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S 강영신 기자, 심혁주 기자, 류은혁 기자] 웹툰이 대중문화의 한 축으로 자리 잡으면서 만화를 보는 것이 마치 산책하고 음악을 듣는 것과 마찬가지로 일상적인 행위가 됐다. 지하철 출·퇴근길은 물론 웹툰을 즐기는 소비자들이 세대를 불문하고 늘어나는 추세. 최근에는 블루오션 산업의 주인공으로 떠오르면서 기존 산업과 시너지를 내고 있다. 이에 머니S는 만화책에서 웹툰 시대로 넘어가는 과정을 짚고 현 상황을 살펴봤다. <편집자주>

[웹툰 전성시대] ② 만화잡지에서 웹툰으로 이동하는 작가들

한국만화박물관./사진=류은혁 기자
한국만화박물관./사진=류은혁 기자

#동명의 웹툰을 원작으로 한 영화, 신과함께 1편과 2편은 관객 수 총 2658만6696명을 기록했다. 영화의 인기와 함께 2012년 연재 종료됐던 웹툰이 재연재됐다. 자연스레 웹툰작가 주호민의 수입에도 관심이 쏠렸다. 한남동에 빌딩을 살 정도로 떼돈을 벌었을 것이라는 주변 작가들의 추정에 주 작가는 “해외 상영까지 모두 끝난 뒤 정산이 이뤄진다”고 밝혔다.
   
영화 신과함께2 포스터./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영화 신과함께2 포스터./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2억2000만원. 국내 웹툰 플랫폼 1위인 네이버 웹툰이 지난 9월 공개한 웹툰작가들의 연평균 수익이다. 지난해 7월부터 1년간 네이버 웹툰에 작품을 연재한 작가 300여명의 수익을 분석한 결과다. 여기에 주 작가처럼 방송출연, 영화화 등 외부활동으로 벌어들이는 수익까지 합치면 훨씬 많은 돈을 벌 것으로 추정된다.
한국만화박물관./사진=류은혁 기자
한국만화박물관./사진=류은혁 기자

◆출판만화 쇠퇴기→웹툰시장 '전성기'

2000년대 중반부터 출판만화가 쇠퇴기에 접어들었다. 만화가들은 잡지시장에 머물지, 새로운 시장에 진출할지 기로에 섰고 일부 만화가들은 막 뜨기 시작한 웹툰시장에 뛰어들었다.

처음으로 웹툰시장에 뛰어든 출판만화 작가는 양영순 작가다. 2004년 7월 파란닷컴에 ‘천일야화(1001)‘를 연재하며 웹툰의 시작을 알렸다. 이후 2005년부터 만화잡지 황금세대들이 웹툰시장에 진출했다. 윤태호 작가도 파란닷컴에 ‘첩보대작전‘을 발표했지만 웹툰 창작 초기에는 어려움을 겪었다. 하지만 2007년 웹툰 ’이끼‘를 발표하고 다음 웹툰으로 연재처를 옮기면서 대중적 인기를 얻었다. 적응을 마친 윤 작가는 ’내부자들‘, ’미생‘을 선보였다.

한국만화박물관에 전시된 웹툰 '미생'./사진=류은혁 기자
한국만화박물관에 전시된 웹툰 '미생'./사진=류은혁 기자

과거 만화잡지 시대를 이끈 무협 장르 작가들도 웹툰작가로 성공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용비불패’ 문정후 작가는 2011년 다음 웹툰에 ‘’팔라딘‘이라는 판타지만화를 선보였으나 조기에 연재를 종료하는 아픔을 겪었다. 이후 2015년 네이버에 무협만화 ’고수‘를 선보이며 네이버 웹툰을 대표하는 작품으로 자리잡았다. 

’고수‘는 네이버 N스토어의 유료 연재 미리보기 인기 순위에서 1위를 다툴 정도로 큰 인기을 끌었다. 네이버 웹툰은 기본적으로 무료 이용이 가능하지만 적정금액(200원)을 내면 정기 연재일 전에 웹툰을 감상할 수 있다. 돈을 내고 볼 만큼의 가치가 있다는 의미다.
이외에도 허영만 작가 이현세 작가 등 만화계의 거장들도 웹툰시장에 뛰어들어 독자와 마주하고 있다.


이현세 작가는 과거 한 방송 인터뷰에서 “웹툰이라는 공간에서 내 만화를 공짜로 보여주기 싫었다. 하지만 웹툰을 통하지 않고 만화 속 이야기를 전달할 수 없는 시대라면 이제는 항복하고 웹툰의 그 시스템에 만화를 싣는 것이 당연하지 않을까”라고 입장을 밝혔다. 
[출근길]

◆누구나 웹툰작가가 될 수 있다
잡지에서 웹툰으로 가면서 만화가의 데뷔 경로도 다양해졌다. 과거 문하생 및 공모전에 의한 소수 선별적 등용방식에서 현재는 대학의 만화 전공학과를 통해 많은 만화가가 배출되고 있다. 그밖에도 웹툰 플랫폼에서 발탁되거나 만화에이전시에 소속되는 등 데뷔 경로가 매우 다변화되고 있다. 또 전문작가가 아니더라도 자신과 주변의 일상을 만화로 그려내 커뮤니티 사이트에 올리는 취미를 가진 아마추어 작가도 늘고 있다.

1990년 공주대에 만화학과가 최초로 설치된 이래 2000년대 중반까지 만화 관련 유사학과들이 우후죽순 생겨났다. 웹툰 초창기와 비교해 현재 웹툰 연재작가 중 만화 전공 작가의 비율은 매우 높아졌다. 만화가를 희망하는 중고생들과 학부모들이 문하생 제도보다 대학에 진학하는 것을 선호하기 때문이다.

2012년부터 시행되고 있는 네이버 ‘대학만화 최강자전’ 공모행사는 전공에 관계 없이 대학생 만화가 지망생이라면 누구나 참여 가능하다. 공모 결과에 따라 상당액의 상금과 함께 네이버 웹툰 연재 기회를 주는 매우 파격적 특전으로 유명하다. 현재까지 참여유형을 보면 만화 전공학과 학생이 다수를 차지해 만화 전공자가 유리하다고 할 수 있다.

웹툰 학원도 있다. 2015년 만화기획제작사 와이랩에서 웹툰 전문학원 ‘와이랩아카데미’를 설립했다. 학원 자체적으로 현역 웹툰작가 특강을 열고 정식 데뷔를 지원하기 위해 웹툰 플랫폼 편집부와 협력해 웹툰 품평회 등의 부대행사도 마련하고 있다.

[출근길]

이처럼 웹툰작가가 되기 위한 경로는 매우 다양해졌다. 특히 ‘도전 만화가’로 불리는 시스템은 가장 활발히 활용되고 있다. 무명의 작가가 준비한 작품을 게시판에 올려 독자들의 인기를 기반삼아 정식 데뷔하는 방식이다. 독자들이 직접 발굴한다는 점에서 대중성과 참신성을 모두 잡을 수 있다.
네이버 웹툰 측에 따르면 이렇게 등단해 ‘요일 웹툰’에 연재하는 데뷔 1년 미만의 신인 작가의 수익을 조사한 결과 연평균 수익액이 9900만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몇몇 유명 작가뿐만 아니라 신인 작가들도 엄청난 연봉이 보장되는 것이다. 하지만 중소플랫폼 작가들에겐 먼나라 이야기다.

◆양극화 현상 심화…4대보험 가입 8.3% 불과

메이저 플랫폼 외에 중소 플랫폼에서 활동하는 일부 작가는 생계 유지도 힘들다. 웹툰산업도 양극화 현상이 심화되고 있는 것이다. 

최근 한국콘텐츠진흥원이 펴낸 '만화·웹툰작가 실태 기초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조사 대상 작가 761명 중 68.7%에 해당하는 작가들이 지난해 연간 총수입이 3000만원 미만인 것으로 나타났다. 24.7%가 지난해 총수입이 1000만원 미만이라고 답했다. 1000만~2000만원은 21.9%로 약 2명 중 1명(약 46%)이 연 2000만원을 못 벌었다.

주 52시간이 넘는 창작활동을 하지만 정작 4대보험에 가입된 작가는 8.3%뿐이고 4대보험 중 하나도 가입되지 않은 경우는 61.9%에 달했다. 가입된 경우도 건강보험이 93.2%로 대부분을 차지했다.
웹툰작가 창작 시간./사진=한국콘텐츠진흥원
웹툰작가 창작 시간./사진=한국콘텐츠진흥원

그럼에도 답변자의 70.5%는 하루 평균 10시간 이상 창작활동을 한다고 밝혔다. 이 중 20.5%는 14시간 이상이라고 답했다. 인기 작가가 아닌 경우 보조인력의 고용비를 지불하면서 생계를 유지하기가 어려워 ‘일평균 창작시간’과 ‘주중 평균 창작 일수’가 늘어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한 웹툰작가는 “만화가들이 생각보다 지병이 많다. 웹툰하는 분들이 정신적인 질환을 가지고 있는 분이 많다”고 전했다.

한국콘텐츠친흥원에서 발표한 ‘2017 만화산업백서’에 따르면 국내 만화산업의 산업체수는 점점 감소하는 추세지만 매출액과 수출액은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다.

만화산업 산업체당 평균매출액 증감률을 보면 온라인 만화 제작·유통업의 매출액은 2014년 대비 2016년 연평균 21%증가했다. 다만 만화산업백서의 통계치에 웹툰 분야 전체가 포함되지 않은 점을 감안하면 국내 만화산업의 규모는 통계치에 잡히는 수준을 상회할 것으로 보인다. KT경제경영연구소는 2018년 웹툰시장 이 8800억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진흥원은 시장의 성장만큼 제도적으로는 여전히 미흡한 측면이 많다고 꼬집었다. 이어 정기적인 실태조사를 통해 웹툰작가의 현실을 정확히 분석하고 작가 중심의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