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北 투자유치 의지 강해..철저한 시장조사로 기회 잡아야"

김정범 2018. 10. 28. 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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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북사업 최고전문가 천용수 코스트그룹 회장
軍복무 후 호주서 사업 도전
1992년 금광사업으로 北인연
북한 변심에 실패 맛보기도
3년뒤 폴리우레탄 공장 설립
평양·함흥·순천·해주로 확대
제조업 기반 사업 토대 구축
대북사업 내 성공 비결은
철저한 사전조사·역지사지
북한 주민도 경제 기여하는
해외동포 역할 높이 평가해
천용수 호주 코스트그룹 회장은 북한에 사업체를 운영하며 지금도 1년에 7회 이상 북한을 방문하고 있다. 지난 23~25일 매일경제와 재외동포재단, 인천시 주관으로 인천 송도컨벤시아에서 열린 제17차 세계한상대회에 참석한 천 회장은 대북 투자를 하기 전 철저한 사전 공부가 필요하다고 인터뷰에서 강조했다. [인천 = 이충우 기자]
1976년 겨울 강원도 철원의 한 감시초소(GP). 당시 천용수 소위는 살을 에는 추위 속에서 철책 너머 북한을 주시하고 있었다. 평범한 육군장교로 인민군 초소를 감시하고 동향보고서를 써내는 것이 그의 임무였다. 천 소위는 10여 년 뒤 이렇게 뚫어지게 응시했던 북한을 수백 차례 오가며 대북 사업에서 성공한 기업인으로 자신의 미래가 펼쳐질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호주에서 세계적 한상으로 성공한 천용수 코스트그룹 회장을 매일경제가 만났다. 그는 지난 23~25일 매일경제와 재외동포재단, 인천시 주관으로 인천 송도컨벤시아에서 열린 제17차 세계한상대회에 참석해 세계 한상들이 남북 경제협력의 주춧돌이 돼 '신(新)북방시대'를 열어 나가자고 강조했다.

세계한상대회가 성료되고 이뤄진 인터뷰에서 그는 반평생을 헌신한 대북 사업에서의 경험과 이에 대한 다양한 조언을 쏟아냈다. "북한을 바라볼 때 지금까지의 고정관념과 생각은 지워야 한다. 그리고 기업 혼자서는 안 된다. 정부와 시민사회가 합심해서 자신감을 갖고 도전해야 한다"는 게 격변기를 맞은 남북관계에 대한 그의 인식이자 한국 사회에 대한 제언이다.

대북 사업과의 인연은 1992년 호주 코스트그룹 수장으로 금광 개발을 모색하면서 시작됐다. 생전 처음 북녘 땅에 발을 디뎌 사업 타당성을 검증한 것. 당시 그의 나이는 39세였다.

그는 "앞서 다른 호주 기업들이 먼저 뛰어들었지만 언어·문화적 차이 때문에 사업을 포기했다"며 "이를 내가 이어받아 다시 도전에 나선 것이었는데 그야말로 멋모르고 들어간 상황"이라고 웃으며 회상했다.

그때부터 북측과 26년간의 '동행'이 시작됐다. 천 회장은 "지난 26년간 총 200여 차례 북측을 방문했다"면서 "1년에 적어도 7번 이상 방문하고 평균 7~15일 정도 체류하는데 이를 시간으로 환산하면 5년 정도 북한에 거주한 셈"이라고 설명했다. 천 회장은 올해에도 이미 7번 북측을 찾았다.

초창기 광산 개발을 위해 방북했을 때만 해도 도로 사정이 너무 열악했다고 한다. 그래서 천 회장은 고려항공에서 보유한 헬리콥터를 임차해 북측 전역을 종횡무진 누볐다.

그리고 기업가의 길로 들어선 이후 첫 실패를 북한에서 맛봤다. 금광 개발을 위해 3년 반 동안 경비를 쏟으며 매달렸지만 최종 협의 과정에서 북측이 다른 파트너와 손을 잡았던 것이었다. 그는 "당시 북측이 홍콩 투자사를 선택했는데 이 파트너사가 파산하면서 결국 사업이 무산됐다"고 한숨을 쉬었다.

그런데 뜻하지 않은 기회가 돌아왔다. 사업을 성공시키겠다는 북측의 열망이 워낙 강했던 터라 천 회장 측에 아연괴(금속아연)를 독점 수출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 것이었다.

천 회장은 "친분이 있던 북측 광업부 사람들이 제안했다. 이후 5년간 아연괴를 독점으로 공급해 투자금 이상을 회수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를 기반으로 사업도 확대됐다. 1995년 북측과 최초의 합영회사를 세웠다. "인민들이 사용하는 제조업에 투자하는 게 어떻겠냐"는 제안을 북에서 했고 이를 받아들였다.

또 같은 해 폴리우레탄 생산공장을 열고 11월부터 생산을 시작했다. 이 사업은 평양 인근 공장에서 생산해 100% 북측 내수용으로 판매하는 구조다.

향후 대북 제재가 풀리면 각종 제품을 만들 수 있는 폴리우레탄 수요가 크게 늘어날 수 있어 북측에서도 관심을 갖고 발전시키려는 사업 분야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천 회장은 현재 평양, 함흥, 순천, 해주, 청진 등 북한 각지에 공장을 두고 있다. 폴리우레탄폼, 세탁비누 등은 북에서 생산해 내수용으로 판매하고 가발은 중국으로 전량 수출하고 있다.

중장비·식품 등도 수입해 북에 판매하고 있다. 업무용 사옥은 평양 월양동(개선문 인근)에 있으며 합영회사 선봉코스트는 평양시 낙랑구역 통일거리에 위치해 있다.

그는 "식료품 등의 중국 의존도가 높았는데 최근 급속도로 발전하면서 국산화되는 물품이 상당히 많아졌다"면서 "자력으로 생산해 품질도 상당한 수준이며 해외 경쟁력까지 갖출 수 있다"고 변화하는 북한 경제상을 설명했다.

그는 최근 눈에 띄는 북측의 모습에 대해서 "첫째로 사람들이 밝아졌다. 경제에 대해서 관심이 많아지고 적극적으로 일한다"면서 "공장 종업원들도 능력별 대우를 하니까 활기차졌고 생활이 많이 좋아졌다"고 설명했다. 이어 "북측 주민들은 지금 한국에 대해 기대를 많이 하는 것 같다"면서 "자존심이 세서 표현을 그렇게 못하지만 협업하기를 바라는 것 같다"고 전했다.

천 회장은 올해 6월 또 다른 사업안을 제안받았다. 조선대외경제협력위원회가 북측과 해외 기업을 연결하는 컨설팅 회사를 만들어 보지 않겠느냐고 제안한 것이다. 대외경제협력위원회는 북한 경제를 총괄하는 컨트롤타워 같은 곳이다. 이름만 들어도 알 수 있는 중국 5개, 영국 2개 컨설팅 회사와 경쟁했는데 결국 천 회장이 낙점됐다. 북측으로부터 신뢰가 두텁게 쌓였다는 방증이다.

이와 관련해 천 회장은 "북측에서는 중국 화교 얘기를 많이 한다. 중국 발전의 시발점이 됐다는 것에 공감하고 연구도 많이 해 관심이 높다"면서 "북측 주민은 자신들의 나라를 도와준다고 해외 동포를 우러러본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최근 미리 북한에서 각종 사업을 선점하려는 중국의 움직임이 빨라졌다고 전했다. "중국 투자자들이 물밀듯이 몰려들면서 대북 투자에 열중하고 있다"면서 "지난 정권에서 남북관계가 냉각된 이후 시장을 중국에 대부분 빼앗겼다"고 아쉬워했다. 그는 대북 사업을 염두에 두고 있는 이들에게 두 가지를 주문했다. '역지사지'의 자세와 '북한 공부'가 그것이다.

천 회장은 "우리 생각과 그들(북측) 생각은 많이 다르다. 그들 입장에서 사업을 기획해야 일이 성사될 수 있다"면서 "섣불리 사업을 하기보다는 북한에 대해 공부를 많이 하고 이해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합영회사를 설립하는 것에 대해 북측이 상당히 융통성이 있는 편"이라며 "사업을 진행하며 필요한 것들을 서류화해서 확인하면서 철저히 법 테두리 내에서 절차를 밟고 책임 있는 거래를 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북측과의 무역상담회를 성공리에 마친 경험도 다양하게 가지고 있다. 2004년 무역설명회 준비위원장을 맡으면서 1박2일간 평양 인민문화궁전에서 무역상담회를 열었다. 이를 위해 전세기를 띄워 160여 명을 데리고 중국 선양을 거쳐 북측으로 들어갔다. 천 회장은 "이뤄진 전체 상담 건수만 2600건에 이른다. 한 사람도 빠짐없이 모두 참석했다"고 회상했다. 무역설명회가 끝나자 북 당국은 고마움의 표시로 160여 명을 모두 데리고 백두산 천지를 함께 여행하기도 했다. 그는 해외 동포들이 대북 투자를 많이 하는데 큰 성공 사례가 없는 이유에 대해 "대부분 제도권 내에서 투자를 안 한다"며 "개인만 믿고 법과 관계없이 돈을 투자하는데 확인도 제대로 안 한다"고 아쉬움을 전하기도 했다.

[김정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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