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나영 "원빈씨도 살림하고..남들과 똑같이 살아요"

김희원 2018. 11. 15. 1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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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성까지 포기해야하는 탈북여성의 삶에 눈물.. 원빈 따뜻한 작품 기다리는 듯"

“오랜만이어도 긴장되고 그런 건 없어요. 많은 분들이 제가 말수가 적다고 오해하시는데, 원래 얘기하는 걸 좋아했고 지금도 같은걸요.”

영화 ‘하울링’ 이후 6년 만에 ‘뷰티풀 데이즈’로 돌아온 이나영을 지난 12일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그는 긴장 대신 너털웃음으로 인터뷰 분위기를 편하게 이끌었다. 엄마가 된 뒤 한결 여유로워진 것 같다는 기자들의 말에 “원래 그랬다”고 농담하던 그는 이어 작품에 대해 이야기하며 진지하게 눈을 빛냈다.

“대본에 반했어요. 설명이 많지 않아도 다 전해지고, 다 알 것 같았죠. 처음 봤을 때부터 ‘해야겠다’는 마음으로 쉽게 읽었고, 윤재호 감독님의 다큐멘터리 ‘마담 B’를 보니 더 확신이 들었어요. 당연히 안 할 줄 알았는데 하겠다고 나서니 감독님도 놀랐다고 하시더군요.”
영화 ‘뷰티풀 데이즈’에서 험한 삶을 보내다 한국에 정착한 탈북 여성을 연기한 이나영은 “남편 원빈씨가 ‘어려운 연기일 텐데 잘 해내라’고 응원해줬다”고 말했다. 이든나인 제공

감독의 그러한 반응은 어쩌면 당연했다. 톱스타가 선택하기에 쉽지 않았을 저예산 독립영화이기 때문이다. 예산이 워낙 적어 3주에 걸쳐 15회차에 촬영을 마쳤다. 이나영은 작품에 힘을 싣기 위해 출연료도 받지 않았다.

“사실 제가 이런 독립영화를 워낙 좋아해요. 거칠지만 뭔가 생각하게 하는 사람 이야기, 먹먹한 감정이 담긴 이야기요. ‘어떤 이야기로 다시 관객을 만나야 하나’ 정말 많이 고민했는데, 이 작품이 제게 ‘운명’처럼 다가왔습니다.”

지난 10월 제23회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작으로 상영됐던 ‘뷰티풀 데이즈’는 조선족 청년 젠첸(장동윤)이 서울에 와 14년 만에 엄마를 만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초반 모든 상황이 관객의 궁금증을 자아내던 영화는 서서히 엄마의 과거와 아픔을 드러낸다.

이나영은 젠첸의 엄마를 연기하며 탈북한 뒤 꽃제비로 살다 조선족 집안에 팔려갔던 10대, 평화로운 가정을 꾸렸다가 다시 밑바닥 삶으로 내려갔던 20대, 한국에 정착한 30대까지 넘나들었다.

“10, 20대를 연기할 땐 생존을 위해 감당하기 힘든 삶을 겪어온 탈북 여성들의 삶을 생각하며 몰입했어요. 취재를 위해 5년간 연변에서 지냈던 감독님으로부터 많은 이야기를 들었고, ‘찔레꽃’이라는 소설을 읽으며 준비했습니다. 그 아픔이 전해져 연기하면서도 많이 울었죠. 30대는 더 어려웠어요. 그 모든 역사를 품고 살아가는 여자의 눈빛이 어떨지, 그런 사람이 14년 만에 찾아온 아들을 봤을 때 어떤 감정일지 상상하고 디테일을 표현하는 데 애를 먹었죠. 여러 가지 톤을 시도해봤어요. 모든 걸 가슴에 묻고 감정표현을 최대한 절제하는 모습이 젠첸의 엄마에게는 가장 자연스러웠습니다.”


영화는 제목에 역설적으로 결코 아름답지 않았던 탈북 여성의 과거에 초점을 맞추지만 끝내는 희망을 암시한다. “마지막 장면이 특히 마음에 든다”고 이나영은 말했다.

원빈과 톱스타 커플이었던 이나영은 2015년 소박한 깜짝 결혼식으로 화제를 모았고 그해 말 아들을 출산했다. 이후 부부는 3년 넘도록 작품 활동이 없었다. 가정생활도 거의 알려진 바가 없다.

“‘신비주의’ 때문이 아니라 정말 보여드릴 게 없어요. 일반 가정과 전혀 다를 게 없는 모습이거든요. 요즘 저희 세대는 집에서 남녀 일에 구분 없잖아요. 저희집도 마찬가지예요. 원빈씨도 살림 열심히 하고요, 아이랑도 잘 놀아줘요. 정말 남들이랑 똑같다니까요. 하하하.”

이나영은 이어 자신보다 더 복귀가 늦어지고 있는 남편의 근황을 전했다.

“제 이번 영화 시나리오를 보고 ‘정말 좋다. 어렵겠지만 잘 해보라’고 격려해줬죠. 원빈씨가 지금까지 강한 장르물을 주로 연기했지만, 지금은 관객들에게 휴머니즘으로 다가갈 수 있는 작품을 기다리는 것 같아요. 그런 작품을 아직 만나지 못했는데, 최근에야 다양한 이야기의 대본이 보이기 시작했어요. 조금만 더 기다려주시면 원빈씨도 아마 좋은 모습으로 찾아갈 거예요.”


이나영은 현재 이종석과 함께 주연하는 tvN 드라마 ‘로맨스는 별책부록’ 촬영에 한창이다. 내년부터 방영될 예정이다. 이나영은 “예전과 달리 며칠씩 밤을 새우는 문화가 사라져서 촬영 틈틈이 아이를 볼 수 있는 점이 좋다”고 말했다.

“저는 ‘눈앞에 닥친 일을 잘하자’는 주의라 계획을 잘 세우지 못합니다. 하지만 목표는 있죠. ‘궁금한 배우’가 되는 게 그 목표예요. 관객들이 ‘이번엔 어떤 느낌일까, 어떤 분위기일까’ 궁금하게 만드는 배우. 그게 최고이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김희원 기자 azahoit@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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