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기자 어디가?] 바다를 품은 테이블..'도쿄의 식탁' 미야기현 풍미 로드

박찬은 2018. 11. 8. 10:36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시마과장’ 주인공이 앉아 있을 듯한 뒷골목 선술집에 가서 상어 심장을 맛보고, 손으로 직접 빚은 사케의 풍미에 취했으며, 저녁엔 어부가 갓 잡아 올린 해산물로 상다리가 부러질 듯한 술상을 받았다. 어느새, 시름은 사라지고 풍미만 남았다. ‘도쿄의 식탁’으로 불리는 미야기현의 싱싱하고 비릿한 바다 내음을 전한다.

미야기올레 오쿠마쓰시마 코스의 일부인 이나가사키공원에서 바라본 전경
완두콩으로 만든 밀크 셰이크(2.), ‘완두콩 떡’을 뜻하는 즌다 모찌(ずんだもち)(3.)는 삶은 풋콩을 으깨 떡에 묻힌 미야기의 명물이다.
화로에 셀프로 구워 먹는 가마보코(어묵)도 미야기의 3대 명물이다, 민숙을 운영 중인 어부 사쿠라이 씨와 가족들
알이 꽉 찬 성게알(우니)과 꽃게, 각종 생선구이, 회가 가득 차려져 있는 어부민숙 사쿠라소의 저녁상 1박2식이 7600엔(약 76000원)이다.
김가루를 넣어 뽑은 아고라 식당의 김우동
▶풍부한 식재료의 바다, 미야기현

김우동과 어부가 지은 용왕 밥상

김, 가리비, 멍게와 굴을 양식하고 황새치, 상어, 참치 어업이 발달한 미야기현 마쓰시마(松島). 이곳의 민박 주인 대부분은 어부들이다. 그래서 민박집을 예약하면 그들이 오늘 아침 갓 잡은 싱싱한 해산물이 저녁 식탁에 오른다. 그런데 그 수준이 가이세키 요리 뺨치는 용왕님 밥상 수준이다. 우니, 꽃게, 생선구이, 테이블 위에서 갯내음 가득한 푸른 바다가 느껴진달까. 10월에 개장한 미야기올레(宮城オルレ) 오쿠마쓰시마 코스를 걷고 난 뒤 먹는, 갓 잡은 신선한 바다의 진미를 산해진미는 그래서 맛이 있을 수 밖에 없다.

어부 민숙(民宿)에서 받은 저녁상 위에 오른 우니(성게알:うに)는 아마추어들인 우리 일행이 해변에서 물질해 얻은 우니와는 차원이 달랐다. 마치 숟가락으로 감싸 넣은 듯 성게 안에 알이 꽉 차 있다. 40년 전 한국을 방문한 적이 있다는 어부 민숙 ‘사쿠라소(さくらそう(櫻草))’의 주인장 사쿠라이 씨는 당시 시내에 군인이 많았던 것이 기억난다고 말했다. 1980년대 군사정권 당시 얘기다. “요즘은 여행을 다니며 민박 손님은 받고 싶을 때만 받습니다(웃음). 아들 삼형제 중 아무도 가업을 이으려 하지 않아서 막내만 어부 일을 돕고 있지요. 내일은 아침 7시 반에 마지막 성게를 잡으러 나갈 거예요.”

어부의 집에서 어부가 직접 잡은 해산물로 배를 채운 다음날, 이곳의 특산물인 노리(김:のり)우동을 먹으러 나섰다. 김우동으로 유명한 지역 맛집 ‘아고라(あごら)’의 김우동(のりうどん 노리우동)은 이곳을 방문하는 여행객들이 필수적으로 맛보는 메뉴다. 황실에 헌상했다는 히가시마쓰시마 김이 우동에 들어간다. 김가루를 물에 풀어 면에 반죽해서 넣은 김우동은 반들반들하고 목 넘김이 좋다. 다른 지역에 비해 면발이 가는 것도 목 넘김을 편하게 하기 위해서라는 설명이 뒤를 잇는다. 아고라에는 냉김우동, 샐러드 김우동 등 여러 메뉴가 있다. 미야기현 곳곳에는 건면과 전용 쯔유를 판매하는 곳도 많으니 ‘면 성애자’라면 한번쯤 들려볼 만하다.

미야기현의 3대 진미는 ‘소의 혀’ 우설, ‘완두떡’ 즌다모찌(ずんだもち), 그리고 어묵을 뜻하는 가마보코(かまぼこ)다. 풋콩을 으깨 만든 페이스트인 즌다(ずんだ)를 이용한 모찌와 함께 우유를 넣은 즌다셰이크도 유명하며, 어묵 꼬치를 불에 구워 먹는 사사카마(笹かま)를 먹는 공간도 모찌를 파는 곳에 함께 있다. ‘사사(ささ)’는 조릿대, 카마(かま)는 ‘부뚜막, 아궁이’라는 뜻으로, 그 옛날 넙치 등 흰살 생산을 으깨 그 어육을 조릿대잎 모양으로 구워낸 것에서 이름 붙여졌다.

멍게로 유명한 가라쿠와에 위치한 ‘프렝탕’은 멍게 밥과 스파게티로 유명하다.
게센누마 가라쿠와의 관광 캐릭터인 바다의 아들 ‘호야보야’은 주황색 멍게를 모티브로 삼았다, 해안길이 많은 미야기올레 게센누마 가라쿠와 코스
프렝탕 레스토랑의 주인 내외와 가족.
▶도쿄의 식탁에서 바다를 맛보다

멍게·굴·상어 심장과 미야기올레

이시노마키에서 미나미산리쿠, 게센누마로 이어지는 복잡한 지형의 해안선은 미야기현의 바다 진미를 모두 이곳으로 모여들게 만들었다. 그중에서도 미나미산리쿠와 게센누마 지역은 태평양을 마주하는 항구마을로 상어지느러미와 전복 등 바다 향 가득한 식도락 문화를 품고 있다. 게센누마는 상어 외에도 가다랑어, 꽁치, 멍게, 굴 등이 유명하다. 잔잔한 게센누마의 항만 내부에는 기타카미 산맥의 강이 숲의 양분을 잔뜩 주입해, 이곳에서 채취한 굴은 살이 두텁고 맛이 농후하다. 전국 제2의 어획량을 자랑하는 미야기현 굴이 가장 맛있는 시기는 바로 지금. 10월 중순부터 생산되는 굴은 4월까지 나온다.

미야기현 게센누마의 가라쿠와 지역은 1년 멍게 생산량이 무려 100톤. 멍게로 유명한 ‘프렝탕(Printemps)’ 식당을 찾았다. 멍게를 넣은 밥과 멍게 스파게티는 향부터 입에서 씹는 질감까지 바다의 풍미가 가득하다. 한입 씹는 순간 비릿하면서도 향기로운 바다내음이 입안 가득 퍼진다. 프렝탕의 경우, 원래 운영하던 카페가 건물째 쓰나미에 떠내려가자, 현재의 집주인이 게센누마로 이주하고, 대신 자리를 물려받아 멍게 전문 레스토랑으로 운영 중이다. 단맛, 쓴맛, 짠맛, 신맛 등 모든 미각을 가진 유일한 식재료로 불리는 멍게는 모양 때문에 ‘바다의 파인애플’로도 불리는데, 초여름인 5~6월부터 잡기 시작, 6~7월에는 ‘며느리도 안 준다’고 할 정도로 풍미가 가득하다. “멍게 맛은 바다에 따라 다르다. 게센누마 가라쿠와는 3개의 강이 모이는 바다가 있어서 맛있는 것”이라고 밝힌 미야기협동조합 멍게 생산자는 50년 동안 멍게를 잡은 부모 세대에 이어 30년째 이 일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색이 진하고 두꺼울수록 맛있는데 따서 바닷물에 씻어 바로 먹는 멍게가 가장 맛있지요.” 게센누마 가라쿠와 지역에선 어부들과 함께 굴과 멍게, 가리비가 어떻게 길러지는지를 눈앞에서 관찰하며 양식에 대해 공부도 할 수 있다. 이곳에선 가을 굴 축제와 겨울 전복 축제, 더운 여름에는 성게 축제가 열린다.

멍게밥을 먹고 부른 배를 두드리며 미야기올레 게센누마 가라쿠와 코스를 걸어본다. 오쿠마쓰시마 코스와는 다르게 박력 있는 해안길 코스가 일행을 맞는다. 게센누마의 2개 곶, 오가마와 한조 중 특히 해수의 침식으로 대리석이 곧게 서 있는 오가마의 오레이시는 큰 볼거리다. 쓰나미 당시 해저로부터 들어올려진 ‘쓰나미 돌’도 관광객들의 포토 슛을 많이 받는 곳. 올레코스 게센누마 가라쿠와 지역은 동일본 대지진으로 큰 피해를 입었으나, 모두가 힘을 합쳐 부흥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게센누마시 가설점포에서 영업을 재개한 부흥상점가에서 물건을 사는 행위 역시 쓰나미 피해지 지원의 한 형태라고 볼 수 있다.

경매가 열리는 동안에는 2층 견학대에서만 볼 수 있는 게센누마 수산시장. 황새치는 잡자마자 날카로운 주둥이를 자른다, 게센누마의 명물 상어심장 요리. 상어 지느러미는 회나 튀김, 살은 주로 어묵 재료로 쓰인다.
전광판으로 컴퓨터 경매가 이뤄지는 게센누마 수산시장, 일본 동북부의 어업도시 게센누마는 전국 1위 상어 지느러미 생산지역이다. 일본에서 잡히는 상어의 90%가 모여든다. 그물에 걸린 작은 고기를 먹으러 상어와 황새치가 몰려든다, 전채요리를 준비 중인 ‘고다이’의 주방장
▶‘바다의 시장’ 게센누마

상어 심장 맛은 ‘심장 쫄깃’

‘도쿄의 식탁’으로 불리는 미야기현 게센누마 지역은 전국 상어 생산량 1위 지역. 맑게 개고 건조한 서풍이 양질의 상어 지느라미를 만들기에 적합한 공기를 만든다. ‘바다의 시장’으로 불리는 게센누마답게 굴, 전복, 우니 축제 등이 풍성하게 열리는 이곳에는 매일 새벽 수산시장이 열린다. 그런데, 좀 이상하다. 한국과는 달리 수산시장의 경매 현장이 너무 조용하다. 알고 보니 전광판을 이용한 컴퓨터 경매가 이뤄지고 있었던 것. 조용히 계산기를 두드리며 전광판을 응시하는 업자들의 모습이 무척 이질적이다. 경매가 이뤄지는 이른 아침에는 어시장으로 들어갈 수 없고, 수백 미터에 달하는 길이의 2층 견학대에서 경매 광경과 상어와 황새치 등을 실어나르는 광경을 볼 수 있다. 2층에서 조심스럽게 사진을 찍고 있던 순간, 외마디 일본어가 날카롭게 날아든다. 일행 중 누군가가 사진을 찍느라 계단참을 막아 섰던 모양이다. 일본어를 모르지만 ‘비켜서!’라는 뜻인 건 알겠다. 경매 현장은 조용하지만 역시나, 이들은 거친 뱃사람들이었던 건가.

오전 6시 반. 상어 경매를 시작하는 종이 울리자 사람들이 모여든다. 일본 상어의 90%가 잡히는 게센누마 항에서는 새벽 6시30분부터 2시간 동안 경매가 이뤄지는데, 가장 빨리 상하는 ‘상어’부터 가장 먼저 경매가 이뤄진다. 다음은 황새치. 작은 물고기를 잡기 위한 그물로 상어와 황새치, 가다랑어가 함께 몰려드는데, 최대 200kg에 달하는 황새치 한 마리를 잡으면 500인분이 나온단다. 작살을 던져 잡는 황새치는 주둥이가 다 잘려있다. 운송 시 날카로운 위턱에 사람들이 찔릴 수도 있기 때문. 배에서 긴 관을 통해 크기 별로 나눠 담기는 생선을 트럭들은 부지런히 도쿄로 실어 나른다.

저녁엔 상어 심장 요리를 맛보기 위해 히로카네 켄시의 만화 속 ‘시마과장’이 앉아 있을 듯한 게센누마의 뒷골목 술집 ‘고다이(こうだい)’를 찾았다. 1층은 화장실 앞 Bar 좌석까지 해도 채 10석이 되지 않고, 2층 역시 넥타이 부대 한두 팀이 앉으면 꽉 차는 작은 가게다. 가다랑어가 가장 많이 잡히는 항구답게, 금방 썰어온 신선한 가다랑어 회도 먹을 수 있는 곳이다. 입맛을 돋우는 전채 요리와 가다랑어로 시작, 드디어 검붉은 상어의 심장 근육이 나온다. 상어 내장 중 유일하게 회로 먹을 수 있는 부위, 심장과 대동맥이 만나는 부분이다. 이어 1kg에 5000엔이라는 상어 심장 본 부위가 접시에 내어져 온다. 육회와 비슷하다고 느낄 수 있지만 훨씬 쫄깃하고, 육고기의 오도독한 맛을 닮아 있다. 와사비나 기름장 모두 어울린다. 해산물의 풍미를 해치지 않으면서도 향이 짙은 사케 ‘미즈토리키(水鳥記)’를 함께 주문했다.

그날 잡은 것을 그날 소비해야 할 만큼 빨리 상하는 상어. “주먹 크기의 상어 심장을 먹으면 상어 한 마리를 먹은 셈”이라는 셰프의 설명이 뒤를 잇는다. 은은한 과일 향이 나는 사케와 상어 심장의 콜라보, 좋은 쌀과 물, 풍부한 해산물이 있어 가능한 ‘도쿄의 식탁’ 게센누마의 향이 듬뿍 담긴 식사였다.

식당 앞에서 직접 재배한 메밀로 만드는 소바 식당 덴덴(田傳)
야마가타, 니가타와 함께 최고의 사케 생산지인 미야기현에 위치한 이치노쿠라 양조장의 ‘히메젠’은 알코올 도수 8%로 산뜻한 감귤 향이 가득하다, 이치노쿠라 양조장에서 25년간 일해온 사케 장인 ‘도지(toji)’.
▶메밀 밭에서 캐낸 면의 탄력

손으로 빚는 사케의 진한 맛

이튿날엔 식당 앞에서 직접 농사 지은 메밀로 면을 만드는 식당 ‘덴덴(田傳)’을 찾았다. 미야기현 오사키에 자리한 ‘덴덴’은 레스토랑 뒤 메밀밭에서 직접 재배한 메밀을 껍질째 갈아 면을 만든다. 메밀과 밀가루를 10대 1로 섞어 거뭇거뭇하고 탱탱한 탄력이 살아있는 소바를 만드는데, 탄력의 비결이 뭔지 묻고 싶을 정도로 찰지다. 창 밖으로 넓은 메밀밭을 보며 메밀소바를 먹을 수 있는 이곳에선 소바 샐러드와 붓카케 소바, 모리 소바로 이뤄진 코스 요리가 유명하다. 시소 페스토를 넣은 소바 샐러드와 모리소바가 차례로 나온다. 가게 앞에 위치한 밭에서 직접 수확한 메밀로 면을 뽑는다는 주인은 탱탱한 면의 비결을 묻는 일행에게, ‘반죽을 열심히 해서 탄력을 만든다’는, 지나치게 정직한 답을 조곤조곤하게 들려준다. 소바가루로 만든 시폰케이크와 젤라또도 꼭 맛볼 것.

미야기현 오자키 시의 마쓰야마 지역은 예로부터 일본을 대표하는 곡창 지대로 품질 좋은 쌀이 많이 나는 동네다. 그래서 술맛도 좋다. 특히 요즘처럼 사케 주조 공정 대부분이 기계화된 요즘, 여전히 사람의 손으로 사케를 빚는 전통 방식을 고수하고 있는 양조장의 사케는 더욱 그러하다. 아사미상점, 카쓰라이주조, 사쿠라이주조, 마쓰모토주조 등 미야기현 내 유서 깊은 네 곳의 양조업체가 뭉쳐 만든 유명 사케 브루어리 ‘이치노쿠라(一ノ蔵) ICHINOKURA’가 대표적. 40여 년 전인 1973년, 사케 판매율이 장기간 침체되자, 4개 도가의 20~30대 가업 장인들은 생존을 위해 협업한다. 이치노쿠라의 주조사 마크는 4개의 도가를 하나로 묶었다는 뜻이다.

공장을 돌며 사케 빚을 때 사용한 나무통 등 도구, 밥을 찌는 시루와 누룩을 배양하는 누룩실 등을 둘러보았다. 도지(toji: 술 빚는 장인들의 우두머리)의 통솔 아래 46명의 장인들이 손으로 사케를 빚고 있다. 24시간 관리해야 하는 고된 일정이라 여름에는 두 달 가까이 휴가를 갔다가 새로운 쌀이 들어오는 10월에 다시 공장을 가동한다. 잡균이 죽는 겨울에 술을 빚는 것이 주조에도 좋기 때문. 획일적인 일본주의 맛에서 벗어난, 일본주답지 않은 저알콜 일본주를 많이 선보이는 이치노쿠라는 전통적 양조기술을 사용한다. 그리하여 알코올 함량이 일반 청주의 절반 밖에 되지 않는 새콤달콤한 ‘히메젠(ひめぜん)’과 섬세한 거품이 올라오는 스파클링 일본주 ‘스즈네(すず音)’를 개발해냈다.

가장 먼저 도수가 낮으면서도 맛있는, 히메젠을 맛봤다. 히메젠은 ‘도수가 낮으면 술맛이 없다’는 업계의 편견을 이겨낸 술. 산뜻한 감귤향이 코를 감싸고, 어떤 음식과 먹어도 방해되지 않을 듯한 맛이 혀끝을 감돈다. 인구 반 이상은 술이 약한 일본인의 타깃 포인트를 발견해내면서 달콤하면서도 부드러운 풍미의 이치노쿠라 히메젠은 대박을 친다. 38살에 사케 생산을 시작, 25년간 사케장인으로 일해온 이치노쿠라의 한 도지는 술맛에 대한 욕심 때문에 도지와 양조장 대표의 의견이 충돌하는 경우도 많다고 귀띔한다. “누룩을 직접 손으로 느끼고 시각, 후각을 이용해 발효거품과 향을 측정하고 온도와 시간 조절, 발효 정도를 알아채야 하기 때문에 예민한 작업이죠. 상자 안에 쌀을 넣고 재울 때도 손으로 온도를 느끼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가능하면 피부가 예민한 젊은 직원들을 씁니다. 저희 최연소 직원은 18살이에요. 효모를 만드는 방에는 아침에 낫또를 먹고 온 직원, 향수 향이 강한 직원은 들어오지 못합니다. 예전엔 여성들도 들어오지 못했죠.”

도호쿠지방 고유의 향토 완구 고케시 인형은 맨홀뚜껑과 공동족욕장에도 등장한다.
평생 고케시를 만들어온 사쿠라이 아키히로 씨, 나루코 온천 거리, 나루코의 명물 ‘밤 경단’.
물과 흙이 좋아 예로부터 맛 좋은 사케와 해산물, 음식이 많은 미야기현 오자키 시.
▶목각 인형에게 복을 빌다

지옥온천에서 맛본 아찔한 증기

미야기현의 북부지역은 온천마을로도 유명하다. 그중에서도 나루코(鳴子) 온천 지역은 미야기현을 대표하는 유황 온천 밀집 지역으로 원천(源泉)만 해도 수백여 개에 달한다. 1000년의 역사를 지녔으며, 11개 종류의 일본 전체 온천수 중 9종을 갖추고 있다. 아키우, 이자카 온천과 함께 도호쿠 3대 온천으로 꼽히는 이곳은 에도시대부터 정비된 주요도로를 따라 예로부터 온천이 번성해 있는데, 공동 욕장이 2곳 있어 마을 온천순례를 해보는 것도 좋다.

마을 입구로 들어서자마자 유황 냄새가 강하게 풍겨온다. 온천을 한 다음날까지 피부가 매끄럽고 촉촉했다. 나루코 온천수가 ‘장어’에 비유되는 이유를 알겠다. 다다미 방에 앉아 있으니 나루코 관광호텔(Naruko Kanko Hotel) 창 밖으로 유황 연기가 피어 오르는 산이 한눈에 들어온다.

마을을 걷다 보니, 조그마한 입술에 초승달 같은 눈을 하고 가지런한 검은 단발머리를 한 목각 인형이 반복적으로 눈에 들어온다. 마을 공동 족욕 가게 안 맨홀 뚜껑에까지 인형 속 여자 아이 얼굴이 있다. 바로 도호쿠 지방에서 오래 전부터 전해져 오는 전통 목각 인형, ‘고케시(小芥子)’다. 원통형 몸에 머리를 얹은 형태의 목각 인형으로, 조각 하나를 통으로 조각해 만든다.

복을 빌어준다는 고케시 인형은 목각을 위해 나무를 조각하는 것을 생업으로 하는 사람들이 자기 자식에게 주었던 것이 그 시작이라고도 하고, 1600년대 에도시대에 영양 실조로 죽거나, 가난으로 인해 버려지고 제물로 바쳐진 아이들의 넋을 기리기 위해 만들어졌다고도 한다. 온천 이용자에게 선물하던 것이 민예품으로 발전했고, 현재는 ‘고케시골목’이라고 해도 될 만큼 많은 가게가 판매와 체험을 병행하고 있는 상황.

현재도 50여 명의 장인이 나루코 온천 지역에서 고케시를 만들고 있다. 5대째 고케시를 만들고 있는 스튜디오 겸 숍 ‘사쿠라이 고케시(櫻井 小芥子)’ 한편에서는 평생 고케시 인형을 만들어온 사쿠라이 아키히로 씨가 구석에서 나무를 깎고 있다. 여기선 직접 코케시 인형을 만드는 체험도 할 수 있다.

나루코 관광호텔의 내외경
미야기현의 후키아게 지역의 ‘오니코우베 지옥계곡’ 온천. 몇 분 간격으로 지하 온천수가 모아지면 강력하게 분출하는 간헐천이다. 계란을 삶아 먹을 수 있는 바구니가 걸려 있다.
도시의 느낌을 벗어나 온천을 즐기고 싶다면 골짜기를 따라 양 언덕 십여 곳에서 온천수가 분출하는 ‘오니코우베 온천 지옥계곡(地獄谷: 지고쿠다니)’으로 가도 좋다. 이름이 주는 위압감과 증기 때문에 선뜻 발걸음이 내키지 않았지만 나무 데크 길을 걸으며 하얀 김이 솟아오르는 계곡 물을 바라보며 걷는 체험은 말 그대로 다른 곳에선 할 수 없는 이색적인 경험이다.

1200년 전 전투에서 패하자 그 머리가 잘려 날아간 신출귀몰했던 장수 오오타케마루의 귀신이 계곡으로 들어앉았다는 데서 ‘오니코우베’라는 이름이 기원했다는 설명이 붙어 있다. 뜨거운 증기가 바위 틈과 땅, 나무 줄기 사위에서 분출하는 간헐천으로 지하에 쌓인 뜨거운 물이 수증기를 구멍 위로 가뒀다가 압력이 높아지면 외부로 수 미터씩 분출된다. 천둥 번개탕, 온천 달걀탕, 첫 번째 지옥인 무라사키 지옥, 고사리탕, 만다라 지옥, 치노나무 탕을 지나 종착점인 오월의 탕까지 코스가 마련돼 있다. ‘화상 등의 위험이 있으니 수분간 뿜어 오르는 것이 멈추면 지나가라’는 표지판이 보인다. 도시의 느낌을 벗어난 이곳에서 복잡한 디지털 기기는 놓아두고, 뜨거운 온천수 모든 걸 담궈 보는 것은 어떨까.

Info

-인천에서 아시아나항공으로 센다이공항까지 약 2시간20분.

-센다이공항에서 센다이역까지 철도로 17~25분.

-센다이역에서 게센누마역까지 고속버스로 2시간 45분,

-센다이역에서 마쓰시마역까지 JR로 25분 소요.

-도쿄에서 JR 이용 시 센다이역까지 1시간 30분 소요.

-센다이역에서 나루코온센역까지 JR 이용 시 1시간 소요.

[글 박찬은 기자 사진 박찬은, 미야기현청 취재협조 엔타비, 미야기현청]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653호 (18.11.13) 기사입니다]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시티라이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