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급종합병원 인증 돌입에 간호사 고충..."환자 돌볼 시간에 환경미화"

"대한민국 병원은 이미 문제 투성이..지킬 수 있는 인증기준 달라"

기사승인 2018-11-04 0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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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급종합병원 인증 돌입에 간호사 고충...

최근 상급종합병원들의 병원인증평가가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3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불합리한 병원인증평가 기준을 즉각 개선하라'는 간호사들의 청원이 올라왔다.

앞서 의료기관평기인증원은 지난 10월부터 3주기 상급종합병원 인증평가를 시작했다. 올해 중 평가를 받아야 하는 의료기관은 약 19곳으로 병원별 일정에 따라 연말까지 순차적으로 진행된다.

대학병원에서 근무하는 3년차 간호사라고 밝힌 청원자는 "(간호사들은) 인증평가에 맞춰 임신을 하고, 휴직을 하고 사직을 결심한다"며 인증 평가에 대한 고충을 밝혔다.

그는 "모의인증평가가 다가왔을 때 병동에서 제일 먼저 한 일은 테이프자국 떼기와 이름표 예쁘게 잘라 붙이기였다. 준비된 병동이라는 인식으로 평가단이 많은 질문하지 않고 곱게 넘어가길 바라는 전략"이라며 "환자를 돌볼 시간을, 간호하며 쓴 에너지를 다시 채울 시간을, 조금 여유를 가지고 일할 시간을 빼서 환경정리를 한다"고 호소했다.

지저분해보인다는 이유로 간호사들이 약제를 싣는 처치 카트를 사용하지 못하는 등 비효율적인 면이 많다고 했다. 

청원자는 "병동에서 주사를 주거나 간호 처치를 하다 물건이 없으면 간호사실로 들어가고, 또 나오고, 또 들어가고, 또 나오는 바람에 환자 얼굴 볼 틈이 없다"며 "낑낑대며 박스가 있는 상부장을 열었다 닫았다, 다 쓰면 또 열었다 닫았다하다보면 팔이 빠지고 목이 빠지고, 환자를 보기도 전에 진이 다 빠진다"고 했다.

또한 그는 "주사 준비하는 곳이 깨끗해야한다며 주사 준비대에 바늘 버리는 손상성 폐기물통을 올려놓지 말하고 한다. 주사 하나 준비하고 (밖으로)뛰쳐나가서 갖다버리고, 다시 손 깨끗이 씻으면서 주사준비하는데 시간 다 쓰면 환자한테 주사는 언제 주느냐"고도 일갈했다.

그러면서 "간호사가 불편하고 힘들게 일하면 환자가 더 건강해지나. 간호사들이 지쳐 나가 떨어지고, 그만두고, 또 신규간호사들이 오고, 그들이 1달 어깨넘어로 배워 독립하는 건 아시느냐. 비효율적이고 불편하게 일하도록 인증규정 매번 참 창의적이고 새롭게 바뀐다"고 비판했다.

아울러 그는 "정말 환자를 생각한다면 제대로 된 인증기준을 만들어달라"며 ▲국내 병원 환경 현황에 따른 인증기준 마련 ▲의사 수 증원, 신규간호사 양성시간 확대, 전담간호사제 폐지 ▲'간호사 당 환자 수'로 평가하는 병원 등급 기준 제고 등을 요구했다.

전미옥 기자 romeok@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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