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랜차이즈 대표 백종원은 왜 '자영업자 멘토'로 불리나

신지민 2018. 10. 27. 0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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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판] 커버스토리
외식사업가·방송인 백종원 인터뷰
사장은 ‘막걸리 초보’로 보이게끔 편집이 되었다. 사장은 2개

▶ 그가 하는 말 한마디가 기삿거리가 되고, 그가 가는 곳마다 사람들이 몰린다. 식당을 할 준비가 안 돼 있던 ‘사장님’들은 그에게 ‘솔루션’을 받은 뒤 ‘새로 태어난다’. 그 식당에는 손님들이 줄을 서기 시작한다.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 이야기다. 지난 12일에는 국감에 참고인으로 출석해 집중 조명을 받았다. 성공한 외식사업가이자 인기 방송인인 그는 이제 ‘국감 스타’라는 타이틀까지 얻었다. 가히 ‘백종원 현상’이라고 할 만하다. 하지만 인기가 높아질수록 그를 둘러싼 논란도 끊이지 않는다. 그를 만나 그에 대한 찬사, 논란과 비판에 대해 두루 물었다.

“(중소벤처기업부가) 백종원 대표 같은 분을 모시고 (창업) 교육 프로그램을 만들어야겠습니다.”(홍일표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위원장)

“네, (백 대표가) 손오공이 되셔서 분신이라도 모셔야 할 판입니다.”(홍종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지난 12일 국회에서 열린 중소벤처기업부 대상 국정감사장에는 인기 방송인이자 외식프랜차이즈 더본코리아 대표인 백종원(52)씨가 참고인으로 출석했다. 여야를 가리지 않고 7명의 의원이 백 대표에게 질의를 하고 대답을 들었다. 국감장에서 한 참고인에게 이렇게 많은 질의가 몰리는 경우는 흔치 않은 일이다. 주로 자영업 대책, 골목상권 활성화 해법 등에 대해 ‘한수’ 가르쳐달라는 식의 질의가 많았다. 급기야는 “분신이라도 모셔야겠다”는 발언까지 나온 것이다.

백 대표는 이날 특유의 친근한 화법으로 자신의 의견을 피력했다. 그는 “우리나라 자영업자가 너무 많다. 인구당 매장 수가 과도하다” “외국에 비해 요식업 창업이 쉬워 준비 없이 뛰어드는 사람이 많다. 외식업 창업 문턱을 높여야 한다” “창업자를 위한 교육 프로그램이 있어야 한다” “(백 대표의 프랜차이즈가 골목상권을 침해하고 있다는 주장에 대해) 나는 골목상권에 들여보내지 않는다. 먹자골목에 들어간다” “도태될 수밖에 없는 곳은 도태돼야 한다” 등의 주장을 펼쳤다. 그에게 ‘할 말을 했다’는 칭찬이 쏟아졌다. 하지만 한편에서는 ‘골목상권 침해’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는 거대 프랜차이즈 대표에게 골목상권 해법을 묻는 게 모순 아니냐는 지적도 나왔다.

사실 2년 전 국감 분위기는 지금과 달랐다. 당시 국감에서 더본코리아는 ‘골목상권 파괴’ 주범으로 공격을 받았다. 이찬열 의원(당시 더불어민주당)은 더본코리아가 다른 대부분의 프랜차이즈와 달리 음식점업이 아닌 도소매업으로 등록해 ‘중소기업’으로 분류됨으로써 대기업 음식점업에 적용되는 신규 점포 출점 규제 등을 피해가고 있다고 지적했다.(도소매업의 중소기업 매출 기준이 음식점업보다 더 높다. 현재 더본코리아는 도소매업 중소기업 매출기준도 훌쩍 넘겨 내년 3월부터 ‘중견기업’으로 분류될 예정이다.)

국감에서 질의 집중 ‘국감스타’ 떠올라 “백 대표 모셔 창업 프로그램 만들자” 장관은 “분신이라도 모셔야 할 판” 가히 ‘백종원 현상’이라고 부를만해

가맹점 수는 2년 사이 더 늘었음에도 그는 ‘골목상권 침해’ 상징에서 ‘자영업자의 멘토’로 이미지 변신에 성공했다. 그의 본모습은 어디에 더 가까울까. 지난 22일 서울 강남구 논현동 더본코리아 본사에서 백종원 대표를 만났다.

“제발 날카로운 질문 좀 해줘봐유. 민감하다 싶은 질문도 다 물어봐도 됩니다.”

백 대표는 “한동안 인터뷰를 안 했더니 상상으로만 추측해서 기사 쓰는 기자들이 많아서 내가 직접 말해야겠다 싶었다”며 “녹음을 해도 좋으니 내 말의 취지를 정확하게 전달해달라”고 말했다. 그는 사진 촬영은 원하지 않았다.

에스비에스 예능프로그램 <백종원의 골목식당>에서 막걸리 블라인드 테스트를 하는 장면. 이를 놓고 황교익 음식평론가는 “설정은 억지고

골목상권 침해, 문어발식 경영 논란

―국감스타가 됐다. 하지만 거대 프랜차이즈 사업가와 ‘자영업 살리기’ 조력자라는 이미지는 모순적이기도 하다.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된 것이다. 나는 내가 골목상권을 살린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것은 프로그램 이름(<백종원의 골목식당>)일 뿐이다. 방송에 나간 골목식당들이 살아난 것은 방송의 힘 때문이다. 나는 이 방송 보고 웬만하면 식당 하지 말라고 하는 것이다. 이미 시작한 식당들은 어쩔 수 없으니, 꼭 알아야 하는 위생원칙, 손님 대하는 법, 맛 내는 법 등을 알려준 것뿐이다.”

<백종원의 골목식당>(에스비에스)은 손님이 없는 소규모 식당들을 찾아다니며 백 대표의 ‘솔루션’을 제공하고, 이후 이 식당 운영자가 어떻게 변화하는지, 손님 수가 얼마나 증가하는지 등을 보여주는 예능프로그램이다. <백종원의 푸드트럭>(에스비에스)의 맥을 잇는 이 프로그램은 백 대표에게 ‘자영업자의 멘토’ 이미지를 만들어준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이전까지 그는 쉬운 요리 레시피를 알려주는 ‘백주부’(백 대표의 별명 중 하나) 이미지가 강했다. 외식사업가이자 배우 소유진의 남편으로 알려졌던 그는 2014년 <한식대첩>(올리브티브이)을 시작으로 2015년 <마이 리틀 텔레비전>(문화방송), 2015~2017년 <집밥 백선생>(티브이엔) 등에 출연하며 인기 방송인이자 요리연구가의 자리를 굳혔다.

―백종원 프랜차이즈 때문에 피해를 봤다고 주장하는 자영업자들이 여전히 있다.

“보통은 인테리어, 매장 규모 등 프랜차이즈 본사가 요구하는 규정에 맞추기 위해서 프랜차이즈 점주들의 창업 비용이 더 들어간다. 개인 자영업자는 프랜차이즈보다 더 맛있게 만들거나, 양을 많이 주거나, 가격 경쟁력을 높이거나 하면 된다. 프랜차이즈 때문에 자영업자들이 망했다는 논리는 말이 안 된다.”

―그래도 프랜차이즈는 대량 매입을 통해 식재료 단가를 낮추는 것이 가능하지 않나?

“올해 기준 더본코리아의 매출액이 1700여억원이고, 브랜드가 20여개, 가맹점이 1400여개(2018년 기준 국내 1345개, 국외 80개)다. 브랜드마다 메뉴가 여러 개다. 이걸 n분의 1로 나누면 얼마나 미미한가. 가락시장에 있는 대형 유통업체의 거래업소가 1400개가 넘어간다. 자영업자가 발품을 팔아 사는 가격과 가맹점이 본사에서 식재료를 사오는 가격을 비교하면, 후자가 더 싸다고 볼 수 없다. 발품 안 팔고 시장이나 마트에서 사오니까 비싼 것이다. 게다가 더본코리아 본사는 원재료를 팔지 않는다. 개인 자영업자는 대파를 통으로 사지만, 우리는 썰어놓은 파를 판다. 프랜차이즈 본사는 반가공된 식재료를 줘서 쉽게 조리할 수 있게 해준다. 따라서 가맹점에 원재료보다 비싸게 팔 수밖에 없다. 대신 가맹점은 주방장 등 인건비를 줄일 수 있을 것이다.”

골목상권 침해 당사자 아니냐 지적에 “내 가맹점은 먹자골목에만 들어간다” ‘골목식당’ 뒤 ‘자영업자 멘토’ 이미지 “나는 장사하지 말라고 조언하는 것”

12일 국감에서 정유섭 의원(자유한국당)은 “골목상권, 제로섬 게임에서 백 대표 가맹점이 손님들을 다 뺏어간다고 한다. 이제 중견기업이 됐는데 사회적 책임 차원에서 출점을 제한할 수 없느냐”고 묻자 백 대표는 “골목상권과 먹자골목을 헷갈리면 안 된다”고 대답했다. 먹자골목은 권리금만 최소 2억원 이상인 가게들로, 영세상인이 밀집한 골목상권과 다르다는 논리다. 하지만 이에 대해 먹자골목과 골목상권이 명확하게 나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왔다.

―시장을 자의적으로 먹자골목과 골목상권으로 구분한 건 아닌가?

“국감에서 의원들이 고개를 끄덕거린 걸 보고, 의원들이 나한테 끌려갔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더라. 하지만 의원들은 골목상권에 대한 개념이 이미 정립돼 있기 때문에 끄덕인 거다. 골목상권이란 단어가 왜 생겼는지는 관심 갖지 않고 내가 골목상권과 먹자골목이란 단어를 갖고 말장난한다고 비난하더라. 골목상권은 사람들이 많이 안 다니는 뒷골목에 있는 상인들만큼은 보호하고, 소자본으로 시작한 사람들을 살려야 한다는 의미에서 시작된 개념이다. 소자본이란 권리금도 거의 없고 임대료도 부담 없는 정도를 말한다. 먹자골목은 권리금만 최소 2억~3억원, 많게는 7억~8억원인데 그들이 소자본 자영업자는 아니지 않나.”

―길을 걷다 보면 더본코리아 브랜드가 한 블록마다 하나씩 있다. ‘문어발식 확장’이라는 비판이 있다.

“프랜차이즈 본사는 소비자가 아니라 점주들에게 장사를 한다. 브랜드를 개발하는 것이 우리의 일이다. 브랜드 하나가 잘돼서 직영점 늘려가고, 소스 판매, 물류 사업, 배추농사 등 주변 분야까지 다 진출하는 것이라면 문어발이라고 볼 수도 있겠지만 (같은 외식업 안에서) 다브랜드·다점포 전략을 쓰는 것이 문어발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브랜드를 많이 만드는 또 다른 이유는 한 브랜드의 시장성이 떨어지거나 점주가 싫증을 냈을 때 옮겨 탈 브랜드가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현재 더본코리아 산하 브랜드는 새마을식당, 본가, 빽다방, 한신포차, 홍콩반점, 원조쌈밥집 등 20여개로, 다른 외식 프랜차이즈에 비해 많은 편이다.

―빽다방은 창업 비용이 비싸서 논란이 된 적이 있다.(2016년 공정거래위원회 조사에선 커피 전문점 창업 브랜드 중에 빽다방의 면적당 창업 비용이 805만원으로 가장 높았다. 창업 비용이 가장 낮은 브랜드는 파스쿠찌로 490만원이었다.)

“우리는 인테리어를 강요하지 않고 가맹점 수수료도 (매출액의 일정 비율을 떼가는 요율제가 아닌) 정액제로 받는다. 빽다방 창업 비용이 비싸게 보일 수 있는데, 그것은 빽다방의 평수 자체가 작기 때문이다. 10평짜리 매장이랑 30평짜리 매장의 평당 단가는 다를 수밖에 없다. 어차피 주방기구 등은 똑같이 들어가기 때문에 적은 평수는 불리하다. 빽다방은 테이크아웃 전문 매장이고, 매장이 커질수록 직원을 더 써야 하니까 적은 평수가 합리적이라고 생각해서 그렇게 정한 것이다.”

―빽다방 커피가 1500원이다. 그렇게 해서 점주가 남는 게 있을까 하는 시선이 있다.

“점주에게 남는 것이 없다면 빽다방 가맹점은 왜 늘고 있을까. 수익이 나니까 하는 것이고 싸게 팔아도 수익이 난다는 것은 그것이 정당한 마진율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1월 백 대표는 제주 서귀포시에 ‘호텔 더본’을 열었다. 호텔에는 본가 프리미엄, 빽다방 등 더본코리아 매장들이 입점돼 있다. 또다시 ‘문어발식 사업 확장’에 대한 비판이 일었다.

―호텔 사업을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제주도 물가가 너무 비싸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어떻게 하면 제주도를 경쟁력 있게 만들 수 있을까 생각하던 차에 호텔 물건이 나왔다. 호텔엔 왜 제대로 된 한식당이 없지? 왜 비싼 식당만 있지? 하는 생각에서 시작했다. ‘가성비 좋은 호텔’이란 콘셉트를 잡고 빵이랑 커피 두 잔도 무료 제공하고 조식 뷔페도 1만원 이하로 가격을 정했다.”

편집으로 방송 내용을 조작했다. 백종원은 ‘막걸리의 신’

‘백종원 매직’ 원인은

―‘백종원 게임’(한식 이름을 대고, 이를 포털사이트에 검색해서 1페이지에 백종원 레시피가 뜨면 술을 마셔야 하는 게임)이라는 술자리 게임도 있다. 알고 있나?

“제작진하고 해봤는데, 나도 졌다. 이 요리는 내가 방송에서 안 했을 거야 싶었는데 했더라.(웃음)”

‘백종원’은 우리의 일상 곳곳에 스며들어 있다. 많은 사람이 백종원이 알려준 요리법으로 집밥을 만들고, 백종원의 프랜차이즈에서 외식을 하고, <백종원의 3대 천왕>(에스비에스)에 나온 식당에 찾아가 줄을 선다.

특히 <골목식당>에 출연하는 것은 자영업자들에겐 ‘로또’나 다름없는 수준이다. ‘인천 신포시장 청년몰’ 편에서 백 대표에게 맛있다고 칭찬을 받은 한 덮밥집은 손님이 너무 많이 몰려와 이후 가게를 확장했다. 덮밥집뿐 아니라 신포시장 청년몰 전체가 일종의 관광코스가 됐다. ‘백종원 매직’이라는 신조어가 생길 정도다.

“장사 안되는 것은 개인 책임 …도태될 사람은 도태돼야 한다” 무한경쟁 시장논리라는 비판 나와

―<골목식당>의 ’인천 신포시장’과 ‘대전 중앙시장’ 편은 청년몰 사업의 문제점을 보여줬다는 지적이 나왔다. 지자체나 정부에서 청년몰만 일단 만들어놓고 메뉴 개발, 홍보, 기존 상인들과의 관계 개선 등 사후관리가 전혀 없었다는 것이다.

“청년몰 기획자도 자문을 구할 곳이 없어서 단순한 접근방식으로 준비한 것 같다. 그렇지만 내가 청년몰이나 골목상권을 살렸다고 볼 순 없다. 방송이니까 가능한 것뿐이다. 방송 보고 오는 손님들은 음식을 먹으러 오는 게 아니라 응원하거나 궁금해서 오는 거다. 또는 사장님한테 정신 차리라고 욕하고 싶어서 오는 거다. 그런 사람들도 받아주는 것이 장사다.”

―백 대표는 방송가에서 웬만한 연예인들보다 더 확실한 ‘흥행 보증수표’다. 시청자들에게 호감을 얻는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나?

“사실 별로 인기 없다.(웃음) 싫어하는 사람도 많다. 프로그램이 잘되는 것은 제작진이 잘하기 때문이다. 나는 내가 골목상권 살린다고 생각 안 하지만 제작진은 그런 사명감을 갖고 프로그램을 만든다. 시청자들도 그걸 알아주는 것 같다.”

―<골목식당> 출연료를 안 받는다는 소문이 있다. 방송 당일 실시간 댓글을 보면 “대표님은 출연료도 안 받고 봉사하는데, 고집부리는 사장님들이 너무하다”는 댓글이 꼭 있다.

“왜 그런 헛소문이 났는지 모르겠는데, 출연료 받는다.”(실제 백 대표의 1회당 출연료는 방송가에서 가장 높은 수준은 아니지만 상당한 액수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방송이 너무 자극적이라거나 조작을 한 것 아니냐는 논란도 생긴다.

“어떻게 장사나 음식에 대한 기본도 모르는 사람만 모아놓냐며 조작 아니냐고 하는데 제작진이 한두번 찾아가고 음식 먹고 해서는 실상을 알 수가 없다. 촬영하고 관찰하면서 문제점이 드러나는 것이다. 조작은 있을 수가 없고 방송에 나오는 것이 우리나라 자영업의 현실이다.”

―방송은 공공재의 일종이다. 일각에서는 백 대표가 공공재인 방송을 이용해 본인의 사업 확장에 이용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백 대표의 출연 자체가 더본코리아 브랜드의 홍보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방송 나가면서 가맹점 늘어난 것은 <마이 리틀 텔레비전> 출연 당시 빽다방의 가맹점이 늘어났을 때뿐이다. 그때는 빽다방뿐만 아니라 소규모 음료테이크아웃 전문점이 인기를 끌어 가맹점이 크게 늘어났던 시기였다. 일회성으로 물건을 파는 거라면 광고 효과를 누릴 수 있지만 가맹점은 다르다. 맛이 없으면 계속 오지 않는다. 물론 손님이 식당에 처음 방문할 때는 유리한 측면이 있을 것이다. 백종원이 하는 곳인데 한번 가볼까 할 테니까. <골목식당>은 누구도 안 가르쳐주는 부분들, 장사 오래한 사람들도 모르는 사실들을 알려주면서 방송의 공공적·공익적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본다. 우리나라 외식업 하는 분들 중 많은 사람이 원가 개념이 없다. 원가가 얼마인지 생각하지 않고 ‘옆집 얼마 받지? 그럼 우린 500원 깎을까’ 이런 식이다. 위생 원칙이나 손님 대하는 방법도 모른다. 방송에서 이런 부분을 알려주고 있고 외식업을 준비하는 사람이나 일반 시청자도 이를 활용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지난 17일 방송된 <골목식당> 성내동 편에서 백 대표는 “중국집에서 짬뽕 등을 바로 그릇에 옮기지 않고 무쇠로 된 웍에 보관하면 맛이 변질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장사가 안되면 개인의 책임?

<골목식당>에서 백 대표는 자주 화를 내고 식당 주인들을 ‘혼을 낸다’. “준비 없이 외식업에 뛰어들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한다. 국감에서는 “도태될 사람은 도태돼야 한다”는 말도 했다. ‘자영업자 과잉’이라는 현실을 알면서도 정치인이나 공무원들은 선뜻 꺼내지 못했던 말이다. 그렇다면 정말 백 대표의 말대로 망하는 식당은 주인이 현실을 모른 채 아무런 준비 없이 뛰어들기 때문일까. 그 식당 주인의 노력이 부족하기 때문일까.

―국감에서 “도태될 분은 도태돼야 한다”고 말했는데 무슨 의미인가?

“준비 안 된 사람은 음식 장사 하지 말라는 의미다. 어설픈 사람은 도태되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 그러면 장기적으로 건강한 외식업자가 생겨서 외식업의 파이가 더욱 커질 것이다.”

―<골목식당>을 보면, 장사가 안되는 원인과 책임은 모두 그 주인에게 있는 것처럼 보인다. 이를 놓고 “모든 형태의 실패와 불행의 책임을 개인에게 전가하는 무한경쟁의 시장논리, 천민자본주의의 핵심 논리”(박구용 전남대 철학과 교수)라는 비판도 나온다.

“그렇게 치면 세상의 모든 문제는 사회적 문제가 될 것이다. 죄를 지어도 개인 탓이 아니라 죄를 짓게 만든 국가 탓이라고 하는 것과 같다. 나는 장사가 안되는 것은 개인의 잘못이 맞다고 본다. 그러니까 하지 말라고 말하는 것이다. 지방에 내려갈 때도 기차를 탈지 버스를 탈지 고민하면서, 왜 식당을 할 때는 그 정도 고민도 안 하는지 묻고 싶다.”

백 대표는 단호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우리나라에서 많은 사람이 자영업에 뛰어드는 것은 괜찮은 일자리가 부족한 고용시장, 50대만 되면 직장에서 밀어내는 기업 문화, 퇴직 뒤 재취업이 어려운 현실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고 지적한다.

공공재인 방송, 사업에 이용 지적 “장사에 필요한 것 알려주고 있다” 음식 하향평준화 비판에는 “부자도 가성비 좋아한다…사람 심리”

―외식업을 하려는 사람은 어떤 것을 준비해야 하나?

“창업을 준비할 때 보통 잘되는 맛집만 돌아다니면서 기운만 받아 온다. 안되는 집을 찾아가 데이터를 모아야 한다. 왜 안되나, 나 같으면 어떻게 할까 고민하다 보면 장사하기 싫어질 수도 있다. 그래서 정말 좋아하는 사람만 하라는 것이다.”

―저서 <백종원의 장사 이야기>에서 ‘식당은 맛 30, 분위기가 70’이라고 말한 적이 있다.

“그렇다. 분위기가 인테리어를 말하는 건 아니다. 맛은 기본적으로 90점 이상 돼야 하는데, 소비자는 30% 정도밖에 안 느낀다. 맛이 100점이면 30점은 먹고 들어가는 거지만 90점이면 27점을 얻는 거다. 나머지 70%가 뭔지 분석하면서 잘되는 집만의 비결을 알아야 한다. 대부분 맛만 보고 ‘이 집 나보다 못하네’ 한다. 그럼 30점밖에 못 얻은 거다. 음식이 빨리 나오는 것, 줄이 긴 것, 방송에 나온 것, 횟집이 바닷가에 있는 것 등 나머지 70점을 무엇으로 채울지 고민해봐야 한다.”

외식사업가이자 방송인인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이사가 12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국정감사에 참고인으로 출석해 의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인간 가성비’ 백종원

대학생 때부터 호프집을 운영하는 등 사업 수완을 발휘한 백 대표는 1993년 서울 강남 논현동에서 ‘원조쌈밥집’을 열고 이듬해 더본코리아 법인을 설립하며 본격적으로 외식사업에 뛰어들었다. 이후 새마을식당, 해물떡찜, 홍콩반점 등이 계속 성공을 거뒀다.

―건축 자재업도 했다고 들었다.

“쌈밥집을 하면서 잘됐는데, 내 일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건축 자재업을 하다가 쫄딱 망했다. 빚이 17억원이었다. 그때는 거지같이 살았다. 차는 있는데 기름값이 없어서 걸어다녔다. 죽으려고 한 적도 있는데 돈이 없어서가 아니라 자존심이 상해서였다. 당시 직원들에게 월급을 못 주고 있었는데, 한 직원이 찾아와서 내 책상을 쾅 치며 월급을 달라고 했다. 그래서 그다음날 2천만원을 일수로 빌려서 그 직원에게 줬다. 하루에 24만원씩 갚아야 했다. 쌈밥집 매출에서 매일 24만원씩 떼서 줬다. 식당이 잘되면서 빚의 이자를 감당해내기 시작했고 결국 원금도 다 갚았다.”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 비율)라는 단어가 인간으로 태어나면 백종원이란 말이 있다. 쌈밥집을 시작할 때부터 가성비를 추구했나?

“된장찌개가 3천원 하던 그 시절에 쌈밥 4500원, 삼겹살 4500원에 팔았다. 1인분에 9천원인 셈인데, 손님들이 엄청 까다롭고 매너가 없었다. 매너 없는 단골손님에 대한 전담 직원까지 있을 정도였다. 그럼 나는 손님 비위도 맞추고 매출을 많이 좌우하는 그 직원의 비위도 맞춰야 했다. 그래서 가격이 싸면 낫지 않겠나 싶어 쌈밥과 삼겹살을 합해서 6천원에 팔았다. 그러자 대박이 났다. 외제차를 타고 와서 나를 무시하던 그 손님이 내가 자리만 만들어줘도 고마워하더라. 그때 느꼈다. 사람들은 돈이 있으나 없으나 가성비를 좋아한다. 주머니 사정이 어렵다고 해서 가성비를 찾는 게 아니라 그게 사람 심리다. 그때부터 자연스럽게 가성비를 추구하게 됐다.”

―외식할 때는 어딜 가나?

“줄 서 있는 데 간다. 해외여행 가서도 식당 앞에 줄 서 있으면 무조건 섰다. 줄 서 있는 데 가보니 어느 나라든 가성비더라. 가성비가 중요하구나 또 한번 느꼈다.”

최근 더본코리아는 파스타에도 가성비를 적용했다. 지난 13일 종로에 ‘롤링파스타’라는 테스트 브랜드를 만들었다. 토마토파스타가 4500원, 마르게리타피자가 6천원이다. 입소문이 나면서 1시간씩 줄을 서서 맛을 보는 손님도 생겨났다.

―파스타 한 접시에 1만~1만5천원을 받는 요즘 시대에 4500원짜리 파스타가 가능한가? 어떤 기준으로 가격을 정하는가?

“내가 생각하는 식당은 점심에 꽉 차고 저녁에 꽉 차고 이게 두 바퀴 도는 것이다. 사장이 땀도 뻘뻘 흘려야 한다. 그런데 대부분 점심에 좀 들어왔다 나가고 저녁에 좀 들어왔다 나가도 수익이 나기 바란다. 나는 보통 식자재 원가율을 30~40%로 잡는다. 경기가 좋을 땐 마진율을 높게 잡고도 버틸 수 있지만 경기가 어려워지면 소비자들이 지갑을 닫아버린다. 나는 원가와 마진율을 생각해서 합리적이다 싶은 정도로 가격을 정한다.”

―백종원의 음식은 ‘가성비’를 만족시켰다는 평가를 받고 있지만 한편으론 음식의 하향평준화를 가져왔단 비판도 있다.

“프랜차이즈 음식은 프랜차이즈 회사끼리 경쟁하는 것이다. 개인이 하는 식당의 음식에 영향을 줬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개인 식당은 프랜차이즈 음식의 장점을 배우되 여기에 개성을 넣으면 된다. <골목식당>에서도 항상 강조하는 것이 내가 알려주는 것은 기본적인 대중성이고, 여기에 사장님의 개성을 넣으라는 것이다. <마이 리틀 텔레비전>을 통해 ‘슈가보이’(설탕을 많이 사용한다고 붙여진 별명)라는 이미지가 굳혀졌지만, 그 방송 이후론 설탕을 많이 넣으라고 한 적이 없다.”

상장 추진하고 새 사업 구상 중 자기 길 가는 ‘영리한 사업가’에게 언제까지 자영업 대책 물을까

더본코리아는 지난 3월 주관사를 선정하고 기업 상장을 추진하고 있다. 백 대표는 더본코리아 지분 76.69%를 소유한 최대 주주다.

―상장을 추진하는 이유는?

“은퇴를 대비하고 있다. 아이가 어리기 때문에 회사를 물려줄 수도 없고 언젠가는 결정권자가 바뀔 것이다. 그 결정권자의 잘못된 판단으로 회사가 흔들릴 수도 있다. 사실 상장을 하면 신속하게 브랜드를 만들어왔던 우리 회사의 장점이 없어질 수 있다. 결정 과정이 오래 걸리다 보면 트렌드에 뒤처질 수 있다. 그럼에도 상장을 하는 이유는 안전장치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상장 이후에 ‘인큐베이팅 프랜차이즈 모델’ 사업을 하려고 한다. 자신의 프랜차이즈를 만들고 싶은데 노하우가 없는 외식업자들에게 프랜차이즈 사업을 시작할 수 있는 단계별 가이드를 제공해주는 사업이다.”

―본인이 생각하는 바람직한 외식업 방향은 무엇인가?

“편의점 음식, 프랜차이즈, 개인 자영업자, 몇대씩 이어오는 장인들의 가게 등 같은 음식이라도 가격대가 다른 업태들이 동시에 공존해야 한다. 식재료나 맛 자체는 다르지 않을 수도 있다. 혼과 연륜, 전통 등의 차이로 가격이 결정된다고 본다. 바쁠 땐 프랜차이즈에서 먹다가도 3대째 음식 장사 하는 곳에 가서 정서적인 만족감을 느낄 수도 있어야 한다. 같은 메뉴 안에서도 시장이 세분화돼야 하고, 자신의 현재 상황, 주머니 사정에 따라 다양하게 자기가 먹고 싶은 것을 선택할 수 있어야 외식업의 파이가 커진다고 생각한다.”

직접 만나본 백종원은 ‘영리한 사업가’의 느낌이었다. 방송에 출연하는 것도, 국감에 참고인으로 출석한 것도, 언론 인터뷰를 하는 것도 모두 자신의 사업을 홍보하고, 상장이나 새 사업 등 향후 계획에 활용하려는 측면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자신의 ‘이익’을 챙기면서도 대중의 사랑과 지지까지 받는 것이 가능하다는 것을 증명했다는 점에서 그의 능력은 과소평가하기 어려워 보인다. 프랜차이즈 대표이면서 골목상권 조력자로 칭송받고, 계속되는 건강유해성 논란이나 방송 왜곡 논란에도 대중의 지지를 잃지 않는 ‘백종원 현상’을 방송의 힘만으로 설명하긴 힘들다.

그럼에도 국회가 그를 불러 골목상권 대책을 묻고, 한 방송프로그램이 자영업자들의 ‘구세주’로 비치는 현실이 계속돼야 하는지는 의문이다. 그는 ‘그의 길’을 가는 것이고, 난마처럼 얽힌 우리 자영업의 현실에 대한 대책을 모색하는 것은 정부와 사회의 몫이기 때문이다. ‘백종원 현상’은 정부와 사회가 해야 할 일을 제대로 못한 결과일지 모른다. 신지민 기자 godjim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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