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웅열 회장 퇴진] 회장 23년만에 퇴임..장남 이규호 전무 승진(종합)

안상희 기자 2018. 11. 28. 0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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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웅열(63) 코오롱(002020)그룹 회장이 내년부터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다. 이 회장은 2019년 그룹 정기임원 인사에서 장남인 이규호(35) ㈜코오롱 전략기획담당 상무를 전무로 승진시켰다.

28일 오전 서울 마곡동 코오롱원앤온리타워에서 자신의 퇴임을 밝힌 코오롱그룹 이웅열 회장이 임직원들과 악수를 나누며 눈물을 글썽이고 있다./코오롱 제공

이규호 전무는 코오롱인더스트리 FnC부문 최고운영책임자(COO)에 임명돼 그룹의 패션사업 부문을 총괄한다. 그룹 측은 "이 회장이 이 신임 전무에게 바로 그룹 경영권을 물려주는 대신 그룹의 핵심 사업부문을 총괄 운영하도록 해 본격적으로 경영에 참여토록 한 것"이라며 "그룹을 이끌 때까지 경영 경험과 능력을 충실하게 쌓아가는 과정을 중시한 결정"이라고 했다.

코오롱그룹은 지난 23년 동안 그룹 경영을 이끌어온 이웅열 회장이 2019년 1월 1일부터 그룹 회장직을 비롯해 지주회사 ㈜코오롱과 코오롱인더스트리㈜등 계열사의 모든 직책에서 물러난다고 28일 밝혔다.

이 회장은 이날 오전 서울 강서구 마곡동 코오롱원앤온리타워에서 임직원 200여명이 참석해 열린 성공퍼즐세션 말미에 예고없이 연단에 올라 "내년부터 그동안 몸담았던 회사를 떠난다"며 "앞으로 그룹 경영에는 관여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성공퍼즐세션은 그룹이 매주 수요일 임직원과 명사 등의 성공사례를 공유하는 자리다.

이 자리가 끝난 후 이 회장은 사내 인트라넷에 ‘임직원들에게 보내는 서신’ 이라는 제목의 글을 올려 퇴임을 공식화 했다. 코오롱측은 별도의 퇴임식은 없다고 밝혔다.

이 회장은 서신을 통해 "이제 청년 이웅열로 돌아가 새롭게 창업의 길을 가겠다"며 "그동안 쌓은 경험과 지식을 코오롱 밖에서 펼쳐보려 한다"고 밝혔다.

그는 "1996년 1월, 40세에 회장직을 맡았을 때 20년만 코오롱의 운전대를 잡겠다고 다짐했었는데 3년의 시간이 더 지났다"며 "시불가실(時不可失)이라는 말처럼 지금 아니면 새로운 도전의 용기를 내지 못할 것 같아 떠난다"고 전했다. 이어 "금수저를 물고 태어난 덕분에 다른 사람들보다 특별하게 살아왔지만 그만큼 책임감의 무게도 느꼈다"며 "그동안 금수저를 물고 있느라 이가 다 금이 간듯한데 이제 그 특권도, 책임감도 내려 놓는다"고 덧붙였다.

이 회장은 떠나면서 임직원들에게 변화와 혁신의 속도를 더 높여줄 것을 당부했다. 이 회장은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산업 생태계 변화의 물결에 올라타지 못하면 도태된다"며 "새로운 시대, 그룹의 새로운 도약을 위해, 그 도약을 이끌어 낼 변화를 위해 회사를 떠난다"고 말했다.

그는 "코오롱의 변화를 위해 앞장서 달려왔지만 그 한계를 느낀다"며 "내 스스로 비켜야 진정으로 변화가 일어나겠다고 생각했다"고 고백했다. 그룹 변화와 혁신의 모멘텀을 지피기 위해 스스로의 변화를 택했음을 강조한 것이다.

이웅열 코오롱 회장(왼쪽)과 장남 이규호 전무./코오롱그룹 제공

코오롱그룹은 이날 2019년 정기 임원인사를 발표했다. 이번 인사에서 유석진 ㈜코오롱 대표이사 부사장(54)은 대표이사 사장으로 승진해 지주사를 이끌게 됐다. 신설되는 '원앤온리위원회'의 위원장도 겸임한다. 유 대표이사 사장은 2013년 ㈜코오롱 전무로 영입돼 전략기획 업무를 맡아오다 지난해 대표이사 부사장에 발탁 승진했다.

여성 임원 4명이 한꺼번에 승진하는 파격적 발탁도 이뤄졌다.

코오롱인더스트리 FnC부문에서 ‘래;코드’, ‘시리즈’ 등 캐주얼 브랜드 본부장을 맡아온 한경애 상무가 전무로 승진했으며, ㈜코오롱 경영관리실 이수진 부장이 상무보로 발탁돼 그룹 역사상 여성으로서는 처음으로 재무분야에서 임원으로 승진했다. 세계 최초의 골관절염 세포유전자 치료제인 ‘인보사’등 바이오신약연구개발을 총괄하는 코오롱생명과학 바이오신약연구소장 김수정 상무보와 코오롱인더스트리 화장품사업TF장 강소영 상무보는 각각 상무로 승진했다.

코오롱그룹은 2013년 처음 여성 CEO를 배출하며 10년째 여성임원의 승진을 이어가고 있다. 코오롱은 지난 10여년 동안 대졸공채 진행시 여성 인력을 30% 이상 지속적으로 뽑아오고 있으며 여성 멘토링 제도 운영 등 여성리더 육성에 역점을 두고 있다.

코오롱그룹은 이 회장의 퇴임으로 지주회사를 중심으로 각 계열사의 책임 경영을 더욱 강화하기로 했다. 주요 계열사 사장단 등이 참여하는 협의체 성격의 ‘원앤온리위원회’를 둬 그룹의 정체성, 장기 경영방향, 대규모 투자, 계열사간 협력과 이해 충돌 등 주요 경영 현안을 조율하기로 했다.

코오롱그룹측은 "최근 몇 년 세대교체 인사를 통해 보다 젊고 역동적인 CEO라인을 구축해왔다"며 "젊은 CEO들이 그룹 변화와 혁신을 이끌어 갈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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