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방미스테리' 최규호 전 전북교육감, 도주 8년 만에 검거

전북 전주 = 이경재 기자 입력 2018. 11. 7. 1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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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규호 맞냐" "맞다"..인천 단골식당서 혼밥 중 붙잡혀

최규호 전 전북도 교육감이 붙잡혔다. 도주 8년 만이다. 최 전 교육감은 전북 지역 첫 직선 교육감이다. 그동안 최 전 교육감의 행방은 미스터리였다. 이 때문에 도주 초기부터 일본 밀항설, 조직 비호설에 이어 4월에는 사망설까지 나돌았다. 전주지검은 11월6일 오후 7시 20분께 최 전 교육감을 붙잡았다고 11월7일 밝혔다. 인천광역시 연수구 동춘동 한 식당에서다. 전주지검 수사팀은 단골식당에서 혼자 음식을 주문하고 기다리던 최 전 교육감을 현장에서 체포했다. 

잠적 8년 만에 검거된 최규호 전 전북교육감이 비교적 건강한 모습으로 11월7일 오전 전북 전주시 덕진구 전주지검에서 교도소로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골프장 인허가·확장 과정서 3억원 뇌물수수 혐의···"자진 출두" 약속 후 8년간 잠적 

체포 당시 최 전 교육감은 수사관들이 “최규호가 맞느냐”고 묻자 순순히 시인하고 체포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체포 당시 인천시 연수구 동춘동의 24평대 아파트에 거주하고 있었다. 수억 원을 호가하는 아파트다.

최 전 교육감은 2007년 7월부터 이듬해 6월까지 김제 스파힐스 골프장이 9홀에서 18홀로 확장하는 과정에서 교육청 소유인 자영고 부지를 골프장이 매입하는 데 편의를 제공하는 대가로 3차례에 걸쳐 3억원을 받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당시 검찰은 돈을 전달한 교수 2명을 체포해 진술을 확보한 뒤 체포 영장을 발부받았다. 검찰은 당초 이들로부터 “골프장 측에서 돈을 받아 전달했다”는 말을 듣고도 2010년 9월11일 이들을 집으로 돌려보냈다. 이후 최 전 교육감은 검찰에 “내일 아침 자진 출두하겠다”고 한 뒤 이튿날 잠적했다. 

허를 찔린 검찰은 뒤늦게 그해 12월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 혐의’로 수배령을 내리고 검거에 나섰지만, 신병 확보에 실패했다. 검찰은 전주와 김제, 서울 등 최 전 교육감의 연고지를 중심으로 행적을 파악하는 데 주력하면서 가족을 상대로 자수를 권유했으나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병원 치료기록과 신용카드 이용 내역, 휴대전화 사용 이력 등 생활반응 수사도 무위에 그쳤다. 

​행방 묘연​하자 일본 밀항설·사망설 등 난무…인천 연수구 24평 아파트서 1년 이상 살아

그의 행방이 묘연하자 일본 밀항설, 조직 비호설 등 억측이 난무하기도 했다. 급기야 4월에는 최 전 교육감의 사망설이 나돌기도 했다. 그의 장례가 전주 시내 한 장례식장에서 치러졌다는 것이다. 하지만 검찰 조사 결과 최 전 교육감과 얼굴이 닮은 친형이 숨진 게 와전된 것으로 확인했다. 

검찰이 8년 넘게 최 전 교육감을 못 잡자 ‘안 잡는 게 아니라 못 잡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있었다. 전주지검은 8월 전담 검사와 수사관 2명으로 최 전 교육감 검거를 위한 전담팀을 꾸렸다. 

검거 당시 최 전 교육감은 제3자 명의로 대포폰(차명 휴대전화)을 쓰고 있었으며 검찰은 그가 쓰는 휴대전화와 카드를 역으로 추적해 검거했다. 검찰은 그가 도피 중 다른 사람 명의로 여러 차례 휴대전화를 바꾼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 다수의 조력자 조사 중…친동생 최규성 농어촌公사장 연관성도 수사 

최 전 교육감의 공소시효는 2023년 6월29일이며, 검찰은 2010년 12월15일 기소 중지했다. 그는 현재 교도소에 수감돼 검찰 조사를 받고 있다. 검찰은 최 전 교육감이 인천에 1년 이상 머문 것으로 파악했고, 8년간 행적에 대해선 현재 수사 중이다. 

검찰 관계자는 "최 전 교육감이 인천에서 상당 기간 머문 것으로 확인됐다"며 "도피 과정에 돈이든 거처든 제3자의 도움이 없으면 불가능하기 때문에 이 부분을 포함해 광범위하게 수사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조력자들로는 친인척과 교육 관계자 등이 꼽힌다. 친동생으로 국회의원을 지낸 최규성 농어촌공사 사장의 연관성에 대해선 "더 수사해봐야 한다"고 말을 아꼈다. 

수의를 입은 채 11월7일 전주지검에 모습을 드러낸 최 전 교육감은 취재진에게 "검찰에서 모든 것을 밝히겠다. 죄송하다"고 답한 뒤 서둘러 호송 버스에 올랐다.

전북 전주 = 이경재 기자 sisa614@sisajournal.com <저작권자 ⓒ 시사저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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