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돋보기] 中 신장의 '빅브라더'..세계를 긴장시키는 "첨단감시망"

박에스더 2018. 11. 21. 0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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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 오웰이 예언한 '빅브라더'가 현재에 있다면?

영국의 위대한 소설가 조지 오웰이 죽기 1년 전인 1949년 46세의 나이에 펴낸 소설 <1984>는, 인간의 삶이 결국은, 첨단기술과 결합된 전체주의적 감시시스템에 의해 말살되리라는 예언을 담아, 전 세계에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소설에서 "당신의 모든 것을 낱낱이 내려다보고 있다"는 전체주의적 감시를 상징하는 존재는 '빅브라더(Big Brother)'! 우리는 그의 날선 예언처럼, 지금 자신의 모든 것이 첨단기술에 의해 감시되는 듯한 시대에 산다. 나의 구매 취향, 지적 취향, 문화적 취향, 여행 취향, 인적 네트워크 취향 등 모든 정보가 인터넷 공간의 어딘가에 저장돼 '빅데이터'로 취합돼 팔리거나 활용된다. 그리고 그러는 사이 분명 나는 속속들이 감시도 된다.

대체 한계를 알 수 없는, 이 첨단시대의 '빅브라더'로부터 개인 정보를 보호하는 문제는, 그래서 첨단기술이 발달할수록 가장 첨예한 과제로 대두된다.

그런데, 마치 그런 전체주의적 감시시스템의 '통제'가 목적이 아니라 '개발'이 목적인 듯한 곳이 있다. 중국이 국가 주도로 전체주의적 감시시스템을 구축해, 지역의 모든 사람들을 감시, 색출, 교화, 세뇌를 하려 하고, 그를 위해 인신의 구속과 감금도 광범위하게 자행한다는 국제적 비난을 받고 있는 곳이다.

바로 중국의 신장 자치구다. 중국 정부가 신장 자치구에서 전체주의적 첨단 감시 시스템 구축으로 '이슬람 위구르 족에 대한 인종청소'를 정책적으로 자행한다는 비판이 국제적으로 불거졌다.


유엔 "위구르족 백만 명 강제 수용" 결론... 미 의회, 제재까지 검토

중국 정부의 신장 자치구 천백만 위구르 민족에 대한 탄압은, 지난 8월 유엔인권위에 제출된 전문가패널의 보고서를 통해, 국제적인 주목을 받게 됐다.

중국정부가 위구르족에 대한 체계적인 인권 탄압을 자행하고 있다는 국제인권단체들의 문제 제기에 조사에 나선 유엔은, "중국 정부가 신장 자치구에 광대한 수용시설을 건설해, 약 100만 명에 이르는 이슬람 위구르 인들을 강제 구금했다"고 밝혔다.

국제엠네스티와 휴먼라이츠워치 등 국제인권단체들은 그간 유엔에 제출한 보고서에서, "많게는 천 개가 넘는 강제 수용소가 신장 자치구에서 운용 중이며, 중국 정부가 법적인 근거 없이 위구르 인들을 수용소에 강제 구금하고 있고, 수용소에서는 부실한 식사 제공, 강제 노역에 심지어 고문까지 자행되고 있다"고 폭로해왔다. 또 "만다린어와 고대의 유교경전, 반이슬람적 종교사상, 사회주의 등을 교육하고 시진핑 주석을 찬양하고 충성을 맹세하도록 강요하는 등 주입과 세뇌도 실시되고 있다"고 밝혔다.

인권단체들은, 해외에서 유학했던 사람들, 해외와 통화하는 등 교류하는 사람들, 이슬람 종교활동을 하는 사람 등이 표적이 되고 있다고 전했다.

감금된 사람들이 위구르족 전체 인구의 10%에 달해, 어른들이 감금되면서 고아가 된 아이들을 수용하기 위해 고아원들을 이어 건립해야 할 정도인데, 이 고아원이 마치 과거 미대륙에서 원주민 아이들을 강제로 수용해 원주민 종교와 문화를 버리고 기독교를 받아들이도록 강요했던 '원주민 기숙학교'와 같은 형태로 운영되고 있다고, 인권단체들은 지적했다.

일련의 보고들에 근거해 유엔 인권위는 "중국정부가 테러리즘에 대한 지나치게 넓은 정의, 극단주의에 대한 모호한 기준, 분리주의에 대한 불분명한 정의에 근거해, 위구르 인들의 인권을 부당하게 탄압하고 있다"고 결론 내리고, 중국 정부에 "사법적 근거 없는 감금 중지, 강제수용자 즉각 석방, 감금 근거와 감금자 수 보고, 인종적 민족적 종교적 차별에 근거했는지 여부에 대한 공정한 조사"등을 공식 요구했다.

국제적 비난이 고조되는 가운데 이달 초 유엔 인권이사회에서 열린, 중국에 대한 '정례 국가 인권상황검토(Univercial Periodic Review)'에서는, 중국 정부에 대한 각국의 공식적 비판이 쏟아졌다. 프랑스, 캐나다 등이 강제수용시설 폐쇄 등을 촉구했고, 미국과 독일 등은 유엔이 신장의 위구르족 수용소에 대한 공식 조사에 나설 것을 제안했다.

외교관들을 신장에 직접 파견해 조사한 영국 외교부는 의회에 "유엔 보고서의 핵심 내용들이 사실"이라고 보고했고, 지난 주 미국 의회에서는, 중국 정부의 위구르족 탄압 중단을 촉구하고 제재까지 고려하는 초당파적 법안이 발의되기까지 했다.

중국과의 경제.무역 관계 악화를 우려해 비판을 짐짓 자제하던 이슬람 국가들 내부에서는 시민들의 반(反)중국 시위가 터져 나왔다. 방글라데시 다카, 인도 뭄바이. 파키스탄 등지에서 대규모 반중시위과 중국 제품 불매운동이 벌어지고 있다.


중 '종교적 극단주의와 테러 통제하는 재교육 캠프' 주장

중국 정부는 처음 인권 탄압 사실 자체를 부인했다. "수니파 무슬림들이 폭력화하는 것을 막기 위해 보안을 강화하고 종교활동에 일부 제한을 뒀을 뿐"이라고 주장하면서 내정 간섭 등을 명분으로 강하게 반발했다.

그러나 이른바 강제수용시설의 존재가 속속 드러나자, '시설의 존재' 자체를 인정하면서 이를 직업훈련을 위한 '재교육 캠프'라고 주장했다. 종교적 극단주의자들과 이슬람 무장세력들이 지역의 안정을 해치고 있기 때문에, 이들을 일시적으로 캠프에 보내, 전문 직업훈련 등을 제공하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달 초에는 이 수용시설들을 합법화하는 법안까지 통과시켰다. '신장 위구르 자치구 반극단주의법'으로 불리는 이 법안은 "지역 정부가 극단주의 영향을 받은 사람들의 교화를 위해 직업훈련소 같은 교육, 교화 기관을 설치, 운영할 수 있다"는 내용을 담았다.

이에 대해 중국 연구 전문가들은 "중국 정부가 위구르 족에 대한 인종 청소를 멈출 생각이 없다는 뜻"이라고 분석했다. 중국 정부가 "현재의 수용시설들을 합법화하고 계속 운영해, 앞으로도 이슬람 위구르 인들에 대한 주입식 강제 교육과 세뇌, 문화 말살 정책을 계속 펼치겠다"는 뜻을 천명한 것이라고 국제인권단체들은 지적했다.

위구르족은 왜 중국 정부의 표적이 됐나?

중국 정부는 위구르족을 55개 소수민족 가운데, 가장 위험한 소수민족으로 보고 있다. 신장 자치구는 중국 전체 면적의 17%를 차지할 정도로 광활한 데다 서방으로 가는 통로에 위치해 8개국과 국경을 면하고 있고 지하자원도 풍부하다.

혈통은 투르크족으로 외모가 한족은 물론 대부분 아시아계인 다른 소수민족과도 확연히 다르고, 종교는 이슬람에, 언어는 위구르어, 문자는 아랍어 알파벳을 쓰는 등 분리 독립의 명분이 확실하다. 중국 정부는 소수민족의 분리독립주의를 국가의 안정을 해치는 치명적인 요소로 보고 있어, 위구르족의 끊임없는 분리 독립 주장이 다른 소수민족들을 동요시킬 것을 심각하게 우려해왔다.


온-오프라인을 넘나드는 첨단 '빅브라더' 감시망 구축

위구르족 가정에는 최근 정말로 '빅브라더'가 등장했다. 한족의 젊은이들을 위구르족 가정에 장기간 머물게 하는 홈스테이 프로그램이 도입됐는데, 이들이 위구르족 사이에서 '빅브라더, 빅시스터'로 불리고 있다고 한다. 인권단체들은 이들이 위구르족의 교화와 감시를 동시에 담당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중국 정부는 또 각종 혜택을 통해, 한족을 지속적으로 신장에 이주시키고, 한족과 위구르족의 결혼도 장려한다. 위구르족의 혈통적 독자성을 서서히 무너뜨리는, 가장 전통적인 방식의 오프라인 '인종 청소' 정책이 시행되고 있는 것이다.

그런가 하면 경찰병력과 감시카메라, 첨단기술이 결합된 '빅브라더' 감시체제도 완비됐다.

지난 2016년 새 신장 공산당 서기인 챈 쿠안구로 부임 뒤 신장 자치구의 보안 예산이 2배로 늘었다. 경찰 인력이 획기적으로 증강되고 경찰서가 늘고 위구르족 전 지역에 빼곡한 CCTV 시스템이 도입됐다. 인권단체들은 현재 신장의 위구르족 주거지역에는 200미터 간격으로 경찰 초소가 들어서 있을 정도의 경찰망과, 어떤 사각지대도 없는 완전 감시 카메라 망이 구축돼있다고 전했다.

거기에 중국이 자랑하는 안면인식기술 등 각종 첨단 기술이 위구르인에 대한 감시망을 완성시키고 있다. 미국 의회에 제출된 '신장 인권 탄압 중지 법안'에는 "위구르 인들을 감시하고 구금하는데 미국의 기술이 쓰이지 않도록 관련 제품과 기술의 수출을 금지해야 한다"는 내용도 담겨있다. 전 세계의 첨단 감시 신기술, 즉 '빅브라더' 기술이 바로 신장 자치구에서 시험 되고 있는 셈이다.

세계가 신장에서 벌어지는 일련의 일들에 대해 가장 비판하는 것은 '강제 수용 시설'로 상징되는 인권 탄압이다. 하지만 국제사회의 장기적 우려는, 단순한 '인권 탄압'을 훨씬 뛰어넘는 것들일 수도 있다.


"신장에서 실험되고 있는 '빅브라더'는 전 세계의 미래?"

중국 인권 연구가인 프란세스 이브는 영국 가디언지에 기고한 글에서, "신장의 위구르족에게 벌어지는 일들은 중국의 미래이면서 동시에 더 넓은 세계의 미래이기도 하다"고 말한다. 이같은 정책과 기술이 그 곳에만 머물지 않을 것이란 거다. 그곳에서 실험되고 있는, 온·오프라인을 망라하고 전통과 첨단까지 망라한 감시망은 결국 전 세계로 확산될 것이란 경고다.

분명 직접 선거를 채택하고 있어 민주주의적 외형을 일부 갖추고 있으나, 실제로 행정은 물론 언론과 사법까지 정치권력에 장악돼있어, 장기집권의 기반이 구축된 나라들, 시진핑의 중국, 푸틴의 러시아, 에르도안의 터키 등으로 대표되는, 금세기에 등장한 새로운 유형의 전체주의적 국가들이 있다.

개인의 정보가 어떻게 수집돼 어떻게 활용되는지, 국가가 안보를 이유로 얼마나 그를 확보하고 통제하는지 정확히 알 수 없는 시대다. 이 새로운 유형의 국가들에게, '빅브라더' 구축은 결코 쉽게 물리칠 수 없는 유혹일 수도 있다.

박에스더기자 (stellar@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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