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리를 생리라 말하지 못하고 ①

2018. 11. 27. 0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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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3회에 걸쳐 '생리'에 대한 이야기를 연재해보려고 합니다.

공교육 현장에서부터 '내 몸'에서 일어나는 일을 부끄러워하도록 가르치는 잘못된 성교육의 세계(?). 남학생의 몽정은 영화로 만들어질 만큼 가시화됐지만, 여학생의 생리는 여전히 '창피한 것'으로 교육하고 있지요.

생리통이 심해 체육을 못한다는 말을 그저 몸이 아파서, 배가 아파서라는 말로 에둘러 말한다.

교육청 화장실마저 '여성용품, 위생용품, 매직센스 수거함'이라며 생리대를 대신하는 단어들이 가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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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하는 교육] 초등 교실 속 젠더 이야기

[한겨레] 앞으로 3회에 걸쳐 ‘생리’에 대한 이야기를 연재해보려고 합니다. 공교육 현장에서부터 ‘내 몸’에서 일어나는 일을 부끄러워하도록 가르치는 잘못된 성교육의 세계(?). 남학생의 몽정은 영화로 만들어질 만큼 가시화됐지만, 여학생의 생리는 여전히 ‘창피한 것’으로 교육하고 있지요. 초등 교실에서 <나의 첫, 월경수다> 수업을 기획·진행한 이야기를 함께 들어보실까요?

지난 11월2일 아이들과 함께 ’나의 첫, 월경수다’ 수업을 진행했다. 우리 아이들에게 ’월경’에 대해 툭 터놓고 수다 떨 수 있는 기회를 주자. 월경을 왜 하는지, 우리 몸은 어떻게 생겼는지 자세히 알려주자. 생리대 외에 다른 대용품은 무엇이 있는지 설명하고 보여주자. 초등젠더교육연구회 ’아웃박스’ 제공

파우치 속에 숨겨온 우리의 ‘그것’

“너 그거 있어?” “파우치에 하나 있어. 빌려줄까?”

선생님이 보면 혼내기라도 하는 걸까, 혹은 다른 아이들이 절대 알아서는 안 되는 물건일까. 교실에서 이루어지는 은밀한 대화, 이 대화의 목적은 ‘생리대 빌리기’이다. 12살 앞뒤로 시작되는 생리, 혹은 월경. 세상의 절반인 모든 여성들에게 나타나는 주기적이고도 지속적인 신체의 변화지만 나와 우리는 왜 월경을 하는지, 어떤 불편이 있는지, 어떻게 하면 조금 더 편하게 할 수 있을지 제대로 배우지 못했다. 그나마 교육이라면 초경이 시작된 뒤 엄마에게 배운 잠깐의 ‘생리대 가는 법’ 정도가 전부랄까.

교실 속 여학생들의 상황은 몇십 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하다. 생리통이 심해 체육을 못한다는 말을 그저 몸이 아파서, 배가 아파서라는 말로 에둘러 말한다. 생리대는 누가 볼까 파우치에 넣어 다닌다. 생리대 외에 어떤 대용품이 있는지는 전혀 알지 못한다. 교육청 화장실마저 ‘여성용품, 위생용품, 매직센스 수거함’이라며 생리대를 대신하는 단어들이 가득하다.

정규 교육과정에서 월경을 언급할 시간도 많지 않다. 유일한 보건 수업마저도 흡연, 음주, 개인위생 등 여러 범주 중에 일부로 성교육이 속해있고, 그중에서도 월경 수업은 극히 일부이기 때문에 아이들에게 꼭 필요한 내용은 다루지 않는다. 왜 우리는 아이들과 생리에 관해 이야기하지 않았는가. 왜 월경을 숨기고 터부시되도록 놔두었는가. ‘그 날이야, 마법에 걸렸어’나 ‘매직 센스’와 같은 말로 감춰왔는가.

“왜 월경을 월경이라 말하지 못하나!”

월경에 대해 툭 터놓고 수다 떨 수 있는 기회를 주자. 월경을 왜 하는지, 우리 몸은 어떻게 생겼는지 자세히 알려주자. 생리대 외에 다른 대용품은 무엇이 있는지 보여주자. 대신 진지하지 않게, 재밌게 해 보자! 그래서 기획했다. <나의 첫, 월경수다>를. 학교를 섭외하고, 서울시립청소녀건강센터 ‘나는 봄’의 지원을 받아 우리만의 축제를 준비했다. 부스를 하나하나 기획하고 준비하는 데 꼬박 한 달이 걸렸다.

행사에 참가할 학생들의 신청을 받아보니 의외로 4학년이 제일 많았다. 아직 월경을 시작하지 않은 친구들이었다. 왜 신청하냐 물어보니 “엄마가 가래서요~”라 답한다. 월경을 시작하면 무엇을 어떻게 말해주어야 하는지 보호자들의 걱정이 묻어난 대답이었다. 남학생들의 신청도 둘 있었다. 아쉽게 함께하지는 못했다. 여학생에게 치우친 행사라 할 수도 있다. 그게 맞다. 물론 서로의 신체 변화를 알고, 더 존중하기 위해서는 남학생과 여학생 모두가 함께 배워야 하지만, 이번 행사는 ‘언급조차 할 수 없었던 생리’를 몇 시간 만이라도 마음껏 떠들어보자는 것이 취지였다. 걱정하는 시선도 많았기에 보란 듯이 잘하리라 다짐하며 문제는 없는지, 아이들의 수준에는 맞는지, 틀린 정보는 없는지 꼼꼼히 확인하고 또 확인했다. <나의 첫, 월경 수다>, 과연 무사히 열릴 수 있을까?

*교육방송(EBS) 육아학교 유튜브 계정에 올라온 초등젠더교육연구회 ’아웃박스’의 ’월경, 이젠 당당하게 말하자!’ 수업 영상 클릭해서 보기 www.youtube.com/watch?v=vVcLxnRC_Ro

김수진(초등젠더교육연구회 교사, <예민함을 가르칩니다> 공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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