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변 색깔 달라지면 콩팥 건강 이상?

소변과 대변은 건강의 신호등이다. 그래서 조선시대 어의는 왕의 소변(매우ㆍ梅雨)과 대변(매화ㆍ梅花)을 살폈다. 콩팥(신장)은 소변과 관련된 장기다. 혈액 속 노폐물을 걸러내 소변으로 배설하고, 몸속 산과 알칼리 균형을 잡고, 나트륨이나 칼륨, 칼슘 등 전해질 균형을 조율한다. 생명 유지에 필수적인 호르몬을 생산ㆍ분비해 혈압을 조절하고, 비타민D를 활성화하는 역할도 한다.
콩팥은 기능이 70% 이상 손상되기 전에는 별다른 증상이 없다. 평소 콩팥 건강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다. 류동열 이대목동병원 신장내과 교수는 “고혈압, 당뇨병이 있거나 가족력이 있는 경우, 콩팥 병력이 있는 환자, 콩팥에 무리가 가는 약물을 장기간 복용했을 때 콩팥 기능 검사를 받는 게 좋다”고 했다.
콩팥 기능 이상을 발견하려면 소변 상태를 잘 살피는 것이 도움될 수 있다. 콩팥에서 여과되는 혈액은 하루 평균 180리터 정도이지만 실제 배설되는 소변량은 1% 남짓한 1.8리터에 불과하다. 콩팥을 통해 인체에 필요한 수분과 영양분은 재흡수되고 불필요한 노폐물은 배출되는 과정을 거치기 때문이다. 콩팥에 문제가 있으면 혈액 재흡수 과정에도 이상이 생겨 소변에도 영향을 미친다. 따라서 소변 상태로 건강 이상을 가늠할 수 있다.
거품 많으면 ‘단백뇨’ 의심
비누를 풀어놓은 것처럼 거품이 많이 생기거나 거품이 사라지지 않는다면 단백질 성분이 소변으로 빠져 나갈 가능성이 있기에 검사를 빨리 받는 게 좋다. 단백뇨는 혈액을 여과하고 재흡수하는 콩팥 기능이 떨어져 생긴다. 방치하면 만성콩팥병으로 악화할 수 있다.
뿌옇고 혼탁하다면 ‘염증성 질환’
정상적인 소변은 맑고 엷은 황갈색이다. 소변 색깔이 불투명하고 뿌옇다면, 감염 질환을 의심할 수 있다. 급성신우신염, 콩팥에 세균이 감염돼 생기는 감염 질환이나 방광염 등 염증성 병이 있으면 백혈구와 세균 영향으로 소변 색깔이 뿌옇게 흐려진다.
코를 톡쏘는 악취나면 ‘요로계 염증’
소변에는 요산과 암모니아 성분이 들어 있어 지린내가 난다. 이런 냄새는 소변이 농축되면 더 심해지므로 소변 지린내가 너무 심하다면 수분을 섭취하는 것이 도움될 수 있다. 그러나 코를 톡 쏘는 악취가 난다면 방광 등 요로계 염증을 유발하면서 증식한 세균이 소변 속 노폐물을 분해할 때 생성된 암모니아 냄새일 가능성이 있기에 진단을 받는 게 좋다.
선명한 붉은색이면 ‘감염ㆍ결석ㆍ종양’
소변이 선명한 붉은색이라면 혈뇨일 수 있다. 혈뇨를 일으키는 질환은 급성 신우신염이나 방광염 같은 요로 계통의 감염과 결핵, 암, 결석 등이다. 특히 40세 이상에서 혈뇨가 나타난다면 요로계 암 검사를 받는 게 좋다.
콩팥에서 방광까지 점막에 생기는 암의 초기 증상으로 혈뇨가 생길 수 있어서다. 또한 고열과 오한이 있으면서 혈뇨가 생겨도 급성 신우신염과 방광염일 가능성이 높으므로 빨리 병원을 찾아야 한다.
짙은 갈색이면 ‘간질환ㆍ횡문근융해증ㆍ사구체신염’
소변 색깔이 짙은 갈색이라면 간 기능 문제를 의심할 수 있다. 간세포 손상이나 담도 폐색에 의해 황달이 생기면 빌리루빈이라는 색소가 소변에 녹아 소변 색깔이 짙은 갈색으로 변한다.
평소 운동을 하지 않은 사람이 무리한 운동을 하고 소변이 갈색이 된다면 횡문근 근육이 녹는 질환인 횡문근융해증일 가능성이 있다. 횡문근융해증은 급성 콩팥 손상으로 이어질 수 있기에 근육통과 함께 갈색 소변이라면 물을 많이 마시고 빨리 병원을 찾아 진단을 받아야 한다. 또 소변 색깔이 갑자기 콜라색이 된다면 사구체신염일 수 있다. 류 교수는 “사구체(絲球體)는 콩팥에서 혈액을 걸러 소변을 만드는 필터로, 여기에 염증이 생기면 콜라색 혈뇨가 나타나기도 한다”고 했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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