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손녀 목소리 보도한 방송사, 처벌 받을까?

유동주 기자 2018. 11. 22. 1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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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L] [팩트체크] 녹취자가 대화 참여하면 녹취로 형사 처벌 안 받아..민사에선 '음성권' 침해로 손해배상 청구 가능..운전기사 급여 회사 지급 '배임·횡령죄' 성립 가능성


방정오 TV조선 대표이사 전무의 딸이자 방상훈 조선일보 사장의 손녀가 50대 운전기사 김모씨에게 한 폭언이 방송을 통해 공개되자 조선일보 측이 법적대응에 나설 뜻을 밝혔다.

방 전무 측은 이를 녹취한 김씨와 이를 보도한 방송사에 민·형사상 책임을 지울 수 있을까?

16일 한 방송사가 딸의 음성을 공개한 뒤 방 전무는 법률대리인을 통해 "공인도 아닌 미성년자 아이의 부모가 원하지 않는데도 목소리를 공개해 괴물로 몰아가는 것은 너무 지나친 보도"라며 "사생활 침해 등 법적인 대응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방 전무 측이 문제 삼을 수 있는 부분은 크게 2가지다. 김씨가 방 전무의 미성년 딸의 목소리를 녹음한 것과 방송사가 그 음성을 보도한 것이다. 이는 각각 형사처벌 문제와 민사상 손해배상 문제도 나눠서 봐야 한다.

우선 형사적으로는 김씨와 방송사 모두 처벌이 쉽지 않다. 녹음한 김씨가 대화에 참여했기 때문이다. 통신비밀보호법 등은 "타인 간의 대화를 녹음하거나 전자장치 또는 기계적 수단을 이용하여 청취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본인이 대화에 참여해 그 목소리가 녹음 파일에 포함돼 있다면 형사적으로 문제가 되지 않는다.

방송사가 방 전무 딸의 음성을 그대로 내보낸 것도 ‘명예훼손죄’로 문제 삼을 수 있다. 방 전무의 경우 공인으로 볼 수 있고, 보도가 공익적 성격을 갖고 있다는 점에서 처벌로 이어지긴 쉽지 않다는 게 법률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대개 실제 있었던 ‘사실’을 보도하고 언론의 공익적 보도 목적이 인정된다면 보도에 명예훼손적 내용이 있더라도 처벌받지 않는다.

다만 그의 미성년 딸은 공인으로 보기 어렵다는 점에서 방 전무 측이 딸의 명예가 훼손됐다고 주장한다면 형사처벌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순 없다.

한편 민사적으로 방 전무가 명예훼손에 따른 인격권 침해 등을 주장하며 방송사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한다면 법정에서 다퉈볼 수 있다. 또 방송사가 딸의 음성을 보도한 것에 대해서도 '음성권' 침해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

김운용 변호사(다솔공동법률사무소)는 "사람은 누구나 자신의 음성이 자신의 의사에 반해 녹음·재생·녹취·방송·복제·배포되지 않을 권리를 가진다"며 "‘음성권’은 헌법상 보장된 인격권에 속하는 권리이기에 동의 없이 상대방의 음성을 녹음하고 재생하는 행위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음성권을 침해하는 것으로 불법행위에 해당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지난 12일 서울중앙지법 강영호 판사의 판결문에 개인의 '음성권'을 인정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해당 사건은 교사 A씨가 불법 녹음으로 인한 음성권 침해를 주장하며 손해배상을 청구한 것이었다. 후배 교사 B씨가 교무실에서 자신이 소리치는 음성을 녹음한 것을 문제삼아 민사소송을 제기한 것이다.

판결에서 강 판사는 "상대방 동의 없는 대화 녹음은 위법성이 조각되지 않는 한 음성권 침해에 해당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다만 그 사건에선 B씨의 녹음 행위는 용인되는 수준이라고 봤다. 교무실이라는 공개된 장소에서 여러 교사가 지켜보는 가운데 이뤄졌고, 녹음의 동기도 A씨가 먼저 고함을 치기 시작한 데 있다는 점 등에 비춰보면 이 같은 녹음행위가 사회윤리나 사회통념에 비춰 용인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하급심이지만 '음성권'침해도 손해배상 대상이 될 수 있다는 판단 근거를 제시한 셈이다. 따라서 만약 방 전무 측에서 운전기사의 녹음 행위를 문제삼아 민사소송으로 손해배상을 청구한다면 치열한 법정다툼이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에선 아직 '음성권' 침해를 이유로 한 손해배상 청구가 인정된 사례가 없다.

일각에선 김씨가 음성파일을 아이 엄마에게 전달한 것에 대해 '협박'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그러나 법률 전문가들은 협박의 요건에 해당한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봤다. 운전기사가 파일을 보내면서 특별한 요구를 하지 않았고, 고용인으로 볼 수 있는 방 전무의 부인이자 아이의 엄마에게 상황을 설명하려는 의도였던 것으로 볼 수 있다는 점에서다. 김 변호사는 "해악의 고지나 재물이나 재산상 이익을 요구하지 않았다면 협박으로 인정 안 될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아울러 운전기사의 급여를 회사가 지급한 것에 대해선 배임죄 또는 횡령죄가 성립할 가능성이 있다는 게 법조계의 시각이다. 회사가 급여를 지급하는 직원이 대표이사 자녀의 등하교와 부인의 외출 등 개인적 일을 위해 운전을 했다는 점에서다. 이번 사건에서 TV조선 대표이사 부인의 운전기사의 고용주체는 디지틀조선일보였다.

2005년 조선일보는 남대문세무서와 다툰 법인세 소송에서 회장과 사장의 부인을 위해 승용차를 운전했던 직원들, 사저(흑석동 소재) 경비원들의 급여 등에 대해 '손금산입'하지 않아야 한다는 판결을 받은 바 있다.(서울행정법원 2005. 10. 13. 선고 2003구합34271 판결) 경영진 부인의 운전기사와 사저 경비원의 급여에 대해선 회사의 비용처리가 인정되지 않는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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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동주 기자 lawmaker@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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