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요했나 알아서 치웠나.. '경찰간부 오줌통 사건'의 전말

한동희 기자 2018. 11. 5. 1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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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과장은 황제처럼 군림했습니다."
지난 4일 부산 지역 언론사에 한통의 투서가 날아왔다. 익명의 투서에는 지역 일선 경찰서에서 근무 중인 A 생활안전과장이 이전 근무지에서 저지른 ‘갑질 의혹’ 네 가지가 적혀 있었다.

내용은 다음과 같다. ①평소 전립선이 좋지 않은 A과장은 사무실에 ‘오줌통’을 따로뒀는데, 볼일을 본 뒤 이것을 미화원·직원에게 치우게 했다. ②허리를 다쳐 입원한 뒤부터는 직원들에게 간병하도록 지시했다. ③출·퇴근 할 때 부하직원에게 카풀(출퇴근 차량공유)강요했다. ④과장실에 러닝머신 등 헬스기구를 구입하도록 경리계에 압력행사했다.

상급기관인 부산지방경찰청에도 같은 내용의 내부 고발이 접수된 상태였다. 부산경찰청은 A과장에 대한 감찰에 착수했다. 투서내용은 사실일까. 감찰결과는 이랬다.

①경무과장실에 의료용 오줌통이 놓여 있던 것은 사실로 확인됐다. 과장실은 다른 직원들이 공동으로 쓰는 사무공간과는 달리 분리된 장소다. A과장은 지난해 전립선 질환으로 수술을 받은 뒤, 이후 질환 특성상 이뇨감이 잦아진 것으로 전해졌다.

감찰결과, A과장이 오줌통을 치우라고 강요한 것은 아니라는 결론이 나왔다. 감찰조사에서 미화원들이 " A과장을 몸이 아픈 환자라고 판단해서 자발적으로 치워줬다"고 진술한 것이다. A과장도 "소변을 참지 못해서 사무실에 소변통을 뒀지만 치우라고 한 적이 없다"면서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②A과장은 음주로 넘어져 허리를 다쳐 병원에 입원했다. 투서는 A과장에게 가족이 있음에도 경무과 직원들이 번갈아가면서 간병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하지만 ‘간병 강요’는 조사결과 명확히 밝혀진 것이 없다. 직원들 가운데서 "간병했다"고 증언한 사람은 없었기 때문이다. 부산경찰청은 이에 대해 "자세한 개인정보라서 알려줄 수가 없다"는 석연치 않은 이유를 댔다.

③부하직원의 차량으로 카풀한 것은 사실로 드러났다. A과장의 집에서 가까운 직원 한 명의 차량을 이용해 출퇴근 한 것이다. A과장은 "카풀도 한 달에 한 번 정도 기름을 넣어주고 탔다"고 해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일선 경찰들은 "출퇴근 시간까지 직장상사와 함께 하고픈 직원이 몇이나 되겠느냐. ‘자발적’이라는 해명은 전형적인 꼰대의 생각"이라는 의견이 많다.

④A과장이 자신의 지위를 악용, 부적절하게 예산남용 했다는 것이 감찰결과다. A과장은 발령 이후 에어컨, 소파 등 사무집기를 교체했다. 다른 부서들보다 예산을 초과 집행한 것이다. 부산경찰청은 예산운영 부적정과 부하직원 카풀 혐의로 A 과장에게 경고 조치를 내렸다. 다만 오줌통 사건, 간병 강요에 대해서는 사실이 아니거나 징계사유가 아니라고 봤다.

그러나 조직 내부에서는 ‘형식적인 감찰’에서 진솔한 진술이 나왔을리 없다는 불신이 팽배하다. 경찰 관계자는 "불이익 받을지도 모르는데 상관의 비리를 용감하게 진술할 직원이 몇이나 있겠나"며 "피해자 그룹이 제한적인 상황에서 ‘배신자’로 낙인 찍힐 위험이 너무 크다"고 말했다.

부산경찰청 감찰관들도 답답한 눈치다. 비위사실을 드러내려면 당사자의 ‘고발’이 있어야 하는데, 대다수가 피해 사실을 진술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부산경찰청 관계자는 "감찰 과정에서 피해사실을 증언한 사람이 없었는데, (조사과정에서는 잠잠하더니) 이후 언론사에 투서가 날아들어 솔직히 당혹스럽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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