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종의 미 거둔 힐만 ‘존중의 리더십’

이정호 기자

외국인 사령탑 첫 KS 우승

트레이 힐만 SK 감독이 12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두산과의 한국시리즈 6차전을 앞두고 선수들을 향해 사인을 보내고 있다. 잠실 | 이석우 기자

트레이 힐만 SK 감독이 12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두산과의 한국시리즈 6차전을 앞두고 선수들을 향해 사인을 보내고 있다. 잠실 | 이석우 기자

“이제 멋지게 보내드릴 일만 남았습니다.”

SK 주장 이재원은 12일 한국시리즈 6차전을 앞두고 선수단을 대표해 이런 각오를 밝혔다. 올 시즌 뒤 팀을 떠나는 트레이 힐만 감독을 향한 다짐이었다. 힐만 감독은 재계약 오퍼를 받았으나 개인 사정을 이유로 “포스트시즌 뒤 팀을 떠나겠다”고 발표했다. 이후 선수들은 감독과의 ‘멋진 이별’을 위해 똘똘 뭉쳤다.

KBO리그 역대 세 번째 외국인 사령탑으로 첫 한국시리즈 우승의 주인공이 된 힐만 감독의 리더십은 ‘존중’이라는 단어로 정리할 수 있다. 힐만 감독이 2년 전 취임 기자회견에서 가장 많이 한 말이 ‘리스펙트’였다. 당시 힐만 감독은 “선수들, 코칭스태프들과 신뢰를 쌓는 걸 우선으로 생각한다.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단어가 존중”이라며 “한국과 코칭스태프를 존중한다. 신뢰 관계에 기반을 두고 지도하겠다”고 약속했다. 일본에서 처음 프로팀 감독으로 커리어를 시작하면서 다듬어진 자신만의 야구 철학이다. 이후 메이저리그 캔자스시티의 지휘봉을 잡았던 그는 “미국에 옮겨갔을 때도 좋은 영향을 준 부분”이라고 말했다.

힐만 감독의 넘치는 듯한 ‘배려’는 가식이 아니라 철저히 몸에 밴 습관에 가깝다. 자연스럽게 힐만의 카리스마는 부드러움에서 나온다. 선수들을 눈치보게 하거나 강요하는 법이 없으면서도 따르게 만든다. 미국에서 뛴 경험이 있는 정영일은 “자기 스타일, 미국 스타일만 고집하는 게 아니라 선수들의 문화적 차이, 생각을 존중하는 분”이라고 말했다. 한 SK 관계자는 “선수들뿐만 아니라 구단 내부에서도 힐만 감독을 따르는 사람이 많다. 사람을 다루는 디테일이 남다른 분”이라고 했다.

SK 선수단은 휴식일이던 지난 11일 잠실 원정 출발에 앞서 인천 SK행복드림구장에서 모여 유니폼을 갈아입고 그라운드에 모였다. 힐만 감독과 마지막 단체 사진을 찍기 위해서였다. 김태훈은 “감독님과 나란히 찍는 셀카는 한국시리즈 우승 뒤 트로피를 들고 찍겠다”고 다짐했다. 한국시리즈에서 우승한 감독은 많지만 선수들로부터 이렇게 존경과 감사의 대상이 되는 사령탑은 흔치 않았다. 2018년 반전 드라마를 쓴 SK ‘가을야구’의 힘도 여기에서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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