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재 패션이라고? 올겨울엔 '골덴' 좀 입어줘야 멋쟁이

김은영 기자 2018. 11. 15.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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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록볼록 골 진 코듀로이, 복고 바람 타고 부활
명품부터 길거리 패션까지, 다양한 코듀로이 제품 쏟아져

고루하다고? 복고 열풍을 타고 ‘골덴 패션’이 돌아왔다./피티 우모

"어릴 적 엄마가 갈색 골덴 바지만 입혀서 지금은 골덴 바지 쳐다도 안 봐요." 얼마 전 TV 예능 프로그램을 보다가 방송인 전현무의 말에 실소를 터트렸다. 1980~90년대 유년시절을 보낸 이들이라면 그의 말에 공감할 것이다. 날씨가 쌀쌀해지기 시작하면 아이들은 세로로 올록볼록하게 골이 진 골덴 바지를 입었다. 주로 갈색이나 황갈색, 남색 계열이었는데, 겨우내 입다 보면 어느새 엉덩이와 무릎 부분이 튀어나오고 해졌다. 그래서일까? 골덴은 따뜻하지만, 촌스럽고 투박하다는 이미지가 강했다. 오죽하면 구글에서 골덴을 검색하면 연관검색어로 ‘찐따’라는 단어가 뜬다.

◇ 모범생에서 팝스타까지, 코듀로이의 ‘팔색조’ 매력

골덴이 돌아왔다. 과거의 모든 것이 돌아오는 요즘, 골덴의 부활은 놀랍기보다 자연스러워 보인다. 골덴의 정식 명칭은 코듀로이(Corduroy)다. 세로로 골이 깊게 짜인 두툼한 소재로 보온성과 내구성이 좋아 겨울철 의류 소재로 주로 사용한다. 과거에는 순 면직물을 썼으나, 요즘엔 합성섬유를 혼방해 더 부드럽고 신축성이 좋아졌다.

코듀로이는 오랜 역사를 지닌 옷감이다. 옥스퍼드 영어사전은 1774년 코듀로이라는 단어를 처음 언급했지만, 이에 앞서 기원전 200년 이집트에서 개발된 ‘푸스티안(Fustian)’이라는 면직물이 시초로 알려진다. 어원에 대해선 의견이 분분한데, 프랑스어인 Cour du Roi(왕의 땅)와 corde du roi(왕의 직물)에서 따왔다는 설부터 'cord(끈, 골)'와 'duroy(영국산 거친 모직물)'의 합성어란 설까지 다양하다.

1965년 코듀로이 슈트를 입고 영화 ‘헬프’를 촬영 중인 비틀스./핀스타그램

면으로 만든 코듀로이는 벨벳과 짜임이 같지만, 더 실용적이고 저렴해 ‘가난한 사람들의 벨벳’이라 불리기도 했다. 초기에는 왕족과 귀족들이 즐겨 입었지만, 점차 농부와 노동자의 작업복, 군복, 학생복으로 애용됐다.

코듀로이는 주로 남성복으로 활용됐는데, 그 이유는 지적인 이미지 때문이다. 20세기 초반엔 파리 지식인들이 슈트로 즐겨 입었고, 1950년대엔 미국 프린스턴과 다트머스 대학생들이 착용해 아이비리그 스타일을 대표했다. 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1989)'에선 존 키팅(로빈 윌리엄스 분) 교사가 코듀로이 슈트를 교복처럼 입고 나온다.

1960년대 코듀로이는 팝 아이콘으로 인기를 끌었다. 주인공은 영국의 록 그룹 비틀스였다. 이들이 코듀로이 슈트를 입고 나온 덕에 코듀로이 옷이 불티나게 팔렸고, 1965년 영국 무역위원회는 "비틀스가 영국 코듀로이 산업을 구했다"라고 했다. 비틀스의 멤버 존 레넌은 훗날 오노 요코와 결혼할 때도 상아색 코듀로이 팬츠를 터틀넥과 함께 입어 ‘코듀로이 사랑’을 드러냈다.

1969년 오노 요코와의 결혼식에서 코듀로이 바지를 입은 존 레넌(왼쪽)과 자신의 트레이드 마크인 코듀로이 슈트를 영화 속 주인공(여우)에게 입힌 웨스 앤더슨./오노 요코 인스타그램, 팀 워커

영화감독 우디 앨런과 웨스 앤더슨도 코듀로이를 즐겨 입는다. 특히 웨스 앤더슨은 코듀로이 슈트 마니아로 유명한데, 자신을 취향을 영화 ‘판타스틱 미스터 폭스(2014)’에 담아내기도 했다.

◇ 슈트부터 패딩까지, 다양하게 즐기는 코듀로이 패션

21세기 들어 코듀로이는 아저씨나 어린이들이 입는 옷감으로 치부됐다. 최악의 소개팅 패션으로 ‘청청 패션’과 함께 ‘골덴 바지’가 지목된 적도 있다.

그런 코듀로이가 패션계에 다시 존재감을 드러낸 건 작년. 프라다, 구찌, 멀버리 등 유명 세계적인 브랜드가 코듀로이를 비중 있게 선보이면서다. 이들은 코듀로이를 단순하고 현대적으로 해석했다. 이 무렵 복고 패션과 너드(Nerd·마니아 혹은 괴짜) 패션 등이 부상한 것도 코듀로이의 부활을 부추겼다.

올해 코듀로이의 위세는 더 강해졌다. 브루넬로 쿠치넬리, 랄프로렌, 라코스테를 비롯해 노스페이스, 팔라스 등 아웃도어·스트리트 브랜드에서도 코듀로이 패션을 내놨다. 아이템도 다양해져 바지와 재킷, 셔츠, 점퍼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제품이 쏟아져 나왔다. SPA 브랜드 자라의 온라인 쇼핑몰에서 코듀로이 제품을 찾으면 347가지가 검색된다.

비욘드클로젯의 코듀로이 블레이저(왼쪽)와 랄프로렌과 팔라스가 협업한 코듀로이 패딩 재킷./각 브랜드

남성복의 경우 코듀로이 재킷과 팬츠를 함께 입는 슈트 스타일이 인기다. 너무 포멀하지도, 그렇다고 캐주얼하지도 않은 것이 코듀로이 슈트의 매력. 이현정 갤럭시라이프스타일 디자인실장은 "코듀로이 슈트와 넉넉한 캐시미어 모크 넥(Mock Neck·목의 길이가 짧은 터틀넥) 스웨터를 코디하면 포멀하면서도 세련된 스타일링을 연출할 수 있다"고 했다.

코듀로이는 골의 밀도에 따라 느낌이 달라지는데 골이 작고 간격이 좁을수록 우아한 느낌이, 골이 두껍고 간격이 넓을수록 캐주얼한 느낌이 강해진다. 골진 부분의 음영이 교차하면서 볼륨이 있어 보이기 때문에, 날씬해 보이고 싶다면 얇은 골을 선택하는 것이 좋다. 보관법 역시 골이 핵심. 골이 눌리지 않도록, 접는 것보다 돌돌 말아 보관하는 게 안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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