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66 사이즈는 안 팔지?"..중3 때 창업해 500억 매출 올린 '육육걸즈'

김기만 입력 2018. 10. 25. 17:55 수정 2018. 10. 26. 1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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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대 창업자들의 '겁없는 도전'
박예나 대표
친구랑 대화하다 궁금증 커져
"직접 팔자" 고입 준비하다 창업
블로그서 여성 구제 의류 팔아
10대 또래들이 주요 고객
방과후 쇼핑몰 운영법 배워
창업특기생으로 대학 진학
제품 70종 매주 업데이트
의류 자체 제작 비중 80%

[ 김기만 기자 ]

남성 의류와 여성 의류는 사이즈 표기부터 다르다. 남성 셔츠는 95, 100, 105 등으로 표시된다. 여성 의류는 44, 55, 66 등인 경우가 많다. 44사이즈는 날씬한 여성의 상징처럼 여겨진다. 어떤 업체는 44사이즈를 일부러 크게 제작하는 마케팅을 하기도 한다. 그렇다면 한국 20대 여성의 평균 사이즈는 어떻게 될까. 국가기술표준원 발표에 따르면 66사이즈다.

하지만 10여 년 전만 해도 66사이즈 옷을 팔지 않는 쇼핑몰이 많았다. 박예나 육육걸즈 대표(사진)도 이런 경험을 했다. 중학교 3학년이던 2007년 박 대표는 인터넷 쇼핑몰에서 옷을 하나 주문했다. 큰 것을 샀지만 잘 맞지 않았다. 고교 입학을 앞두고 있던 그는 한 친구와 대화하다 ‘인터넷 쇼핑몰은 왜 44·55사이즈만 팔까’라는 의문이 들었다. 그는 66사이즈 옷을 파는 쇼핑몰을 개설하기로 결심했다. 2008년 초 자본금 10만원을 들고 전북 전주시에서 서울 동대문시장으로 향했다. 차비는 부모님이 운영하던 횟집에서 아르바이트를 해 벌었다. 직원 110명에 연매출이 500억원이 넘는 인터넷 쇼핑몰 ‘육육걸즈’의 시작이었다.


보통 체형의 10·20대 여성을 위한 옷

박 대표는 처음에는 66사이즈의 여성 구제 의류를 파는 일부터 시작했다. 동대문에서 새 옷을 사서 팔기에는 자금이 부족했다. 자신이 입던 옷 20여 점을 블로그에 올렸다. 첫달 매출은 4만원이었다. 이후 나이키, 게스 등 유명 브랜드 중고 의류를 손질해 2만~3만원에 판매했다. 유명 브랜드를 선호하고 중고 옷에 거부감이 없는 10대 청소년이 주요 고객이었다. 박 대표는 “친구들이 야간자율학습을 하던 시간에 집에 가서 웹 사이트를 제작하고 쇼핑몰 운영법을 배웠다”며 “주말에는 전주와 서울을 오가는 게 학창시절 일상이었다”고 말했다. 그렇게 3년간 쇼핑몰을 운영하자 월평균 매출이 3000만원에 달했다.

박 대표는 2011년 제1호 창업특기생으로 전주대 패션산업학과에 진학했다. 1년 뒤 휴학을 하고 쇼핑몰 개편에 집중했다. 그는 “자본금이 어느 정도 모이고 처음 구상한 대로 66사이즈 옷을 동대문에서 매입해 인터넷에서 팔 수 있는 상황이 됐다”며 “때마침 구제 의류 유행이 지나가는 시기였다”고 설명했다.

“여성 의류로만 1000억원 매출에 도전”

육육걸즈는 2014년부터 연매출 200억원을 웃도는 등 빠른 속도로 성장했다. 비결은 ‘고객 눈높이 제품’이었다. 박 대표와 주변 친구들이 좋아하는 스타일이 곧 10·20대 소비자가 마음에 들어하는 옷이었다. 신상품을 주기적으로 업데이트해 10대들의 유행 속도를 맞췄다. 육육걸즈가 인기를 끌자 다른 쇼핑몰에서도 66사이즈 카테고리를 만들기 시작했다.

박 대표는 “제조·직매형 의류(SPA) 브랜드보다 더 빨리 신상품을 갖추기 위해 노력한다”며 “전담 팀을 통해 트렌드를 포착·반영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인다”고 말했다. 육육걸즈가 매주 업데이트하는 신상품은 70여 종에 달한다. 그는 지금도 매주 전주와 동대문시장을 왕복한다.

제품의 자체 제작 비중도 다른 쇼핑몰에 비해 높다. 육육걸즈는 판매하는 제품의 80% 가까이를 직접 제작하고 있다. 일반적인 여성 의류 쇼핑몰의 자체 제작 비중은 20% 미만이다. 이 회사는 지난해 매출 528억원을 올렸다. 오픈마켓에 입점하지 않고 자체 쇼핑몰에서만 올린 실적이다.

지난해 9월 서울 마포구 상수동에 플래그십스토어도 냈다. 박 대표는 “오프라인에서 옷을 입어보고 주문하고 싶다는 소비자들의 요청이 들어와 서울에 매장을 열었다”며 “중국과 대만 등 해외에서 찾아오는 소비자도 늘고 있다”고 말했다.

초기 육육걸즈의 10대 단골은 이제 20대 대학생이나 취업준비생이 됐다. 면접용 의상을 만들어 달라고 요청하는 20대 고객도 늘어났다. 이들을 위해 격식을 차릴 수 있는 ‘레이디라벨’ 상품군을 새로 내놨다.

박 대표는 앞으로도 의류 한 우물만 팔 계획이다. 그는 “가장 잘할 수 있는 의류사업에 집중해서 매출 1000억원에 도전해 보고 싶다”고 말했다.

■55사이즈 유래는

키 155㎝·가슴둘레 85㎝…80년대 평균 체형서 따와

여성 의류 사이즈의 연원은 1979년 공업진흥청(현 국가기술표준원)이 발표한 ‘1차 국민표준체위조사’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전국 성인남녀 1만7000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20대 여성의 평균 신장은 155㎝, 가슴둘레는 85㎝였다. 여기서 각 숫자의 끝자리를 모아 55사이즈를 ‘평균 체형’으로 분류했다.

키는 5㎝, 가슴둘레는 3㎝ 단위로 더 크거나 작은 사이즈를 66과 44로 정했다. 44사이즈는 키 150㎝, 가슴둘레 82㎝인 여성 옷이 되는 셈이다.

세월이 흘러 평균치가 바뀌었다. 국가기술표준원이 2015년 발표한 ‘제7차 한국인 인체치수조사사업’ 조사 결과에 따르면 대한민국 20대 여성 평균 키와 몸무게는 각각 160.9㎝, 55.1㎏이었다. 키 160㎝, 가슴둘레 88㎝에 맞춘 66사이즈가 16년 만에 여성 인체치수 평균이 됐다.

김기만 기자 mg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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