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흉년 드래프트' KBL 새내기들, 훗날 평가 뒤바꿀까

스포츠한국 박대웅 기자 입력 2018. 11. 27. 0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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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한국 박대웅 기자] 매년 프로농구 신인 드래프트가 열릴 무렵이면 ‘빅3’, ‘한국 농구의 미래’, ‘괴물의 등장’과 같은 표현들이 쏟아지곤 한다.

실제 지난해에는 허훈-양홍석이 뜨거운 관심을 받았고, 2016년에는 이종현-최준용-강상재가 화제의 중심에 있었다. 2013년 역시 김종규-김민구-두경민이 경희대 빅3로 평가받았다. 물론 사실상의 1순위가 일찌감치 정해진 경우도 많았으나 초대형 신인의 등장은 농구 팬들을 늘 설레게 했다.

하지만 2018 신인드래프트는 일찌감치 ‘흉년’이라는 꼬리표가 따라붙었다. 리그 판도를 뒤흔들만한 선수를 찾아보기 어렵고, 전체적인 실력 역시 다른 시즌과 비교하면 무게감이 떨어진다는 평가가 많았다.

연합뉴스 제공

실제로 이번 드래프트에서는 총 46명의 선수 가운데 21명만이 프로 문턱을 넘었을 뿐이며, 2라운드에서 무려 7개 구단이 지명을 포기하는 사상 초유의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물론 3라운드 이후 8명이 추가로 프로 유니폼을 입게 됐지만 각 구단이 ‘패스’를 외칠 때마다 관중석에서는 아쉬움의 탄성이 쏟아졌다.

최상위권 지명자들 중에서도 박준영, 변준형이 각각 1, 2순위로 KT, KGC인삼공사에 지명됐으나 두 선수 모두 ‘즉시전력감’ 정도가 그나마 찾아볼 수 있는 칭찬의 표현이었다. 3순위 현대모비스는 고졸 서명진을 지명해 현재보다 미래를 대비하는 모습을 보였고, 4순위 LG도 고려대 2학년을 마치고 얼리 드래프트를 신청한 김준형의 체격 조건(신장 201cm)에 희망을 걸어본 상황이다.

이 밖에도 1라운드부터 선수 이름이 불릴 때마다 깜짝 놀라는 반응들이 관중석에서 쏟아졌다. 애초부터 선수 풀이 다양하지 않아 모험을 시도하는 팀들이 있었고, 때문에 이변이라고 느껴질 픽들이 제법 있었다.

고교, 대학 무대까지 보여준 모습만으로는 많은 농구인들이 지적한대로 잠재력의 깊이는 물론 넓이에서도 흉년이라는 표현이 틀렸다고 보긴 어렵다. 하지만 21명의 2018~19시즌 신인들 모두가 프로에서는 아직 첫 걸음마도 밟지 않은 상태다. 먼 훗날에도 2018 신인드래프트가 흉년으로 기억될지, 숨은 진주들이 다수 발견된 시기로 남을지는 지켜볼 필요가 있다.

과거에도 데뷔 전부터 높은 기대를 받았다가 예상만큼 성장하지 못한 선수가 있었고, 반대로 관심 밖의 선수가 소위 대박을 터뜨린 사례들이 있었다.

2009~10시즌 정규시즌 및 챔피언결정전 MVP로 1라운드 10순위의 신화를 쓴 함지훈. KBL 제공

현대모비스 함지훈은 중앙대 시절에도 뛰어난 빅맨으로 평가받기는 했지만 2007년 신인드래프트 1라운드 마지막 10순위로 선발된 선수였다. 하지만 2009~10시즌 정규시즌과 챔피언결정전 MVP를 쓸어 담았고, 2015~16시즌까지도 베스트5에 이름을 올리는 등 그 해 드래프트 된 선수 중 가장 성공적인 프로 커리어를 쌓았다.

김동욱 역시 고교 시절에는 방성윤의 라이벌로 평가받을 만큼 기량이 출중했지만 대학 시절 부침을 겪으면서 2005년 2라운드 전체 14순위로 뒤늦게 호명됐다. 하지만 30대 중반의 나이에 기량이 만개하며 FA 대박을 터뜨리는 등 신인 시절의 평가를 뒤집는데 성공했다.

이 밖에 정병국 역시 정확한 슈팅을 앞세워 3라운드 숨은 진주의 상징으로 평가받고 있으며, 박상률도 현역 시절 쏠쏠한 활약으로 2부리그 출신 신화를 작성했다. 2003년 2라운드 8순위로 삼성에 지명된 이현호도 데뷔 당시 높은 기대를 받았던 선수들의 부진으로 인해 다소 민망한 성적으로 신인상을 수상했지만 전자랜드에서 모범이 되는 모습으로 후배들의 귀감이 됐다.

2013년 신인드래프트 2라운드 전체 11순위로 현대모비스에 지명됐던 이대성 역시 최근 농구인들이 꼽는 대표적인 대기만성형 선수다. 약 1000개의 슈팅을 성공시킬 때까지 코트를 떠나지 않을 만큼 소문난 연습벌레이자 독종이다.

KGC 김승기 감독은 “대학 시절부터 이대성을 알고 있었지만 정말 농구 밖에 모르는 선수였다. 연습경기조차 열심히 했는데 지금도 그 모습은 변함이 없더라”며 상대 선수임에도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상위 지명을 받은 선수들 중에서도 기대보다 훨씬 더 대단한 업적을 이뤄낸 사례들이 많다. 김승현의 경우 동국대 시절부터 남다른 농구 센스를 인정받았지만 데뷔 당시에는 대학 최고의 빅맨 송영진 뿐 아니라 포인트가드 내에서도 전형수보다 평가가 낮았다. 그러나 데뷔 시즌부터 신인왕-MVP를 모두 수상하는 등 역대에 손꼽힐 임팩트를 남겼다.

또한 두경민도 경희대 BIG3 중에서는 가장 저평가를 받았으나 동기들 중 가장 먼저 MVP를 수상했으며, 한때 농구를 포기하고 현역 입대를 했던 박상오(2007년 1라운드 5순위)도 살림꾼 이미지로 출발했지만 MVP를 수상하며 인생 역전을 이뤄낸 바 있다.

2018 KBL 신인 전체 1순위로 KT에 지명된 박준영. KBL 제공

이처럼 아마추어 시절 저평가를 받았다고 하더라도 본인의 노력, 팀과의 궁합 등 다양한 요인에 의해 프로에서 기대치를 뛰어넘는 성공을 거둔 선수들이 제법 많았다.

2018년 신인들 역시 현재의 평가를 뒤집어보겠다는 각오로 가득 차 있다. 전체 1순위로 KT 유니폼을 입은 박준영은 ‘흉년 드래프트’라는 평가에 대해 “결국 얼마나 열정적으로 하느냐에 달린 문제라고 생각한다. 최악의 세대라는 평가가 있지만 훗날 잘못된 판단으로 남도록 노력을 하겠다”는 각오를 전했다.

2순위로 KGC인삼공사행이 결정된 변준형 역시 “대학 무대에도 잘 하는 선수들이 많이 있었다고 생각한다. 프로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준다면 훗날 이번 드래프트에 대한 평가도 달라질 것이다”라며 목소리에 힘을 줬다.

3라운드 5순위로 오리온 유니폼을 입은 강병현도 “2008년 이후 10년 만에 또 다른 강병현이 데뷔했다. 주눅 들지 않고 반드시 흙 속에 진주가 있었다는 것을 보여드리겠다”는 당찬 데뷔 소감을 밝혔다.

스포츠한국 박대웅 기자 yuksamo@sportshankoo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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