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역국'은 왜 수능 전날 못 먹는 음식이 됐을까?

이현우 2018. 11. 14. 14:46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2019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하루 앞으로 다가오면서 올해도 어김없이 수험생 자녀 식탁에서 자취를 감추게 된 음식이 하나 있으니, '미역국'이다.

미역국을 먹으면 시험이나 면접에서 미끄러진다는 미신으로 인해 수능 당일에 미역국을 아예 팔지 않는 가게도 있을 정도로 우리나라에서 수능날 전후로 금기시 되는 음식이 됐다.

미역국에 대한 미신 역시 이런 풍습의 연장선상이었을 가능성이 높게 제기되는 이유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미역국 먹으면 시험에 미끄러진다는 미신 여전
1907년 일제 의한 강제 군대해산 당시 만들어졌다는 설
조선시대 선비들은 낙지도 안 먹고, 죽령·추풍령도 안 다녀

미역국을 먹으면 불합격한다는 미신은 1907년 일제에 의해 대한제국군이 강제해산될 당시 만들어졌다는 설과 단순히 '미'자가 미끄러진다는 뜻이 들어있다는 미신때문에 만들어졌다는 설이 있다.(사진=아시아경제DB)

[아시아경제 이현우 기자] 2019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하루 앞으로 다가오면서 올해도 어김없이 수험생 자녀 식탁에서 자취를 감추게 된 음식이 하나 있으니, '미역국'이다. 미역국을 먹으면 시험이나 면접에서 미끄러진다는 미신으로 인해 수능 당일에 미역국을 아예 팔지 않는 가게도 있을 정도로 우리나라에서 수능날 전후로 금기시 되는 음식이 됐다.

"미역국 먹었다"는 말 자체가 사전에 등재되기도 했다. 시험에서 낙방하거나 탈락한 경우, 혹은 사업선정 등에서 떨어졌을때의 의미로도 쓰인다. 시험이든 인사든 뭔가 제대로 안됐을 때 두루 쓰이는 말이 됐다. 정확한 어원은 알려지지 않았지만, 일제침략기인 1907년 정미7조약으로 인해 대한제국의 군대가 해산되면서 생긴 말이라는 설이 있다.

당시 일제에 의해 대한제국의 중앙군과 지방군은 모두 강제 해산됐는데, 이 '해산(解散)'이란 말이 아이를 낳는다는 뜻의 '해산(解産)'과 발음이 같아 미역국 먹는다는 말이 부정적 의미를 갖게 됐다고 한다. 여기서 미역국은 해산 후 산모가 먹는 미역국을 뜻한다. 군대가 해산돼 일자리를 잃은 대한제국 군인들이 군대해산이란 단어를 미역국 먹었다는 말로 돌려 표현하면서 탄생했다는 것이다.

낙지는 조선시대 과거시험을 준비하는 선비들에게는 매우 금기시되던 음식이었다. 이름조차 낙지라고 부르면 재수가 없다며 승지, 입지 등으로 불렀다고 한다.(사진=아시아경제DB)

하지만 정말 단순히 앞에 '미'자가 있어 미끄러진다는 미신이 생겼을 것이란 추정도 상당하다. 조선시대부터 선비들이 이런 미신을 상당히 신봉했기 때문이다. 조선시대 선비들은 떨어진다는 의미의 '낙(落)'자를 극단적으로 싫어하고 피했는데, 이로인해 글월 문(文)자가 들어간 문어는 잘 먹었지만, 낙지는 재수없다고 아예 잘 먹질 않았다고 한다. 이름도 낙지라 부르지 않고 승승장구하란 의미의 승지, 혹은 입신양명하라는 뜻에서 입지라고 불렀다고 한다.

선비들의 이런 미신은 조선의 회화에도 큰 영향을 끼쳤다. 보통 병풍에 그려넣는 그림 중 물고기와 게를 그려넣는 '어해도(魚蟹圖)'의 숫자가 압도적으로 많은데, 여기에도 미신이 들어있다. 물고기는 거의 대부분 잉어를 그려넣어 '등용문(登龍門)'의 고사처럼, 조정에 출사해 출세하라는 의미가 들어있고, 게는 과거시험 3등까지 주어지는 갑(甲)과로 합격해 출발부터 엘리트 코스를 밟으라는 소망이 담겨있다.

이런 미신은 영남에서 한양으로 올라가는 여러 고개들 중 유독 '문경새재'만 번성했던 이유와도 연결된다. 당시 선비들은 경사를 듣는다는 의미의 '문경(聞慶)'은 매우 좋아했지만, 다른 고개인 죽령과 추풍령은 절대 넘지 않았다고 한다. 죽령은 죽죽 미끄러진다고 싫어했고, 추풍령은 추풍낙엽처럼 떨어진다고 피했다. 미역국에 대한 미신 역시 이런 풍습의 연장선상이었을 가능성이 높게 제기되는 이유다.

이현우 기자 knos84@asiae.co.kr

Copyright ©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