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찬성, 로드리게스 쇼맨십에 농락..UFC 냉혹함 망각 [강대호의 인사이드]

강대호 입력 2018. 11. 12. 16:09 수정 2018. 11. 12. 1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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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경닷컴 MK스포츠 강대호 기자] 정찬성이 로드리게스에게 지면서 UFC 데뷔 후 2번째 연승이 무산됐다. 645일(1년 9개월)이라는 실전 공백 그리고 공식랭킹 15위라는 만만치 않은 상대 수준에도 불구하고 주도권을 잃지 않은 경기내용에 방심했을까. 상대의 엄살과 싸구려 도발을 응징하지 않고 받아주다가 결국 큰 화를 당했다.

미국 콜로라도주 덴버의 펩시 센터에서는 11일(한국시간) UFC 파이트 나이트 139가 열렸다. 페더급(-66㎏) 공식 랭킹 10위 ‘코리안 좀비’ 정찬성은 같은 체급 15위 로드리게스와 치른 대회 메인이벤트에서 5라운드 4분 59초, 즉 경기 종료 1초를 남겨놓고 팔꿈치 KO패를 당했다.

로드FC 미들급(-84㎏) 타이틀전 경력자 김훈(38)은 같은 체급 현역 UFC 챔피언 로버트 휘터커(28·호주)를 꺾은 것으로 유명하다.

정찬성이 로드리게스와의 UFC 복귀전 도중 상대가 만세를 부르자 어이없어하는 모습. 사진=UFC 공식 SNS
김훈은 “야이르 로드리게스는 햇수로는 3년째 정찬성과의 UFC 대결을 말해왔다. 스타일을 어느 정도 파악한 듯하다. 마지막 팔꿈치 공격도 많이 준비된 동작”이라면서 “반면 정찬성은 물론 운도 없었지만, 너무 정직하게 좀비 같은 돌진 스타일이라는 평소 같은 패턴으로만 임했다”라고 분석했다.

정찬성은 로드리게스를 정직하면서 순진하게 상대하다가 봉변을 당했다. UFC 주심이 급소를 맞지 않았다고 판단하고 경기 속행을 지시했는데도 아픈 척하는 로드리게스를 차마 공격하지 못하고 물러서는 정찬성의 모습은 순진함을 넘어 어리석었다.

UFC 경기 내내 정찬성은 로드리게스의 하이파이브·포옹 요청이나 관중 함성유도 같은 어이없는 쇼맨십을 제지하거나 무시하지 않았다.

5라운드 막판 UFC 정찬성은 로드리게스의 도발을 ‘마지막 10초를 난타전으로 불태우자’라는 뜻으로 순진하게 호응해줬으나 정찬성의 돌진을 기다렸다는 듯 로드리게스는 후진하며 피하더니 회심의 팔꿈치 공격을 안면에 적중시켜 극적인 역전 KO승을 거뒀다.

UFC는 승패를 가리지 않는 시범경기 혹은 각본대로 연기하는 프로레슬링이 아니다. 정찬성을 맞아 로드리게스는 불리해질 것 같으면 질 낮은 쇼맨십으로 상대 기세를 끊고 휴식을 취하며 더 큰 위기를 모면하길 반복했다.

‘코리안 좀비’라는 별칭처럼 정찬성은 공격적이고 재밌는 경기를 추구한다. 게다가 교묘한 반칙이나 비열한 속임수 같은 것과도 거리가 멀다.

정찬성이 UFC 6전 4승 2패라는 많지 않은 전적으로도 한국인 최초로 타이틀전을 하는 등 명성을 얻은 이유다.

물론 UFC 정찬성이 로드리게스의 저렴한 쇼맨십에 발끈했다면 아마도 그런 상황을 대비하고 있을 상대의 반격에 당했을 가능성이 없진 않다.

그러나 포옹이나 하이파이브를 하거나 관중의 환호를 요구하는 등 상황과 어울리지도 않고 수시로 시도하여 싫증이 났던 언행에 정찬성이 거절의 뜻을 분명히 밝히면서도 로드리게스의 카운터를 맞을 위험이 적은 공격 방법이 없진 않았을 것이다.

정찬성은 얄팍하게 순간의 위험을 일단 모면하고 상대를 현혹하길 반복한 로드리게스의 속뜻을 간파하지 못했는지, 아니면 알고서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제지하기는커녕 오히려 매번 받아주다가 UFC 역전패라는 큰 대가를 치르고 말았다.

냉정하게 정찬성은 전반적으로 우세했던 경기내용과는 무관하게 UFC와 종합격투기, 나아가 스포츠의 본질을 망각하고 로드리게스와 적당히 노닥거리다가 KO를 당했다는 비판을 받아도 변명의 여지가 없다.

UFC 등 종합격투기는 ‘스왜그’가 필수라는 힙합이 아니다. 채점 방식을 영리하게 파악하고 판정승을 거둘 만큼만 노련하게 매치를 운영할 자신과 역량이 안 된다면 최선을 다해 상대의 저항 의지를 말살시키는 것만이 승리의 지름길이자 유일한 방법이다.

정찬성은 UFC 라이트급(-70㎏) 챔피언 경력자 프랭키 에드거(37·미국)라는 거물과의 복귀전을 준비하다가 갑작스럽게 상대가 로드리게스로 바뀌며 김이 빠질만 했다.

승리하면 UFC 타이틀전 직행도 꿈꿀만한 프랭키 에드거와 달리 로드리게스는 이겨도 정찬성에게는 성공적인 부상 회복 증명은 될지언정 위상은 현상 유지가 고작이다.

미국 콜로라도주 체육위원회가 공개한 UFC 파이트 나이트 139 메인이벤트 채점 용지를 보면 정찬성은 설령 마지막 라운드를 뺏겼어도 로드리게스에 2-0 판정승을 거두기 직전이었다.

UFC 공식 통계를 보면 정찬성-로드리게스 주요 타격 적중 횟수는 126-119였다. 이왕이면 접전 끝의 판정승보다 좀 더 화끈한 승리를 원했을 것은 충분히 이해가 된다.

그러나 정찬성이 로드리게스와의 UFC 경기 내내 보여줬던 마음가짐은 냉철함과는 거리가 있었다. 싸구려 쇼맨십을 진작 차단할 수 있었음에도 그러지 않았던 안일한 마음은 막판 대시에서 최소한의 조심성도 앗아갔다.

챔피언 포함 UFC 체급별 TOP16은 상대 방심을 언제든 공략할 수 있는 파이터들의 집합소다. 정찬성은 로드리게스에게 부주의함이 어떤 대가를 치를 수 있는지 뼈저린 실습을 하고 말았다. dogma01@mae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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