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프링클러 지원 7년째..거부하는 고시원, 이유 있었다

백운 기자 2018. 11. 13. 21:03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앵커>

서울 종로의 고시원에서 불이나 7명이나 희생된 사고에서 스프링클러가 없었던 게 크게 지적됐지요. 이런 화재 참사를 막기 위해 서울시가 오래된 고시원에 스프링클러를 설치해주는 사업을 7년째 하고 있지만 지지부진합니다.

그 이유를 백운 기자가 살펴봤습니다.

<기자>

서울 은평구의 이 고시원은 스프링클러 설치가 의무화되기 2년 전인 2007년에 문을 열었습니다.

서울시 지원 대상에 선정돼 지난달 스프링클러를 설치했습니다.

[임기선/고시원장 : 사실 저도 젊은 시절에 고시원 생활을 해봤는데, 스프링클러가 없는 고시원이 있어요. 제가 방에 들어가 있으면 조금 불안했던 (기억이 있어요.)]

서울시가 스프링클러 설치비 2천만 원을 대줬는데, 펌프실 같은 설비는 고시원 측이 부담해야 했습니다.

[임기선/고시원장 : (3천5백만 원 중) 2천만 원은 지원을 받았고 나머지 추가된 거는 제가 (부담했어요.)]

서울시 지원 조건이 5년간 고시원 임대료를 올리지 못하게 하는 것인데, 그건 감수한다 해도 1천만 원이 족히 넘는 구조 변경비는 부담이라고 고시원장들은 말합니다.

서울 영등포의 이 고시원도 비용 부담 때문에 스프링클러 설치를 포기했다고 합니다.

[류상희/고시원장 : 안전을 위해서 저희는 철제 사다리를 완강기 없이 언제든지 나갈 수 있게 설치를 해놨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프링클러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은 해요. 하지만 그걸 설치한다는 것 자체가, 비용 자체가 수천만 원이 들어가고….]

스프링클러를 설치하려면 건물주의 동의도 받아야 하는데 이것도 쉽지 않습니다.

5년간 건물 용도 변경이나 매매가 어렵게 되기 때문입니다.

[서울시 담당 공무원 : 5년 동안 그분들의 거주권을 보장해주셔야 한다는 조건이 있는 거니까 (건물주가) 부담을 안 가지실 순 없겠죠.]

취재진이 고시원 20곳 정도를 돌아봤지만 스프링클러 지원 사업을 대부분 모르고 있는 것도 문제입니다.

[고시원장 : 내가 직접 (스프링클러 설치를) 해도 (구청에서) 지원 사업 있다는 말 한마디도 않던데?]

무엇보다 적은 예산이 걸림돌인데, 서울시의 스프링클러 설치 지원 예산은 1년에 5억 원 정도.

설치비가 건당 1천 5백에서 2천만 원 정도인 것을 감안하면 한 해 30곳 정도에 스프링클러를 설치해줄 수 있는 예산입니다.

이 예산 규모가 유지된다면 서울의 모든 노후 고시원에 스프링클러를 설치하는 데 30년이 걸린다는 계산이 나옵니다.

서울시는 스프링클러 지원 예산을 늘리고 임대료 5년 동결 조건도 재검토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영상취재 : 김남성·김승태, 영상편집 : 박지인)     

백운 기자cloud@sbs.co.kr

Copyright ©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