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역 폭행사건, ‘일파만파’… 이념 대립으로 확산?

‘메갈’ 한마디에 페미니즘 논쟁 불러… 청와대 청원은 14만명 돌파

기사승인 2018-11-14 22:2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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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온라인커뮤니티와 사회연결망서비스(SNS)를 통해 이수역 한 맥주집에서 벌어졌다는 집단폭행사건이 급속도로 확산되고 있다. 실시간 검색어에도 1위를 달리고 있는데다 폭행 가해자들의 처벌을 바라는 청와대 청원은 등록된 지 몇 시간 만에 14만명 이상의 동의를 얻었다. 일부에서는 페미니즘을 둘러싼 이념다툼으로까지 번지는 양상이다.

앞서 사건은 피해자라고 주장하는 여성 2명 중 1명인 A씨가 올린 것으로 보이는 글로 인해 세상에 알려졌다. A씨에 따르면 사건은 13일 새벽 4시경 이수역 인근 맥주집에서 피해자들과 옆 탁자에 앉은 남녀커플 간의 말다툼에서부터 비롯됐다.

옆 테이블의 남녀가 자신들을 지속적으로 쳐다보며 속닥거렸고, 왜 쳐다보냐는 물음에 비웃음만 남겼다는 것. 이후 시비는 말싸움으로 번졌고, 다른 자리에 앉아 술을 마시던 5명의 남자가 말싸움에 끼어들어 남녀커플과 합세해 피해자들을 비난하고 공격했다.

이 와중에 남녀커플은 “저런 것들도 사람이냐. 사람 같지 않다”고 했고, 남자 무리는 “말로만 듣던 메갈년을 실제로 본다. 얼굴 왜 그러냐”는 등의 인신공격을 했다고 전했다. 말싸움 와중에 남녀커플은 가게 밖으로 나갔고, 남자 5명 중 군인으로 추정되는 1명도 자리를 떴다.

하지만 다툼은 계속됐고, A씨의 아는 언니인 B씨가 한 남성이 몰래 사진을 찍는 것을 제지하는 과정에서 다툼은 몸싸움으로 확산됐다. 모욕적인 언사가 오갔다. 휴대전화로 동영상을 촬영하는 A씨를 향해 한 남성은 목을 조르고 전화를 빼앗고 협박을 하며 벽으로 밀치기도 했다.

B씨의 사정은 더 나빴다. 가게 입구와 계단 사이에 있던 B씨가 경찰에 폭행신고를 한 후 한 명이라도 도망 못 가게 붙잡는 과정에서 한 남성이 발로 B씨를 밀쳐 계단 모서리에 머리를 부딪쳐 피부가 찢어지고 뼈가 보이는 등의 상해를 입었다.

이수역 폭행사건, ‘일파만파’… 이념 대립으로 확산?

이후 남성들은 도망갔고, 신고 후 30분이 지나 현장에 경찰이 도착할 즈음 다시 나타나 지구대를 거쳐 경찰서로 함께 이동했다. 이 과정에서 B씨는 다량의 출혈과 충격으로 혼절했고, 구급차에 실려 인근 병원 응급실로 이송됐다.

A씨는 경찰서에서 보인 남성들의 행동도 문제 삼았다. 홀로 여성인채 남성들에 둘러싸여 두려움에 떨고 있는 와중에도 가해 남성들은 이동하는 경찰차에서 잠을 청하고 진술서를 쓰고 대기하며 담배를 피우는 등 자유로이 이동을 하는 여유를 보였다.

대기시간에는 신발을 벗고 몸을 누이는 모습을 보였고, 자신들도 피해자라며 항변하기도 했다. 심지어 경찰은 몸싸움 과정에서 상대를 잡았다는 이유로 A씨와 B씨도 피의자로 보고 사건을 조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협박까지 당하며 두려움으로 가득했던 그때가 트라우마처럼 남아 아직도 머리가 어지럽고 속이 메스껍다”면서 “머리 짧고 목소리 크고 드센 여자들도 별거 아니라는 우월감을 무너뜨리지 않으면 우리 같은 다른 피해자가 나올 것을 알기에 도움이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이와 관련 소식을 접한 이들은 공분했다. 청와대 국민청원게시판에는 당시 상황을 전하며 “화장을 하지 않고, 머리가 짧단 이유만으로 피해자 2명은 남자들에게 폭행을 당했다. 가해자의 신원을 밝히고 무자비하게 폭행한 가해자에게 처벌을 부탁한다”는 내용의 청원글이 올라갔다.

한편, 시비가 붙게 된 배경인 ‘메갈’은 워마드의 전신인 메갈리아의 줄임말로 모두 페미니즘에 대한 화두를 던지며 여성인권 증진을 이야기하던 커뮤니티다. 다만 최근에는 남성혐오적 글 등 극단적인 면모도 드러나 페미니즘의 잘못된 모습으로 비춰지기도 했다.

이에 일각에서는 페니미즘을 반대하며 ‘메갈’이란 단어를 사용해 여성혐오 혹은 여성인권운동인 페미니즘 자체를 매도하기도 했다. 실제 일부 네티즌들은 이수역 폭행사건을 두고 피해자라고 주장하는 A와 B씨의 잘못이 있었던 것은 아닌지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기도 했다.

사건이 공식적으로 밝혀지지 않은데다 A와 B씨의 앞선 행동이나 언행이 밝혀지지 않은데다 상식적으로 이유 없이 남녀커플이나 관련 없던 남성들이 시비를 걸 이유가 없다는 점에서 반(反)페미니즘 정서를 자극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다. 이에 경찰의 발표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오준엽 기자 oz@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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