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남북협력 예산을 퍼주기로 매도하는 막무가내 한국당

국회의 내년 예산안 심의 과정에서 남북협력기금 문제가 쟁점으로 떠올랐다. 자유한국당이 비핵화 진전이 없는 상황에서 남북협력기금이 과도하게 편성됐다며 ‘대북 퍼주기 예산’이라고 비판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김성태 원내대표는 지난 5일 “과도한 남북관계 예산을 삭감·조정하겠다”고 했다. 정부는 남북협력기금을 올해(9592억원)보다 14%(1385억원) 증액한 1조977억원으로 책정해 국회에 보고했지만, 한국당은 이 중 6400억원을 깎겠다고 벼르고 있다.

하지만 이명박·박근혜 정부 당시 남북협력기금 사업비가 2017년, 2018년을 제외하고 항상 1조원대였던 점을 돌이켜 본다면 한국당의 주장은 과거 부정과 다름없다. 이명박 정부는 출범 이듬해인 2009년 남북협력기금을 1조1181억원으로 전년보다 137억원 늘렸다. 2010년 천안함 사건에 따른 5·24조치로 남북교류와 경제협력을 중단시켰음에도 불구하고 2011년 사업비를 1조153억원으로 9% 줄이는 데 그쳤다. 박근혜 정부 들어서는 2016년 1조2550억원까지 늘어났다가 북핵사태 영향으로 2017년 사업비가 9587억원으로 감액됐다.

남북관계가 최악이던 이명박·박근혜 정부 때도 사업비로 매년 1조원 안팎이 책정됐음을 감안하면 남북관계가 전방위적으로 확대되고 있는 지금 1조원대 사업비가 과하다는 주장은 어떤 근거에서 나온 건지 한국당에 묻고 싶다. 정부가 제출한 내년 기금규모는 남북관계가 동결됐던 2016년보다도 1573억원이나 적다. 그런데도 ‘과도한 대북 퍼주기 예산’이라는 한국당의 주장이야말로 전형적인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이 아닐 수 없다. 남북관계를 정략적으로 이용하겠다는 태도로밖에 달리 이해하기 어렵다.

일각에선 기금 누적액이 14조원에 달한다는 지적이 나오지만 이는 사실관계를 오해하도록 할 소지가 있다. 남북협력기금은 쓰지 않을 경우 적립되는 게 아니라 국고로 반납되기 때문이다. 보수정권이 남북관계가 경색된 상황에서도 매년 1조원대 사업비를 조성해온 것은 남북관계가 갑자기 활성화될 것에 대비하기 위한 것이었다. 설사 사용하지 못했다고 해도 국고 낭비로 이어지지 않았다. 이낙연 총리가 6일 “그 돈은 안 쓰더라도 어디 날아가는 게 아니다”라고 한 건 기금의 이런 성격을 가리킨 것이다.

5일 청와대에서 열린 여·야·정 상설협의체 회의에서 한국당은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에 초당적으로 협력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렇다면 남북관계의 진전에 따른 현실을 인정하고 협력할 것은 적극 협력하는 모습을 보이는 게 온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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