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이 스타킹 왜 구멍 있어?"..양지로 나온 성인용품점
━
주요 상권에 속속 들어서는 성인용품점
연령에 관계없이 누구나 드나들 수 있는 공간도 성인용품점 못지않았다. 신체 주요 부분에 구멍이 뚫린 전신 망사스타킹을 입혀 놓은 마네킹 옆에는 T팬티‧코끼리팬티 등 외설적인 디자인의 속옷이 벽면을 빼곡하게 채웠다. 맞은편 선반에는 망사로 된 속옷뿐 아니라 학생‧간호사‧하녀 등으로 변장할 수 있는 복장도 걸려 있었다.
청소년보호법에 따라 청소년은 성인용품점에 드나들 수 없지만 얼마나 제대로 지켜질지는 미지수다. 더구나 외설적인 속옷이나 성인 코스튬 복장은 청소년 유해물건에 해당하지 않아 진열‧판매하는 게 문제가 안 된다. 사회적으로 성에 대해 보수적인 시각이 만연한 상황에서 성문화가 급격히 개방되면 세대 간 갈등이 심화할 것이라는 지적은 물론 정신적으로 성숙하지 않은 미성년자에게 무분별하게 노출되면 잘못된 성인식이 생길 가능성이 크다는 우려도 있다.
━
자녀교육 부정적 영향 우려하는 학부모들
일부 학부모들은 성인용품점이 있는 것 자체가 자녀 교육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과거의 성인용품점은 유리 전체를 불투명하게 만들어 밖에서 안을 볼 수 없었지만, 요즘에는 투명한 유리로 돼 있는 곳이 많다. 또 콘돔이나 가터벨트 모양의 스티커로 외부를 꾸민 곳도 있다.
━
"제대로 된 성교육 선행돼야"
전문가들은 인터넷의 발달로 성에 대한 접근성이 용이해진 만큼 개방적인 성문화를 받아들여야 한다면서도 제대로 된 성교육과 양성평등 교육이 선행돼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성에 무지한 상태에서 자극적인 문화에 지속해서 노출되면 성인이 됐을 때 왜곡된 성 인식을 가질 수 있다”며 “성인 중에도 성인용품을 사용하거나 외설적인 속옷을 입는 사람들은 극히 일부인데, 마치 모든 사람이 그런다고 착각하는 식”이라고 설명했다. 이현숙 탁틴내일 대표도 “청소년들의 성 경험이 예전보다 빨라졌다고 하지만 일부의 얘기일 뿐이고, 아직 성에 대해 잘 모르는 경우가 훨씬 많다. 성을 무조건 금기시하는 것도 문제지만 자극적인 문화에 일부러 노출시킬 필요도 없다”고 조언했다.
━
"양지로 나온 성인용품, 사회 건강해진 증거"
청소년에게 끼치는 영향과 별개로 과거 으슥한 곳에서 은밀하게 판매되던 성인용품의 위상이 달라진 것에 대해 긍정적인 시각도 존재한다. 성에 대한 인식이 달라진 만큼 성인용품에 대한 생각도 바뀌어야 한다는 것이다. 서울의 한 대학에 재학 중인 이유진(23‧여)씨는 “음지에서 이뤄지던 일이 양지로 나오게 된 게 좋다고 생각한다. 그만큼 사회가 건강해졌다는 증거 같다”고 말했다. 서울의 한 여대에 재학 중인 장모(25)씨는 “남성을 위한 제품만 있으면 불쾌했을 텐데 여성을 위한 게 더 많아 보이더라. 과거와 달리 여성도 성을 즐기는 주체적인 존재가 된 것 같아 반갑다”고 말했다.
전민희 기자 jeon.minhee@joongang.co.kr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J노믹스 설계' 김광두 "한국 경제 뿌리째 흔들"
- 농부에게 온 의문의 흰 박스 "北 보내는 건지 몰랐다"
- 한국당 사령탑 경쟁..친박 업은 나경원 3수 성공할까
- '저출산'만 붙이면 OK?..내 연봉서 빼간 86만원 행선지
- 軍의 수상한 특혜..임종석 'DMZ 영상'에 생략된 보안
- 기혼여교사, 제자2명과 수차례 성관계.."학교측 은폐"
- "신은 브라질 국적 아니다"..'헬브라질' 만든 부패 생태계
- 다이어트 원한다면 먹어선 안 되는 겨울 간식..어묵?
- 카멜레온 위장크림 퇴출? 軍 "먼거리선 다 들킨다"
- 재주 조선이 넘고 돈 일본이 벌었다..통한의 '연은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