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팔' 덕선이가 탄 버스 섭외했던 청년의 꿈 (영상)
[편집자주] #버스덕후 #덕업일치 해시태그(#) 키워드로 풀어내는 신개념 영상 인터뷰입니다.
지난해 서울 버스 하루 평균 이용객은 539만8000명(2017년 대중교통 이용현황, 서울시). 서울 대중교통 하루 평균 이용객(1338만1000명)의 40.3%에 달하는 수치다. 시민의 출퇴근과 통학을 책임지는 버스는 그 자체로 문화재요, 소중한 유산이다. 이러한 버스를 우리는 제대로 보존, 기록하고 있느냐고 쓴소리를 내뱉는 한 청년이 있다.
2015년 방영한 드라마 '응답하라 1988'에서 가장 인상적인 장면을 꼽자면 단연 만원 버스에서 정환(류준열분)이 짝사랑하는 덕선(혜리분)을 보호하는 신일 것이다. '어남류' 열풍을 불러온 이 장면엔 80년대 느낌을 그대로 간직한 버스가 등장해 시청자의 몰입을 도왔다. 당시 이 버스를 섭외한 사람이 바로 쓴소리의 주인공 이종원씨(23)였다. 그가 갓 고등학교를 졸업한 시점이었다.
"초등학교 6학년 때 뉴질랜드에 이민을 갔어요. 뉴질랜드에는 도시마다 버스박물관이 있어요. 각 지역의 대중교통 역사와 버스 유물을 전시하고 있죠. 심지어 민속 문화재로 보존된 1930년대 버스들은 직접 타볼 수 있어요. 그 모습을 보고 큰 충격을 받았어요."
뉴질랜드로의 이민은 이씨의 인생에 있어 엄청난 전환점이 됐다. 한국에 버스박물관을 설립하겠다는 꿈이 생겼기 때문. 이씨는 "국내와 해외에 어떤 버스 유물들이 남아있는지 조사하는 것이 먼저라고 생각했다"며 "2012년부터 전국 각지를 답사하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이후 요청이 종종 들어왔어요. 영화 '더킹', '마약왕', 드라마 '응답하라 1988', '라이프 온 마스' 등에 등장하는 버스를 섭외했죠."
대학 입학 후 본격적으로 버스 컨설팅 일을 시작한 이씨는 '한국 버스연구회'를 만들었다. 한국 버스의 역사를 기록하고 한국 최초의 버스박물관 건설을 추진하기 위해서다. 현재 25명의 연구원이 활동 중이다. 자체 조사와 회원들의 제보를 토대로 15만대에 달하는 국내 버스 데이터베이스를 완성했다. 섭외 요청이 들어오면 원하는 지역, 시대 배경, 차종을 입력해 적합한 버스를 찾아준다. 건당 적게는 30만원, 많게는 150만원 정도 받는다고 했다. 일찌감치 '덕업일치'를 실현했다.
이씨는 버스 섭외 뒷이야기도 털어놨다.
"2015년 '옛 버스가 쓰레기에 둘러싸여 방치되고 있다'는 제보가 들어왔어요. 그 길로 경북 풍기에 내려가 버스 상태를 살펴봤죠. 2017년에는 호송 차량으로의 복원작업에 열심히 매달렸어요. 올 겨울 개봉 예정인 영화 '마약왕'에 등장할 예정입니다. 엔딩 크레딧에 제 이름이 올라가는 경험을 하게 됐어요."
숨겨진 이야기는 또 있다.
"'응답하라 1988'의 배경인 쌍문동을 운행하던 20-2번 버스의 실제 차종은 '현대 RB520L'이다. 그러나 국내에 단 한 대도 남아있지 않아 90년대식 '대우 BS106' 버스에 색을 칠해 활용했다. 80년대는 냉방시설이 달린 시내버스가 운행하기 전이지만 '응답하라 1988'을 보면 버스에 냉방시설이 달린 것을 볼 수 있다. 일종의 '옥에 티'인 셈이다."라며 웃었다.
"미얀마에 수출된 70~80년대식 한국 버스들은 지금까지도 운행 중이에요. 사진으로만 보던 옛 버스들을 직접 타 보면서 반드시 보존해야 할 귀중한 우리 유산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수출된 한국 버스를 국내로 다시 들여오는 작업을 시작했습니다."
다른 국가는 버스를 어떻게 보존하고 있는지 묻자 이씨는 "영국, 뉴질랜드, 미국 등 주요 선진국에는 지자체가 운영하는 버스박물관이 흔하다"며 "지역 행사에서 오래된 버스로 시내 퍼레이드를 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제조사나 운수업체가 박물관을 세워서 보존하기도 한다. 독일의 벤츠 박물관과 미국의 그레이하운드 박물관이 그 예다.
가까운 북한도 버스 유물들을 민속 문화재로 철저히 보존하고 있다.
"북한에서는 버스가 오래될수록 도장을 찍어줘요. 인민들을 위해 열심히 봉사했다는 의미의 훈장인 셈이죠. 어떤 버스는 별이 문 쪽을 가득 메우고 있을 정도예요. 게다가 1960년대부터 다닌 트롤리버스는 관광자원으로 활용되고 있어요. 북한이 우리보다 버스를 잘 보존, 활용하고 있는 거죠."
이씨의 목표는 한국 최초의 버스박물관을 설립하는 것이다. 가장 전시하고 싶은 버스를 묻자 "멸종위기에 놓인 70~80년대 버스들뿐만 아니라 어린 시절에 탔던 90년대 버스들을 보존하고 싶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시대별로 상징적이고 가치 높은 버스들을 보존해서 후세에 물려주고 싶다"는 것.
"한국인이라면 버스와 함께한 추억을 하나쯤은 갖고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버스를 타고 소풍을 하러 가거나, 중요한 면접을 보러 가거나, 데이트하러 가는 것처럼요. 시민들의 발이자 소중한 추억의 공간인 버스의 역사가 잊히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버스 문화재 보존과 역사 연구에 대한 큰 관심과 지원을 부탁드립니다."
김소영 인턴기자 sykim1118@, 이상봉 기자 assio28@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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