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지 줄어든 北 '주동적 비핵화'..美비핵화 '회의론' 불 지피나

김다혜 기자 2018. 11. 13.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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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핵화의 구체적 대상과 순서를 스스로 정하는 북한의 '주동적 비핵화 전략'이 한계에 봉착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12일(현지시간) 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S)의 보고서를 소개하면서 "북한이 16개의 비밀 기지에서 탄도미사일 프로그램을 계속하고 있다"며 "위성사진들은 북한이 큰 속임수(great deception)를 쓰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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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SIS 보고서로 은폐 우려·일괄 신고 필요성 커져
'北 할 만큼 했다·美 진전 없다' 이견도 못 좁혀
지난 5월24일 북한 핵무기연구소 관계자들이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 핵실험장 폐쇄를 위한 폭파작업을 했다. 2018.5.25/뉴스1 © News1 사진공동취재단

(서울=뉴스1) 김다혜 기자 = 비핵화의 구체적 대상과 순서를 스스로 정하는 북한의 '주동적 비핵화 전략'이 한계에 봉착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12일(현지시간) 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S)의 보고서를 소개하면서 "북한이 16개의 비밀 기지에서 탄도미사일 프로그램을 계속하고 있다"며 "위성사진들은 북한이 큰 속임수(great deception)를 쓰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비판했다.

북한이 핵 시설 신고나 미사일 프로그램의 전면 중단을 약속한 적은 없다는 점에서 부적절한 비판이란 지적이 나오지만, 여하튼 CSIS 보고서와 NYT보도는 북한의 핵시설·무기가 은폐될 가능성과 비핵화 의지에 대한 회의론을 환기하는 촉매제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북한은 그동안 비핵화 로드맵에 합의하거나 미국의 핵 신고 요구를 받아들이는 대신 '우리는 이러한 선의의 조치를 취하겠다. 미국이 상응 조치를 하면 우리도 다음 단계의 비핵화 조치를 취하겠다'는 식으로 협상에 임해왔다.

지난 4월 선제적으로 풍계리 핵실험장의 폐기를 발표하고 6·12 북미정상회담 때 동창리 미사일 시험장을 해체할 뜻을 밝힌 뒤 평양 남북정상회담에서 조건부 영변 핵시설 폐기 의사를 밝힌 것이 바로 그것이다.

이런 태도는 "우리가 정한 시간표대로 계속 나갈 것"(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 5월28일자)이라거나 "'9월 평양공동선언'에 반영된 우리의 주동적이며 선제적인 조치는 조선반도 비핵화 실현에 대한 우리의 확고한 의지의 표현이며 미 행정부로서는 그에 사의를 표하는 것이 마땅한 도리"(신문 10월4일자)란 언급에서도 드러난다.

선제적으로 비핵화 조치를 제안하는 이런 전략은 협상 초기 평화 분위기를 띄우는 데는 일면 기여했지만 본격적인 비핵화 협상에 접어들면서 한계를 나타내고 있다.

우선 미국 안팎에서 '북한이 비핵화 시늉만 하려는 게 아니냐'는 의구심 내지는 북한이 일부 핵 시설과 무기를 은폐할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빅터 차 CSIS 한국석좌가 NYT에 "북한이 하나의 미사일 실험장을 우리에게 보여주고 다른 몇 개의 시설을 해체하는 대가로 평화협정을 얻는 나쁜 거래를 트럼프 대통령이 수용하지 않을까 모두가 우려하고 있다"고 말한 것이 일례다.

'주동적 비핵화' 전략은 북미가 제재 완화에 대한 이견을 좁히지 못하는 원인으로 볼 측면도 있다. 적어도 표면상으론 북한이 '주동적으로' 취한 비핵화 조치에 대한 북미의 평가가 달라서 생기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북한은 마땅히 대북제재를 완화할 만큼 비핵화 조치를 이미 충분히 취했단 입장이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지난 9월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에게 풍계리 핵실험장 등을 언급하며 "국제사회의 평가가 좀 인색한 것이 어렵다"고 직접 아쉬움을 토로하기도 했다.

반면 미국은 핵·미사일 실험 중단 외에 이렇다 할 비핵화가 없었다고 인식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8일 "나는 제재들을 해제하고 싶다"며 "그러나 북한 역시 호응을 해야 한다"고 했다.

이 때문에 양측이 폐기 또는 반출돼야 할 핵시설·무기 전체 대상을 놓고 함께 큰 그림을 그리지 않으면 '제재를 완화할 만큼 충분한 비핵화 시점'을 판단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트럼프 행정부가 완고하게 '선(先) 비핵화 후(後) 제재 완화' 입장을 보이는 가운데 CSIS 보고서를 계기로 미국 내 여론마저 악화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북한의 고심은 한층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대외 여건도 북한에 우호적이지 않다. 중국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 제재) 결의안을 계속 엄격하게 이행해나갈 것"이라고 했고 내달 유엔총회에선 북한인권결의안이 상정될 예정이다.

dhk@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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