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년 전 퀸 공연장으로..엄마도 딸도 "위 아 더 챔피언~"

2018. 11. 8. 1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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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보헤미안 랩소디> 로 다시 부는 퀸 열풍

노래하며 영화 보는 '싱어롱' 상영관서 떼창 열광
보고 또 보는 'N차 관람' 늘며 예매율 1위 올라
음악바에선 세대불문 너도 나도 퀸 노래 신청
OST·퀸 앨범 판매 급증, 전세계 음원차트도 장악

[한겨레]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 스크린엑스 상영 홍보 영상 갈무리. 씨지브이 제공

타임머신을 타고 33년 전 그곳으로 온 줄 알았다. 7일 저녁 서울 씨지브이 영등포점 스크린엑스관은 1985년 영국 런던 웸블리 스타디움 그 자체였다. 앞쪽 스크린에선 록 밴드 퀸의 프레디 머큐리가 열창하고 있었고, 상영관 양옆 벽에 펼쳐진 스크린에선 공연장의 7만여 관객들이 환호하고 있었다. 3면 스크린에 둘러싸인 극장 관객도 모두 박수를 치고 소리를 지르고 노래를 따라 불렀다. 극장 관객과 영화 속 관객의 경계가 사라진 마법 같은 순간이었다.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 스크린엑스 상영 홍보 영상 갈무리. 씨지브이 제공

이곳은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 싱어롱 상영 현장. 관객들이 영화를 보며 자유롭게 박수 치고 노래 부를 수 있도록 한 자리다. 씨지브이·롯데시네마·메가박스 일부 지점에선 지난 6일부터 <보헤미안 랩소디> 싱어롱 상영을 하고 있다. 애초 9일까지 할 예정이었으나 거의 매진되는 등 반응이 뜨거워 씨지브이는 13일까지 연장했고, 메가박스는 아예 영화 종영 때까지 하기로 했다.

웸블리 스타디움 ‘라이브 에이드’ 공연 장면으로 영화가 끝나려 하자 객석에선 “앙코르”가 튀어나왔다. 엔딩타이틀 자막이 다 올라가고 엔딩곡이 끝날 때까지 자리를 뜨는 관객이 거의 없었다. 일부 관객은 극장을 나와서도 일행과 퀸 노래를 부르며 여흥을 즐겼다. 엔딩곡이 흐를 때 일어나 춤까지 추며 함께 노래한 한혜정(22)씨는 서울에 사는 두 친구와 싱어롱 버전을 보려고 대구에서 올라왔다. “퀸을 몰랐다가 최근 알게 됐는데, 오늘 실제 공연장에 온 느낌이어서 참 좋았어요.” 함께 온 두 친구는 이 영화 관람이 각각 두번째, 세번째다. 그러고도 “내일 또 볼 계획”이라고 했다.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 속 영국 런던 웸블리 스타디움 ‘라이브 에이드’ 공연 장면. 이십세기폭스코리아 제공

이처럼 영화를 보고 또 보는 N차 관람 행태도 늘고 있다. 에스엔에스에선 영화를 두번, 세번 봤다는 인증 사진과 글이 끊이지 않는다. 씨지브이 리서치센터는 <보헤미안 랩소디> 재관람률이 2.7%라고 밝혔다. 10위권 내 다른 영화 재관람률 1.2%의 2배가 넘는다. 특히 아이맥스관, 스크린엑스관, 사운드 특화관 등을 찾아 다니며 재관람하는 사례가 많다. 메가박스는 “돌비 애트모스 기술을 적용해 입체적 사운드를 들려주는 엠엑스관에서 지난 주말 <보헤미안 랩소디>를 본 관객이 이전 주말 다른 영화 상영 때보다 2.5배 늘었다”고 전했다. <보헤미안 랩소디>는 개봉 9일째인 8일 오전 100만 관객을 넘겼다. 개봉 당시 2위였던 예매율은 1위로 올라섰다.

영화의 감동을 극장 밖에서까지 이어가려는 움직임도 일고 있다. 요 며칠 새 음악바에선 퀸 노래 신청이 눈에 띄게 늘었다. 지난 5일 저녁 찾은 서울 서교동 음악바 ‘홍대 우드스탁’에선 유독 퀸 노래가 자주 흘러나왔다. 이곳을 운영하는 염승헌 대표는 “신청곡 넷 중 하나가 퀸이다. 전에는 40대 이상이 ‘보헤미안 랩소디’ 정도만 신청했는데, 이제는 20~30대 젊은 손님들이 퀸의 다양한 노래들을 신청한다”고 말했다. 서울 방이동 음악바 ‘재즈 잇 업’의 김정욱 대표는 “요즘 신청곡의 40%가 퀸이다. 엄마와 딸이 함께 영화 보고 와서 신청한 적도 있다. ‘위 아 더 챔피언스’를 틀면 모든 손님이 떼창하며 대동단결 분위기가 된다”고 전했다.

서울 방이동 음악바 ’재즈 잇 업’에서 어느 손님이 적어 낸 신청곡 목록. 재즈 잇 업 제공

퀸 음반과 음원 판매량도 급증했다. 이인섭 유니버설뮤직코리아 부사장은 “<보헤미안 랩소디> 오에스티 음반이 벌써 7000장이나 나갔다. 한달에 100장이 채 안 팔리던 퀸 기존 음반들도 이달 들어서만 2000장이나 팔려 생산량을 급히 늘렸다”고 밝혔다. 음반사는 이번 주말부터 씨지브이 주요 상영관에서 오에스티 음반을 판매할 계획이다. 음원 차트에서도 변화가 뚜렷하다. 8일 현재 멜론 팝 차트에서 ‘보헤미안 랩소디’(9위) 등 5곡이 50위 안에 들었고, 지니 팝 차트에선 7곡이 50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영화가 다시 일으킨 퀸 돌풍은 외국 또한 마찬가지다. 미국 빌보드 차트 록 노래 분야를 보면, 20위 안에 든 퀸 노래가 6곡이다. 퀸의 모국인 영국 유케이 차트 록·메탈 싱글 분야에선 1~6위 모두 퀸 노래다.

영국 UK 차트 록·메탈 싱글 분야 리스트. 1~6위가 퀸 노래다. 누리집 갈무리

배순탁 음악평론가는 “퀸의 노래는 동시대 다른 전설적인 록 밴드들보다 멜로디가 좋아서 국내 대중과 정서적으로 잘 통하는 면이 있다. 영화를 계기로 기존 팬은 물론 퀸을 잘 몰랐던 젊은 층도 퀸 음악의 매력에 새삼 빠져들고 있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서정민 기자 westm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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