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서 김장하기 가장 좋은 날은 11월29일, 왜?

성태원 입력 2018. 11. 9. 14:00 수정 2018. 11. 9. 1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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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오래] 성태원의 날씨이야기(32)
지난 7일은 가을 끝자락에서 맞는 입동(立冬) 절기였다. 시민들이 서울 정동길에서 비에 젖은 낙엽을 밟으며 걷고 있다. [중앙포토]

바야흐로 만추(晩秋)다. 나뭇잎이 우수수 떨어져 보도를 뒤덮는다. “추풍에 낙엽 지듯 한다”는 말이 실감 나는 때다. 설악산에서 불붙기 시작한 단풍도 남쪽 내장산에 이르러 마지막 자태를 뽐내고 있다. 나무들의 겨울 채비가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다. 이제 곧 엄동설한(嚴冬雪寒)을 맞아 봄이 올 때까지 숨죽이며 살 것이다.

지난 7일(수)은 가을 끝자락에서 맞는 입동(立冬) 절기였다. 24절기 중 19번째로 겨울이 기지개를 켜며 서서히 일어서기(立) 시작한다는 절기다. 입춘에서 시작한 절기가 봄·여름·가을 18개 절기의 운행을 마치고 이제 남은 6개 겨울 절기 운행에 들어갔다. 앞으로 소설(小雪), 대설(大雪), 동지(冬至), 소한(小寒), 대한(大寒)을 거치며 겨울은 자신의 존재를 유감없이 드러낸다.

엊그제가 입동이었지만 사실 겨울 동장군은 이미 10월 중하순부터 부하들을 통해 자신의 존재를 알리기 시작했다. 동장군의 부하인 소위 ‘겨울 3총사’는 한파·얼음·눈이다. 눈은 지난 10월 18일 설악산 중청대피소에서 이미 관측됐다. 이날 오전 6시 1㎝가 쌓인 상태로 발견됐는데 작년보다 무려 16일이나 빨랐다. 올여름 역대 1위의 살인적인 무더위를 경험한 지 불과 2개월여 만에 날아든 눈 소식에 사람들이 계절의 무상함을 느낄 법했다.

10월 마지막 주(10월 28일~11월 3일)에는 때 이른 반짝 추위와 얼음도 선보였다. 이 기간 내내 서울 지역의 최저 기온이 5℃를 밑돌았고, 특히 10월 30일엔 최저 기온이 0.7℃로 영하권에 근접하며 초겨울 한기를 느끼게 했다.

설악산에 올가을 첫눈이 내린 지난 10월 18일 중청대피소 주변에 눈이 쌓여 있다. [설악산국립공원사무소 제공] <저작권자 ⓒ 1980-2018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이날 설악산은 영하 8℃, 대관령 영하 4.5℃, 철원 영하 3.3℃, 파주 영하 3.1℃, 제천 영하 2.8℃ 등을 기록했다. 봉화·태백·춘천도 영하 2.4℃였다. 올가을 들어 수은주가 가장 많이 떨어졌던 이날 서울(종로구 송월동 기상관측소)에서는 첫 얼음도 관측됐다.

겨울이란 절기상으로는 입동(11월 7일경)부터 이듬해 입춘(2월 4일경) 전까지 약 3개월을 가리킨다. 하지만 절기상 겨울은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의 계절 감각에 비춰 보면 너무 앞서간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24절기’가 옛날 농사를 주업으로 삼아 자연에 순응하며 살던 시절에 창안됐기 때문으로 여겨진다.

천문학에서는 동지(12월 21일경)부터 춘분(3월 21일경) 전까지를 겨울로 친다. 기상학에서는 12월~2월을 대개 겨울로 보지만 기온을 기준으로 좀 더 세밀하게 정의를 내린다. 우선 일 평균 기온이 5℃ 미만으로 내려가 9일간 유지될 때, 그 첫 번째 날을 겨울의 시작일로 정의한다. 또 초겨울과 늦겨울은 일 평균 기온이 5℃ 이하이고 일 최저기온이 0℃ 이하일 때를, 한겨울은 일 평균기온이 0℃ 이하이고 일 최저기온이 영하 5℃ 이하일 때를 각각 가리킨다.

입동은 한자로 入冬이 아니라 立冬으로 표기한다. 완성된 겨울이 짜잔~ 하며 나타나는 게 아니라 서서히 제 모습을 드러내며 기지개를 켠다는 의미로 여겨진다. 한 마디로 “겨울이 오기 시작했으니 채비를 단단히 하라”는 뜻을 담고 있어 보인다.

2018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일 교문 앞에 서 있는 학부모의 모습. 입동 무렵만 되면 찾아오는 일명 '수능 한파 징크스'가 다행히도 올해는 없을 것 같다. 프리랜서 공정식

입동 무렵이 되면 많은 이들이 챙기게 되는 두 가지 대형 월동 아이템이 있다. 그것은 대학 수능시험(11월 15일·목)과 김장이다. 수능일은 시험 준비에 수년간 매달려온 학생과 학부모들이 사생 결단을 벌이다시피 하는 날이다. 이럴 때 예민한 수능생들에게 영하의 추운 날씨는 여간 신경 쓰이는 게 아니다.

다행히 수능일만 되면 추워진다는 소위 ‘수능 한파 징크스’가 올해는 없을 것 같다. 수능을 일주일 정도 앞둔 7일 낮 3시 현재 기상청 중기(10일)예보에 따르면 수능 당일엔 전국적으로 구름이 좀 낄 것으로 보인다. 아침 최저 기온 3~10℃, 낮 최고 기온 12~17℃의 분포로 ‘한파 없는 수능’이 예상된다.

김장도 빠뜨릴 수 없는 월동 아이템이다. 최근 케이웨더·153 웨더 등 민간 기상업체들이 지역별로 ‘김장하기 좋은 때’를 예보했다. 케이웨더는 중부지방과 남부 내륙은 11월 하순~12월 상순, 동해안은 12월 중순, 남해안은 12월 중순~하순이 적당할 것으로 내다봤다. 서울은 11월 29일 전후가 좋겠다고 했다. 153 웨더는 서울·경기 및 중부 내륙은 11월 하순~12월 상순 전반, 동·서해안 및 남부지방은 12월 상순~중순 전반, 남해안은 12월 하순 이후로 전망했다.

케이웨더와 153웨더의 2018년 전국 김장 적정 시기 예보도. [출처 K웨더, 153웨더]

케이웨더는 내륙지방은 대체로 평년과 비슷하게, 해안지방은 평년보다 하루나 이틀 정도 앞당기는 게 좋을 것으로 내다봤다. 이에 비해 153 웨더는 적정 시기가 평년이나 작년보다 2~3일 정도 빨라질 것으로 예상했다. 두 업체의 전국 김장 적정 시기 예보도를 비교해서 참고하는 것도 좋을 것이다.

김장은 대개 일 평균기온 4℃ 이하, 일 최저기온 0℃ 이하일 때 하는 게 좋다. 이보다 기온이 높으면 김치가 빨리 익고, 낮으면 배추·무가 얼어 제맛을 내기 어렵기 때문이다.

기후변화로 김장 적정시기도 갈수록 늦춰지고 있다. 서울의 경우 적정 시기가 1920년대엔 11월 21일경이었지만 2000년대 들어 12월 3일경으로 늦춰졌다. 80년 만에 약 12일이나 늦춰진 셈. 보도에 따르면 4인 기준 올 김장비용은 26만 원 정도로 작년보다 3만 원 이상 더 들 전망이다. 이에 따라 당국이 김장 재료 수급 관리에 비상을 걸고 있다는 소식이다.

성태원 더스쿠프 객원기자 iexlover@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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