~15일 사흘간 ‘2019 NH 투자포럼(Investment Forum)’을, 신한금융투자는 14~15일 양일간 ‘신한 금융시장 포럼’을 개최했다.

통상 리서치 포럼이 같은 달에 진행되는 경우는 많았지만 이번처럼 주요 증권사 행사가 동시에 열린 것은 이례적이다. 공교롭게도 4개 증권사는 2017년 매경이코노미 베스트 애널리스트 평가에서 상위 5위 안에 들었던 곳이다. 자연히 어느 증권사가 더 많은 참가자를 유치하느냐를 두고 자존심 싸움이 벌어졌다.

특히 이 가운데 한 증권사가 펀드매니저에게 보낸 문자 메시지를 두고 증권가에서는 뒷말이 나오기도 했다. 해당 문자 메시지는 ‘타 대형 증권사들이 금일 포럼을 개최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주저하지 마시고 꼭 저희에게 오실 것을 추천드린다. 냉정히 따져볼 때 저희 기업분석실과 대등한 실력을 갖춘 경쟁사 기업분석실은 존재하지 않는다. 회사에서 투자를 아끼지 않았기에 시장 영향력이 큰 애널리스트들이 많다’는 내용이다. 이를 두고 일부 경쟁사에서는 ‘굳이 다른 회사 리서치센터 역량을 깎아내렸어야 했느냐’는 식의 반응이 적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증권사들은 외부 강사를 섭외하는 데도 공을 들였다. 하나금융투자는 남북경협을 내년 주요 이슈로 보고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초청해 현 정부의 북방경제협력에 관한 강의를 진행했다.

지난해 ‘꽃보다’ 시리즈로 잘 알려진 나영석 CJ ENM PD를 섭외해 눈길을 끌었던 NH투자증권은 올해 여운혁 PD와 안덕근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 김기수 세종연구소 연구위원 등을 섭외해 특강을 열었다.

[배준희 기자 bjh0413@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1985호 (2018.11.28~12.04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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