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노이 TALK] 박항서도 모르는 '박항서 선임 진짜 이유'

조형애 기자 2018. 11. 19.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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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초부터, 위르겐 하인츠 게데 베트남축구협회 기술위원장이 박항서 감독 선임을 '구체적으로' 설명한다.

▲ 위르겐 하인츠 게데 베트남축구협회 기술위원장

[스포티비뉴스=하노이(베트남), 취재 조형애, 영상 한희재 ·김태홍 기자] 박항서 베트남 축구대표팀 감독도 '의문'이라는 선임 이유를 전한다. 위르겐 하인츠 게데 베트남축구협회 기술위원장에게 물어 물어, 그 디테일을 들었다. 박 감독 선임을 주도했다고 알려진 그는 구체적 이유 3가지가 있었다고 했다.

박항서 감독은 창원시청을 이끌고 있었던 지난해 10월 베트남 성인 대표팀과 23세 이하 대표팀 지휘봉을 잡았다. 1994년 미국 월드컵 대표팀 트레이너, 2002년 한·일 월드컵 대표팀 수석 코치, 상주상무 감독 등을 거친 그에게 사실 당시는 명백한 '지도자 인생 하향 곡선'으로 보였던 때. 박 감독 본인의 표현이다.

"축구 (지도자) 인생에서 하향 곡선을 그리고 있는 시기였기 때문에… 저도 의문이죠. 저로선 (베트남 감독으로 나를 선임한 것을) 이해할 수 없어요."

일명 '동남아 월드컵'으로 불리는 아세안축구연맹(AFF) 스즈키컵 2018 준비를 위해 한국 전지훈련을 왔던 박항서 감독은 말했다. 선임 1년여가 지난 시점에도 그는 분명한 선임 이유를 모른다면서, 심지어는 '나도 의문'이면서 웃어 보였다.

베트남축구협회를 찾은 김에 취재진은 박 감독의 의문을 풀어보기로 했다. 협회 인근에서 거주하고 있다는 위르겐 게데 기술위원장은 넉넉한 미소와 함께, 우리의 궁금증을 말끔히 씻어주었다.

▲ 베트남 감독으로 부임한지 1년여가 지난 시점. 박항서 감독은 자신이 선임된 것을 '의문'이라 표현했다. ⓒ한희재 기자

◆ 기술위원장에게 듣는, 베트남이 박항서를 택한 3가지 이유

샬케04 언급만 해도 반색하는 위르겐 게데 베트남축구협회 기술위원장은 독일에서 선수 은퇴 후 아시아 축구계에 줄곧 몸담고 있는 인물이다. 페르세폴리스(이란), 이란 U-23 대표팀, 우즈베키스탄 국가 대표팀 등을 지휘했고 2016년부터 베트남축구협회에서 기술위원직을 맡고 있다.

그는 박항서 감독 선임을 주도한 인물로 알려져 있기도 하다. 팩트 체크를 위해 묻자 "협회에서 결정한 것"이라면서 직접적 대답을 피했다. "한국 축구가 얼마나 강한지 잘 알고 있다. 베트남 축구 대표팀 감독으로 아시아 축구를 잘 알고 있는 감독을 선임하는 것이 좋다고 판단했다"고 했다. 국가 대표팀이 월드컵에서 선전하고, 프로 리그 팀이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에서 활약을 이어갔기 때문에 박항서 감독을 택했다는 것이다.

미안하지만 '왜 박항서였는가'에 대한 설명이 부족했다. 보다 구체적인 이유를 묻자 게데 위원장은 옅은 미소를 띄고 '알겠다'는 듯 이야기를 풀었다.

결정적 이유는 3가지였다. 박 감독의 국제 대회 경험, 프로 감독 경험, 그리고 새로운 축구에 대한 의욕이다. 결국에 게데 위원장은 다 털어놨다. 그는 "대화 후 추천을 했다"며 사실상 박 감독 선임에 힘을 실었다고 고백했다.

"박항서 감독은 한국 국가대표팀의 코치로 ①월드컵을 경험하기도 했고, ②K리그 팀 감독 경험도 있었다. 그러나 가장 매력적이었던 건 그가 ③'새로운 축구'를 하고자 하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는 점이다. 그와 앉아서 축구에 관한 이야기를 나눴고, 그를 베트남 축구대표팀 감독으로 추천했다. 결과는 모두가 알 것이다."

▲ 박항서 감독은 베트남축구협회도 놀라게 하고 있다. 현재 진행형이다. 박 감독이 이끄는 대표팀은 스즈키컵 2연승을 달리고 있다.

◆ 박항서 1년: 베트남축구협회의 중간 평가 '놀랐다'

현재까지 위르겐 게데 위원장의 선택은 적중했다고 봐야 한다. 아시아축구연맹(AFC) 23세 이하 챔피언십 준우승,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4위 등 베트남 역사에 남을 성과를 단기간에 올렸다. 현지서 보니 그들도 "기적"이라 부르고 있었다.

게데 위원장은 정말 놀랐다는 표정으로 "모두를 놀라게 했다"고 평했다.

"U-20 대표팀에도 좋은 선수들이 많아졌고, 그들이 U-23 대표팀으로 직행해서 박항서 감독 가르침을 받아 더 성장하고 있다. 그 선수들의 일거수일투족을 지켜본 후 박항서 감독은 선수를 발굴해낸다. 그로 인해 U-20, U-19 대표팀 모두 월드컵에 진출하는 등 좋은 성과를 얻었다. 지금이 바로 베트남 축구의 '황금 세대'라고 말하고 싶다."

하이 안 베트남축구협회 사무국장 역시 기대 이상이라는 평이다. "U-23 대표팀은 중국에서 열린 대회(챔피언십)에서 은메달을 따냈다. 아시안게임에서는 3위 결정전에서 아쉽게 졌지만 승리를 향한 갈망을 잘 보여줬다"며 "일련의 대회를 통해 그저 운이 아니라 실력으로 '준결승전급'의 경기력을 유지할 수 있다는 걸 보여줬다. 정말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 라이벌 말레이시아전을 승리로 이끈 박항서 감독. 기쁨의 '어퍼컷' 세리머니를 펼쳤다. ⓒ한희재 기자

◆ 베트남 속 외국인으로…기술위원장, 박항서를 응원하다

게데 위원장은 비교적 긴 시간을 취재진을 위해 내어줬다. 협회 관계자가 시계를 연신 쳐다보았지만, 정작 게데 위원장은 점점 입이 풀린 듯 이야기보따리를 풀었다. 알고 보니 마음 나눌 곳 없는 타지 생활 속. 박항서 감독과도 대화를 꽤 주고받는다고 했다.

"그와 나는 사실 이웃이다. 축구에 관해 많은 이야기를 나눈다. 선수의 컨디션, 전술 등에 대해서 말이다. 결국 베트남 축구가 어떻게 하면 최선의 경기력을 유지할 수 있을지가 화두다."

게데 위원장은 박항서 감독과 동질감을 느끼고 있다고 강조했다. "우리는 비슷하다. 축구를 정말 사랑하고, 동시에 승리에 굶주려 있다. 그는 나처럼 외국인이지만 베트남 축구대표팀의 성공을 위해 열심히 노력하는 사람이라 생각한다"면서 한 배를 탄 박 감독에게 응원을 보냈다.

스즈키컵도 부담을 지우지 않는 동시에 밝은 전망을 했다. 첫 베트남 A대표팀을 이끌고 나서는 대회, '성공'할 것이라 했다.

"모두가 스즈키컵 결과에 집중하고 있다. U-23 대표팀과 함께 성공적인 결과를 거둔 이후로 박항서 감독에 대한 기대치도 높아져있는 상태다. 많은 점들을 고려해야하고, 스즈키컵을 위해 준비하는 과정도 힘들 것이다. 그렇지만 박항서 감독이 본인의 첫 성인 대표팀 대회에서 성공을 거둘 것으로 예상한다."

[베트남 대표팀 스즈키컵 향후 일정] *현지 시간

조별 리그 3차전 vs 미얀마(원정), 20일 오후 6시

조별 리그 4차전 vs 캄보디아(홈), 24일 오후 7시 3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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