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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경이코노미 ‘비즈니스 레스토랑’ 가이드] (22) 도원 | 42년 전통 국내 최고 중식당…‘藥食同源(약식동원·약과 음식은 근원이 같다)’ 향연

  • 노승욱 기자
  • 입력 : 2018.11.05 09:52:03
  • 최종수정 : 2019.07.03 17:10:24
요즘 중화요리가 ‘핫(hot)’하다. 전통 중식에 이어 대만·홍콩·마카오식 중화요리 전문점이 성황이고 중식과 와인을 결합한 차이니스 와인바도 등장했다. 진한 향신료와 불 맛이 특장점인 중식은 그러나 기름지고 몸에 좋지 않다는 인식이 강하다. 이 점이 고민인 중식 마니아라면 더플라자호텔의 중식당 ‘도원’이 반갑겠다.

도원은 1976년 더플라자호텔 개관 이후로 42년째 영업 중인 국내 대표 중식당이다. 국내 특급호텔 중식당 중 가장 오랜 역사를 자랑한다. 故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이 일주일에 8번 방문할 만큼 단골이기도 했다.

주방 말단에서부터 20년 경력을 쌓은 츄셩뤄 수석 셰프가 이끄는 도원은 오랜 역사에도 전통 중식만을 고집하지 않는다. “한국만의 중식 트렌드를 접목해 역사와 미래가 공존하는 아시아 최고 중식당으로 발전시키겠다”는 포부다. 도원 개업 후 41년 만인 지난해 요리 콘셉트를 ‘약식동원(藥食同源·약과 음식은 그 근원이 같다)’으로 바꾼 것도 그 때문이다. 웰빙에 관심이 많은 최근 미식 트렌드를 반영, 기름에 튀기거나 볶는 대신 냉채, 구이, 찜, 조림 등 ‘오일 프리(oil-free)’ 조리법을 지향한다. 상어 보호를 위해 샥스핀 대신 식감이 비슷한 민어 부레로 메뉴를 대체하기도 했다.

약식동원 철학은 도원만의 식재료에서 유감없이 드러난다. 다른 호텔 식당은 보통 구매팀이 작성한 식자재 리스트를 보고 셰프가 주문한다. 도원은 셰프들이 ‘식재료 발굴 TF팀’을 꾸려 직접 국내외를 다니며 식재료를 고른 후 구매팀이 뒤따른다. 이른바 ‘셰프 헌터 프로젝트’다. 기존 호텔 식당에서는 맛볼 수 없던 독특한 식재료를 찾을 수 있지만 구매팀이 아닌 탓에 구매원가는 비싸지기 마련. 도원 관계자는 “그래도 ‘품질 우선주의’를 위해 셰프에게 전권을 맡기고 있다. 신메뉴를 선보이기 전에는 사장을 포함한 임직원들이 시식하고 무기명으로 평가, 통과 못 하면 다시 개발해야 한다”고 귀띔했다.

도원의 ‘해황소스’는 셰프 헌터 프로젝트를 통해 완성된 시그니처 소스다. 셰프가 직접 중국 대갑게와 비슷한 맛을 내는 민물 참게를 발굴해 만들었다. 츄셩뤄 수석 셰프는 “대갑게는 과거 황제에게 진상하던 귀한 음식이지만 중국에서 수출을 금지해 국내 반입이 안 된다. 한국형 중식을 만들기 위해 임진강에서 잡아 올린 민물 참게를 가져와 알과 내장을 냉동 보관해놓고 필요할 때 꺼내 쓴다. 참게가 손바닥만 해서 해황게알 요리 1인분에 4마리 분량을 사용한다”고 설명했다.

도원의 또 다른 자랑은 식재료 본연의 맛을 살리기 위해 향신료와 조미료 사용을 최소화한다는 것. 도원의 시그니처 육수 ‘상탕육수’가 대표 사례다. 상탕육수는 생닭과 돼지 다리뼈, 돼지 사태, 프로스트햄, 말린 무화과 등을 넣고 8시간 이상 끓여낸 도원만의 최고급 건강 육수다. 조미료나 굴소스를 전혀 쓰지 않고도 향이 진해 불도장, 해삼·전복 조림 등 보양식 요리에 기본 육수로 사용한다. 가령 불도장은 상탕육수에 건해삼, 전복, 송이버섯, 도가니, 건관자, 홍삼, 동충하초 등 10여가지 재료를 넣고 4시간 동안 찐다. 총 12시간 이상 끓인 상탕육수의 진한 향이 은은하게 배어 자연스럽고 건강한 맛을 자랑한다. 해삼도 자연풍에 직접 말리고 제비집도 직접 불려 사용한다.

해황게알은 해황소스와 가리비살, 푸딩이 3박자를 이룬다. 먼저 상탕육수에 볶은 참게알과 파, 청양고추를 넣어 소스로 만든다. 가리비살로 만든 알은 끓는 물에 20초간 데쳐서 160℃ 미지근한 기름에서 1분 정도 1차로 튀긴 후, 180℃ 뜨거운 기름에 30초 정도 2차로 튀긴다. 속살은 부드럽고 겉은 바삭한 맛을 내기 위해서다. 이를 생크림, 우유, 계란 흰자로 만든 푸딩이 담긴 그릇 위에 차례대로 얹어낸다. 츄셩뤄 수석 셰프는 “해황소스는 게알을 센 불에 볶아내는데 이렇게 하면 비린 맛 없이 고소한 맛만 남는다. 다른 조미료는 일절 쓰지 않아 참게의 향긋하고 진한 풍미가 살아 있다. 이를 푸딩과 같이 먹으면 보다 담백하게 즐길 수 있다”고 말했다.

바닷가재는 주문이 들어오면 수족관 속 활바닷가재를 바로 손질해 낸다. 마른 전분을 살짝 묻힌 뒤 미지근한 기름에 30초 정도 튀겨낸 다음 중국산 검정콩 ‘두지’로 만든 특제소스를 바른다. 발효 과정에서 염장된 콩의 짭조름한 맛과 바닷가재 본연의 소금간만으로 맛을 냈다. 굴소스나 소금, 설탕, 치킨파우더 등은 전혀 쓰지 않는다. 식재료 본연의 맛을 살리려는 도원의 약식동원 철학이 엿보인다.

▶냉채·구이·찜·조림…‘오일 프리’

셰프가 직접 독창적 식재료 발굴

양 푸짐…호텔 중식당 중 가성비 甲

북경오리는 전용 화덕을 홀 중앙에 둬 굽는 모습을 유리창 너머로 직접 감상할 수 있게 했다. 오리 속에 팔각, 땅콩잼, 해선장, 고수, 적고추, 오향가루, 월계수 잎 등 각종 양념을 넣고 새지 않게 끈으로 묶어 끓는 물에 잠깐 데친 뒤 찬물에 다시 담가 껍질을 살짝 익혀 탄력을 준다. 오리초소스를 골고루 부어준 후 건조기에 넣고 10시간 이상 말려 화덕에서 구운 뒤 다시 기름에 튀겨낸다. 가격(12만원)에 비해 양이 푸짐해 4명이 함께 즐길 수 있다고.

도원의 코스 메뉴는 수(壽), 복(福), 진(珍), 미(味), 황(皇) 5종으로 가격은 12만~18만원대다. ‘비즈니스 특선’ 코스도 13만~16만원에 준비된다. 주말에는 가족 단위 고객을 위해 주중 코스 절반 수준(5만5000~7만5000원)의 저렴한 주말 특선 메뉴를 제공한다. 다른 특급호텔 중식당에 비해 양이 푸짐해 가성비가 뛰어나다는 평가다. 셰프 헌터 프로젝트는 1년에 두세 번 이뤄진다. 이에 따라 셰프 특선 코스도 계절에 한 번씩 바뀐다.

애주가에게도 도원은 훌륭한 선택지다. 공부가주, 금문고량주 등 중국 명주 10여종과 와인 300여종을 구비했다. 콜키지 비용은 시가의 30%여서 중저가 와인을 가져와 마시기에 좋다. 도원 관계자는 “콩으로 만든 비취소스나 해황소스가 곁들여진 도원의 중식은 와인과 궁합이 잘 맞는다. 저녁 손님 10테이블 중 6~7테이블에서 와인을 주문할 정도다”라고 말했다.

인터뷰 | 츄셩뤄 도원 수석 셰프

상탕육수·해황소스…도원만의 메뉴 즐겨보세요

Q 도원은 탕수육이 유명하다. 특징이 있다면.

A 탕수육은 돼지고기와 소고기를 광동식·사천식으로 요리한 4종이 있다. 광동식 돼지고기 탕수육은 생강즙과 정종으로 고기 비린내를 잡은 뒤 숙성된 반죽을 입혀 기름에 두 번 튀겨낸다. 바삭한 맛을 오래 즐길 수 있게 하기 위해서다. 또 설탕 사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일반 탕수 소스에 비해 과일을 많이 넣는다. 당분이 많은 파인애플과 계피, 레몬 등을 재워놓고 숙성시킨 뒤 키위, 체리, 목이버섯, 당근, 오이, 생과일 등을 넣어 농도를 맞춘다.

Q 계절마다 셰프 특선을 바꿀 때 신메뉴 선정 기준은 무엇인가.

A 일단 제철 식재료가 가장 중요하고 새로운 조리법에 적합한 메뉴를 개발하는 데 집중한다. 11월 말까지는 자연산 생송이버섯, 생꽃송이버섯, 생능이버섯 등 건강 버섯 3종을 주력으로 우려낸 ‘꽃송이버섯 해선 비취수프’를 가을 특선 메뉴로 선보이고 있다. 초가을에 나온 풋완두콩을 저장해뒀다 갈아서 육수에 넣고 가리비, 대하 등 제철 해산물을 함께 넣고 맑게 끓인 뒤 버섯을 얹어내는 요리다. 자연이 빚은 비취색을 띠어 담백하고 건강에 좋다.

Q 탕수육 외에 도원에서 꼭 먹어봐야 한다고 추천하는 메뉴는.

A 상탕육수와 해황소스를 사용한 다양한 해산물 요리와 불도장은 도원에서만 즐길 수 있는 메뉴니 꼭 드셔보기를 추천드린다.

[노승욱 기자 inyeon@mk.co.kr / 사진 : 윤관식 기자]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1981호 (2018.10.31~11.06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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