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C] 잠 잘 오는 곳 어디 없나요?..꿀잠 여행

2018. 11. 1. 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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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수면
꿀잠족이 찾는 숙면 공간
작은 소음도 제거해 조용
숙면 돕는 프로그램도 많아
도심 속 숙면 공간도 인기

[한겨레]

직장인 안미선씨가 ‘플레이스 캠프 제주’에서 숙면하려고 준비하고 있다. 사진 ‘플레이스 캠프 제주’ 제공

불면증을 이겨내고 ‘꿀잠’에 성공한 이들이 있다. 이름 하여 ‘꿀잠족’. 수면은 심리 상태와도 밀접한 연관이 있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꿀잠족들은 마음을 안정시키기 위해 특별한 공간을 찾기도 한다.

숙면을 위해 ‘꿀잠 여행’을 떠나는 꿀잠족. 이들은 카카오 오픈 채팅방 ‘꿀잠을 원한다’ 등 사회적 관계망을 토대로 한 커뮤니티에서 활발히 활동하면서 잠 자기 좋은 숙소 정보 등을 공유한다. 이들이 추천하는 숙면 공간을 소개한다.

‘플레이스 캠프 제주’. 사진 업체 제공

■ 나 홀로 꿀잠족들의 인기 공간

직장인 안미선(27)씨는 최근 ’꿀잠’ 여행을 떠났다. “집 옆이 차도라서 끊임없이 들려오는 차 소리에 불면의 밤을 보내는 날이 많았다”는 그가 지난 주말 짐을 푼 곳은 제주 서귀포시 성산읍에 있는 복합 문화공간 겸 부티크호텔 ‘플레이스 캠프 제주’. ‘바깥에서 실컷 놀고 객실에선 숙면을 취하자’는 콘셉트를 내세운 이 호텔은 작은 소음이라도 막기 위해 여러 가지 방법을 마련했다. 미세한 소음이 나는 냉장고와 티브이를 과감히 뺀 것이다. 대신 숙면에 도움이 되는 침구와 암막 커튼을 구비했다. 커튼을 살며시 걷으면 창문 밖에서 들리는 바닷소리도 고객에겐 자장가로 들린다. 안씨가 이곳을 찾은 이유다.

안씨는 호텔 체험 프로그램인 ‘콤마요가’(1회 참가 9000원)도 숙면에 도움이 됐다고 말한다. 그는 자기 전 헤드랜턴만 착용하고 호텔에서 가까운 용눈이오름도 올라 별을 보기도 한다. 호텔은 용눈이오름 등반에 도움이 될 만한 정보를 제공하고 호텔 직원이 직접 안내한다. 이른바 밤 산책 프로그램 ‘용눈이빛나용’(1회 참가 3만원)이다. 김대우 총지배인은 “취침 전 가볍게 산책하거나 요가로 몸을 풀어주면 숙면을 취할 수 있다는 점에 착안해 여러 가지 프로그램을 준비했다”고 말한다. 이 호텔은 꿀잠족을 위한 3박4일 패키지 ‘3박4일 나 홀로 휴양 패키지’(1인당 11만원. 12월23일까지)도 준비했다.

‘파크로쉬 리조트 앤 웰니스’. 사진 업체 제공

■ ‘숙면’을 위한 은은한 공간

강원도 정선군 숙암리. ‘숙암’은 먼 옛날 한 원님이 하룻밤 자고 갈 장소를 찾지 못해 바위에서 잠을 잔 데서 유래한 이름이다. 올 초 이 지역에 개관한 ‘파크로쉬 리조트 앤 웰니스’는 지명에 걸맞게 다양한 숙면 프로그램을 준비했다. 최근 ‘꿀잠족’들이 주목하는 이유다. 지난달 28일 찾은 이곳의 객실엔 커피가 없었다. 커피 대신 ‘숙면을 위해 카페인 음료는 제외하고, 숙면에 좋은 레몬과 라벤더 티를 준비했다’는 메모와 함께 차 티백이 준비돼 있었다.

매일 밤 창문 밖에서 밀려 들어오는 가리왕산의 푸른 향기를 맡으며 허브티 한 잔 마시면 잠이 솔솔 온다. 고영훈 지배인은 “객실의 천장이나 가구 대부분을 북미산 소나무 원목으로 제작했다. 은은한 나무 향을 맡으며 잘 수 있어 고객의 반응이 좋다”고 말한다. 객실도 자연 속에 있는 셈이다.

맞춤형 ‘숙면 프로그램’도 눈에 띈다. 에이스침대 수면 과학연구소와 협업해 만든 ‘숙암랩’에서는 고객의 척추 등을 측정한 뒤 각 체형에 맞는 침구를 제공한다. 종류도 다양하다. 매트리스 ‘토퍼’(침대 매트리스 위에 까는 두께 10㎝ 미만의 이불)는 ‘부드러운’, ‘보통의’, ‘딱딱한’ 세 종류다. 배개도 솜, 오리털, 메모리폼, 워터 젤, 메밀 등 다섯 종류에 달한다. 숙면을 위한 호흡법을 배울 수 있는 ‘숙면 호흡’ 강습도 빼놓을 수 없는 숙면 프로그램 코스다.

‘이화루애’. 업체 제공

■ ‘고향 집’처럼 편안한 이화동 사랑방

직장인 김종현(33)씨는 주말이나 휴가 때 숙면 공간을 자주 찾는다. 그가 주로 이용하는 곳은 도심 속 아늑한 공간. 호텔은 부담스럽고 멀리 가는 것도 번거로운 그가 즐겨 가는 곳은 ‘이화루애’. 1950년대부터 서울 종로구 이화동 언덕 위에 자리 잡은 작은 집이다. ‘이화동 사랑방’이라는 뜻의 이 숙소는 타인의 간섭 없이 온전히 나만의 쉼터로 이용할 수 있는 무인 렌털 하우스다. 해방 직후 이곳 언덕에 형성된 판자촌이 1960∼1980년대에 걸쳐 차례로 철거되는 과정에서도 이 집만은 살아남았다.

2층인 이 집은 3년 전 공간기획 그룹 ‘지랩’의 손을 거쳐 이화루애가 됐다. 장충동·창신동·성북동과 함께 한양 도성의 줄기 안에서도 가장 외진 구간인 동쪽 성곽 마을에 있는 이화루애는 조용하고 고즈넉해서 꿀잠족이 선호하는 곳이기도 하다. 서울이지만 서울 같지 않은 예스러운 분위기가 잠을 부른다. 김씨는 “2층 방에 누워 창문 밖 낡은 거리를 보면 골목에서 뛰어놀던 어린 시절이 생각난다”면서 “옛집 같아 잠이 잘 온다”고 말한다.

오가헌. 사진 업체 제공

■ 160년 된 한옥에서 가족과 쿨쿨

‘인싸’(인사이드에서 유래. 무리에서 적극적으로 어울려 지내는 사람)들은 잠도 여럿이서 함께 자는 걸 선호한다고 한다. 정다운 분위기에서 친구나 가족과 함께 단체 꿀잠을 즐기는 ‘인싸 꿀잠족’이 주로 찾는 숙면 공간은 어딜까?

광주광역시 동구 금남로에 있는 오가헌은 160여년에 이르는 역사를 가진 한옥이다. 역사적 뿌리를 따라가 보면 이 한옥은 과거 ’인싸’들이 모여 앉아 우정을 나누는 문화공간이었다고 한다. 오가헌의 두 번째 주인이었던 고 최남주씨의 활동 때문이었다. 그는 당시 영화제작 등 문화 사업을 활발하게 했던 인물이었다. 이런 이유로 이 한옥엔 1930년대 유명 영화배우 한은진, 문예봉 등이 모였다. 친한 이들이 모여 밤새 두런두런 얘기 나누면 잠을 청했던 공간이었던 셈이다.

2009년 오옥순 대표를 만나 한옥호텔 겸 전통문화공간으로 다시 태어났다. 오 대표는 “잠을 잘 자야 가족과 친구끼리 정도 두터워진다. 습도 조절이 가능한 건축법을 활용해 쾌적하고 따뜻한 온돌방을 만들었다. 도란도란 얘기 나누며 잠을 청하기 좋다”고 말했다. 오가헌의 방에 누우면 타임머신을 타고 옛날로 돌아간 듯해 마음이 편안해진다. 본채와 별채에 묵을 수 있는 방의 수만 해도 6개. 방마다 있는 미닫이문을 열면 큰 방이 된다. 여러 명이 묵기에 이만한 곳도 없다.

김포그니 pognee@hani.co.kr

수면 잠자는 일. 의학적으로는 피로가 쌓인 뇌를 회복해주기 위한 생리적 의식상실 상태. 폭염·직장 스트레스 등으로 불면의 밤을 보내는 이들이 늘어남에 따라 숙면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그 결과 최근 기능성 침구·수면카페 등 ‘슬리포노믹스’(수면산업)가 뜨고 있다. 아이티업계도 이에 뒤질세라 숙면을 돕는 ‘슬립테크’ 제품을 내놓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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