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노총 총파업에 靑 노동정책 진퇴양난..참여정부 '오버랩'

이태희 2018. 11. 21. 1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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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오른쪽 네번째)을 비롯한 집행부 관계자들이 14일 오전 서울 종로구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열린 '11.21 총파업 투쟁승리! 민주노총 시국 농성 돌입 기자회견'을 마치고 시국 농성에 돌입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문재인 정부와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의 갈등이 최고조에 달했다. 민주노총은 21일 정부 노동정책 기조에 반발하며 총파업에 돌입했다. 문재인 정부와 민노총간의 갈등 양상은 과거 참여정부 때의 '데자뷔'라는 분석이 나온다. 확실한 지지층이었던 노동계와 결별은 당시 정권 차원에선 큰 결단이었으나 추락하는 지지율의 최후의 방어선을 포기하는 것이나 다름없는 것이었다. 현 문재인 정부 청와대도 민주노총과의 갈등 상황을 심각하게 바라보고 있다. 노동개혁을 통해 일자리를 확충해야 하는 정부로선 탄력근로제·최저임금 산입범위·광주형 일자리 등을 놓고 사사건건 부딪히기만 하니 또다시 '결별이냐', '달래기냐'를 놓고 고민을 거듭하고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정부 출범을 함께 해 온 민주노총과 결별하는 길을 택할 순 없다"면서도 "노무현 정부 때처럼 노동계에 주도권을 주고 휘둘려선 안된다는 주장도 나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우군 반대에도..文, '국익' 원칙 지킬까
노무현 정부와 문재인 정부는 출범 초기 '친노동 정부'임을 내세웠다는 공통점이 있다. 그러나 본격적인 노동개혁 정책이 시작 될 때마다 민주노총과 극심한 대립을 이어가며 갈등을 빚었다.

노무현 정부 출범 초기인 2003년 5월 민주노총은 철도노조·화물연대 파업을 주도하며 정부에 각을 세우기 시작했다. 당시 노 전 대통령은 "노조들이 정부 길들이기를 하려 한다", "대통령 못 해 먹겠다"는 등 강한 발언을 이어가며 강경대응을 예고했다.

이후 2006년 11월 파견법과 기간제법이 국회를 통과하고, 2007년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 타결되면서 참여정부와 민주노총 사이 갈등은 '최악'으로 치달았다. 여기에 이라크 추가 파병 이슈까지 겹치면서 민주노총과 정부는 사실상 결별 수순을 밟았고, 노 전 대통령의 지지율도 하락세를 면치 못했다. 그럼에도 노 전 대통령은 '국익'이라는 원칙으로 밀고 나갔다.

문 대통령은 당시 참여정부 청와대 참모로서 노 전 대통령과 민노총와의 결별 과정을 지켜봤다. 문 대통령은 당시 갈등상황에 대해 자서전 '운명'에서 "노동계가 참여정부에 대한 기대 때문에 처음부터 서두르거나 과욕을 부린 것일지도 모르겠다. 또는 노동계의 높은 기대를 참여정부가 감당 못했을 수도 있다"며 "어쨌거나 (노정갈등이)결과적으로 개혁역량을 손상시킨 측면이 크다"고 했다.

문 대통령도 지난 5월을 기점으로 노정 갈등에 직면했다. 당시 국회에서 최저임금 산입범위 확대법안이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부터 민주노총의 볼멘 소리가 시작됐다. 이어 정부가 탄력근로제 확대 추진을 발표하자 본격적인 대립 양상으로 바뀌었다.

청와대 내부에는 노무현 정부 때처럼 노동계에 주도권을 주고 휘둘려선 안된다는 위기의식이 깔려 있다. 그러나 한편으론 노동계 협조가 있어야 경제위기를 타개할 수 있다는 입장도 복합적으로 고려하고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오늘 현안점검회의에서 문 대통령에게 민주노총 총파업과 관련해 보고가 올라갔고, 다른 날 보다 회의 시간이 길어졌다"고 전했다.

■ 노동계과 골 깊어지는 여당..고민 커진 지도부
민주노총이 총파업에 들어가면서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지도부의 고민도 커지고 있다.

여당은 이미 야당과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확대에 대해 연내 노사 합의를 이끌어내 통과키로 한 상태다. 마감 시간이 임박해오고 있지만 여당은 민주노총과는 대화의 물꼬도 트지 못하고 갈등의 골만 깊어지며 곤혹스러운 상황에 놓여있다.

이런 분위기 속 여당은 탄력근무 단위기간 확대 문제 말고도 최저임금 산입범위 등 다양한 노동현안에 대해 노동계와 합의를 이끌어 내야하기에 이번 총파업을 강하게 비판조로 몰아세우기도 부담스러운 입장이다.

우선적으로 여당은 민주노총이 경사노위 등 대화에 참여하는 등 전향적인 태도를 보일 것을 재차 촉구하고 나섰다.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홍영표 민주당 원내대표는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확대에 대해)노동계의 일방적인 양보를 요구하는 것이 아니다"라면서 "탄력근로제 기간 확대에 대해 마치 경영계 입장만 반영한다고 생각하는 것은 오해다"고 말했다.

이어 "경사노위에서의 노사 합의를 국회가 존중해 입법하는 절차를 거치도록 하겠다"며 "국제노동기구(ILO)에서 권고하는 8개 핵심협약 중 결사의 자유 및 단결권 협약과 강제노동 폐지 협약 등 4개 협약에 대한 국회비준도 경사노위에서 합의를 이룬다면 반드시 국회에서 처리될 수 있을 것"이라고 약속했다.

golee@fnnews.com 이태희 박지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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