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드FC 최연소 챔피언' 이정영, 최무겸 넘어 새 시대를 열다

이용수 2018. 11. 4. 0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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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경기로 은퇴한 최무겸이 새로운 로드FC 페더급 챔피언에 오른 이정영의 손을 들어주고 있다. 출처 | 로드FC 페이스북
[스포츠서울 이용수기자]한 시대가 저물고 새로운 시대가 열렸다. 은퇴를 앞두고 종합격투기 로드FC 역사에 길이 남을 기록을 세우려던 페더급(65.5㎏ 급 이하) 초대 챔피언 최무겸(28·최무겸짐)은 후배에게 챔피언 타이틀을 넘기며 물러났다. 최무겸의 4차 방어를 무너트리고 새로운 챔피언에 오른 이정영(22·쎈짐)은 로드FC 역대 최연소 챔피언으로서 새 시대의 막을 올렸다.

지난 3일 대전 충무체육관에서는 ‘샤오미 로드FC 050(XIAOMI ROAD FC 050)’과 ‘영건즈 40(YONGGUNS 40)’의 경기가 열렸다. 대전에서 열린 첫 대회였던 만큼 이날 경기장에는 많은 관객이 팔각 케이지에서 치열하게 경쟁하는 선수들에게 집중했다. 본 게임 전 열린 ‘영건즈 40’에서는 신예 파이터들의 긴장감 넘치는 대결로 관객의 열기를 끌어올렸다. 객석에서는 저마다 응원하는 선수를 향해 “파이팅”을 외치는 목소리가 경기장에 울려퍼졌다.

앞선 경기로 열기가 오른 경기장은 심건오와 허재혁의 무제한급 경기를 시작으로 뜨겁게 타올랐다. 여자부 매치인 심유리와 임소희의 경기는 남성부 못지 않은 색다른 재미를 선사했다. 한이문과 유재남의 리바이벌 매치 역시 이날 시선을 케이지에 집중하게 하는 요소 중 하나였다.

무엇보다 최무배와 후지타 카즈요키, 홍영기와 나카무라 코니의 경기는 한·일전으로 펼쳐졌기에 일방적인 응원 열기로 경기장의 분위기를 더욱 끌어올렸다. 메인 이벤트인 최무겸과 이정영의 페더급(65.5㎏ 이하) 타이틀 매치는 이날 ‘샤오미 로드FC 050’의 화룡점정을 찍었다.

새로운 로드FC 페더급 챔피언 이정영. 출처 | 로드FC 페이스북
◇‘최연소 챔피언’ 이정영, 자연스러운 세대 교체 이끌다
사실 이날 메인 이벤트 경기는 누가 승리해도 역사였다. ‘디펜딩 챔피언’ 최무겸이 승리하면 4차 타이틀 방어로 로드FC 역사에 길이 남을 기록을 새길 수 있었다. 게다가 경기를 앞두고 은퇴를 선언했던 최무겸이기에 이날 경기는 여러모로 의미가 많았다. 도전자 이정영 역시 챔피언 타이틀 쟁취를 위한 동기 부여가 강했다. 생일이 11월 13일인 그는 3일 기준 22세 355일의 나이로 ‘최연소 챔피언’에 오를 수 있었다. 이정영이 이날 챔피언의 자리에 오르기 전까지 로드FC의 ‘최연소 챔피언’ 기록은 밴텀급 챔피언 김수철이 기록한 만 25세였다.

이정영은 자신에게 온 기회를 놓치지 않고 손에 쥐며 새 시대를 열었다. 경기를 마친 이정영은 “항상 최고로 생각하고 열심히 했는데 막상 (최무겸과) 경기를 하니 부족함을 느꼈다. 앞으로 멈추지 않고 발전하는 선수가 될 것”이라며 각오를 밝혔다. 로드FC는 이정영이라는 새로운 페더급 챔피언으로 새로운 막을 올리게 됐다. 자칫 은퇴를 선언한 최무겸의 4차 방어 성공으로 공석이 될 수 있었던 챔피언의 자리를 이정영이 자연스럽게 넘겨 받으면서 로드FC도 새로운 전기를 여는 발판을 마련했다.

로드FC심판이 나카무라 코지(오른쪽)를 상대로 심판전원일치 판정승을 거둔 ‘태권 파이터’ 홍영기의 손을 들어올리고 있다. 출처 | 로드FC 페이스북
◇자존심은 홍영기가 살리고, 훈훈함은 최무배가 챙긴 한일전
로드FC 사상 처음으로 대전에서 열린 대회에는 많은 관객이 들어찼다. 메인 매치 전 열린 ‘영건’들의 경기로 뜨겁게 달아오른 경기장은 한·일전으로 열기가 폭발했다. 가위바위보도 질 수 없는 일본과의 대결은 스포츠의 킬러 콘텐츠다. 게다가 승자와 패자가 짙게 두드러지는 격투기는 더욱 더 그렇다. 이날 두 차례 한·일전은 최무겸과 이정영의 타이틀전이 열리기 전까지 흥행을 주도했다.

경기장을 뜨겁게 할 수 있던 건 당연히 승리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태권도를 기본기로 갖춘 홍영기(34·팀 코리아 MMA)가 일본 격투가 나카무라 코니(33·P‘s 랩 오사카)를 제압한 것이기에 승리의 기쁨은 더했다. 발기술 위주로 대결을 펼친 두 선수 중 더욱 돋보인 건 태권도 선수 출신 홍영기였다. 홍영기는 경기 내내 로우킥, 미들킥, 하이킥, 날아차기 등을 자유자재로 구사하며 펀치 이상의 위력을 발휘했다.

심판판정일치(3-0)로 승리를 거둔 홍경기는 “기대에 못 미치는 경기를 한 것 같아 죄송스럽다”며 “이겼어도 기분이 좋지 않다. 오늘 같은 경기는 대전을 대표하는 선수라는 말이 어울리지 않다”며 아쉬움을 표현했다. 대전이 고향인 그는 고향 팬들 앞에서 압도적인 경기를 펼치지 못한 것이 못내 아쉬웠다. 그러나 홍영기는 당당하게 승리를 거두며 이날 한일전의 자존심을 살렸다. 한·일 격투기의 자존심으로 불리는 최무배(48·최무배짐)가 후지타 카즈유키(48·팀 후지타)에게 패하면서 그의 승리를 더욱 빛나기도 했다.

경기를 마친 동갑내기 한일 대표 파이터 최무배(왼쪽)와 후지타 가즈유키가 기념사진을 위해 포즈를 잡고 있다. 출처 | 로드FC 페이스북
후지타에게 펀치 세례를 맞고 1분 55초 만에 TKO 패를 당한 최무배는 비록 경기에서 패했지만 관객에게 승리 못지 않은 뜨거운 박수를 받았다. 심판 판정 이후 상대의 승리를 존중해주는 행동을 보였기 때문이다. 최무배는 동갑으로 적지않은 나이에 케이지 위로 나선 상대의 승리를 진심으로 축하했다. 이를 알듯 후지타는 “우리는 나이 들었을지 모르겠지만 아직 싸울 수 있다”는 말로 승리 소감을 대신했다.

한이문에게 승리를 거둔 뒤 방송 인터뷰를 하는 유재남. 출처 | 로드FC 페이스북
◇‘탭 논란’ 속풀이 매치…유재남도 한이문도 승자였다
유재남과 한이문의 이번 매치는 지난 7월에서 시작됐다. ‘샤오미 로드FC 영건즈 39’에 유재남과 격돌한 적 있는 한이문은 당시 토홀드 서브미션으로 승리를 따냈다. 하지만 경기 후 유재남이 문제를 제기하면서 ‘탭 논란’으로 불거졌다. 당시 경기 중 한이문이 길로틴 초크를 빠져나오는 과정에서 유재남의 몸을 손으로 쳤다. 그러나 심판은 정상적인 플레이로 보고 경기를 계속 진행했고 한이문이 전세를 역전해 승리했다. 이를 두고 두 사람은 논쟁을 벌였고 급기야 재대결이 성사됐다.

재대결 결과부터 말하자면 유재남의 복수 성공이다. 유재남은 2라운드 종료 9초 전 한이문의 목을 죄는 길로틴 초크로 승리를 쟁취했다. 이번에는 한이문이 빠져나가지 못하도록 정확하게 기술을 걸면서 승리에 마침표를 찍었다. 유재남은 승리 후 “이번 경기를 준비하면서 항상 말했지만 재경기에 응해 (한이문에게) 감사하게 생각한다”며 “좋은 경기를 할 수 있도록 열심히 준비해 뛰어준 것도 정말 감사하다”며 소감을 전했다.

4개월 전 응어리 진 마음이 눈 녹듯 풀리는 순간이었다. 한이문 역시 “논란의 소지를 일으킨 부분에 대해서는 변명의 여지가 없어 재경기를 받아들였다”며 “유재남도 나 때문에 마음 고생했을 텐데, 수고했다고 전하고 싶다”며 승자를 축하했다.

재대결의 결과가 유재남의 승리로 끝났지만 미소 지은 건 두 사람 모두였다. 결국 논란으로 성사된 재경기는 유재남도, 한이문도 기분 좋게 마무리 지을 수 있었다.
purin@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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