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정사업본부는 지난 10월 23일 이란과 문화교류 확대를 바라는 마음을 담은 한·이란 공동우표를 발행했다.
이란은 핵무기 개발을 했던 1980년부터 국제사회의 제재를 받아왔다. 그로부터 36년 만인 2016년 이란의 핵무기 개발 포기선언과 함께 제재의 빗장이 풀렸다. 우리나라도 이란과 교류를 다시 시작했다. 2017년을 ‘한·이란 문화교류의 해’로 지정, 양국관계 복원의 기폭제로 삼았다. 공동우표도 그런 일환이다. 특히 1500년이 넘는 유구한 교류의 역사를 거울 삼아 미래지향적 관계 모색의 시도라고 할 수 있다. 강성주 우정사업본부장은 “이번 이란 우정과의 공동우표 발행으로, 오랜 역사를 가진 양국의 밀접한 관계를 다시 한 번 생각해 보고 양국의 통상 및 문화교류가 더욱 활발해지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우정사업본부는 10월 23일 이란과 문화교류 확대를 위해 신라와 페르시아 사자 유물을 담은 공동우표 84만장을 발행했다.
우표는 양국이 밀접한 관계였음을 짐작할 수 있는 사자를 소재로 한 유물을 담았다. 한국의 ‘납석제향로 뚜껑’과 이란의 ‘날개 달린 황금사자 뿔잔’이다. 납석제향로 뚜껑은 성난 사자가 당당한 자태로 앉아 있는 형상이다. 사자는 앞발을 꼿꼿이 세우고 뒷발을 웅크리고 있다. 정면을 향해 두 눈을 부릅뜨고 있다. 입은 크게 벌리고 있다. 향로에 향을 피우면 사자의 코와 입에 연결된 구멍으로 연기가 나온다. 사자는 산예라고 하는데 위엄이 있고 용맹스러워서 신령스러운 동물로 여겨졌다. 통일신라 8~9세기께 만들어졌다.
이란을 대표하는 ‘날개 달린 황금사자 뿔잔’은 사나운 이빨을 드러낸 사자가 엎드려 있는 모습이다. 정교하게 조각된 사자 머리와 갈기의 표현은 금속공예의 수준을 짐작케 한다. 기원전 5세기께 만들어져 세계 최초 제국인 페르시아 제국 아케메네스 왕조의 영광을 보여준다.
신라와 페르시아는 유라시아의 동서극단에 위치했다. 총길이 6500㎞나 되는 실크로드로 이어졌다. 시공을 초월한 문화 전도사가 있었던 것일까. 페르시아가 고향인 신라의 문화재는 수없이 많다. 그 중에 가장 대표적인 게 경주 계림로 14호분에서 발견된 황금보검과 천마총 등에서 출토된 6개의 신라왕관과 수많은 금속제품들이다.
황금보검은 전체 길이는 36㎝다. 날의 길이가 18㎝인 단검이다. 수많은 황금이 박힌 붉은 보석(석류석)과 청색 유리로 상감장식되어 있다. 황금보검과 유사한 칼은 카자흐스탄 보로보예에서 발견된 게 유일하다. 또 중국 서쪽 키질 석굴의 벽화에 신라 보검과 유사한 그림이 있을 뿐이다. 이들 지역은 5~6세기께 페르시아 제국의 영토였다.
흥미로운 점이 있다. 황금보검이 발견된 계림로 14호분은 왕릉이 아니다. 무덤의 크기도 작다. 신라 귀족의 보검은 무덤의 주인과 함께 순장된 유물이다. 어떻게 왕도 아닌 귀족이 이 귀중한 보물을 갖고 있었을까.
신라는 금관왕국, 신라의 수도인 서라벌은 금관의 도시라고 불린다. 5~6세기의 왕릉인 황남대총, 천마총, 금령총 등에서 발견된 신라왕관과 귀걸이 등 금세공품에서 비롯된 별명이다. 전세계에서 발견된 황금금관은 13점이다. 이 중 7점은 신라금관, 2점은 가야금관이다. 이 밖에는 아프가니스탄의 틸리아 테페 금관, 흑해 북안의 샤르마트 금관, 알타이 지방의 이시크 고분에서 출토된 황금전사 금관, 요나라 진국공주 무덤에서 나온 금관이 전부다. 금관이 발견된 지역은 유라시아를 동서로 관통하는 초원의 길이라는 게 일반적 학설이다. 특히 틸리아 테페·샤르마트 금관은 신라 금관을 연상시킬 정도로 비슷한 모양을 띠고 있다고 한다. 화려한 세공기법을 자랑하는 신라 금관의 특징은 얇은 금테두리에 달린 영락(瓔珞·옥구슬 장식물)과 출(出)자 모양의 관장식이다. 아프가니스탄 틸리아 테페에서 출토된 금관과 이미지가 유사하다. 물론 금관에 관한 이론(異論)도 있다. 일부 학자들은 신라의 왕관이 유목민의 철관에서 영향을 받았지만 이를 고양시킨 고유의 신라문화라고 주장한다.
<김경은 편집위원 jjj@kyunghya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