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교익 "백종원 뚱뚱하다는 건 비난 아냐..저격한 적 없다"[단독인터뷰 영상②]

고양=백상진 정지용 기자, 영상=김지애 기자, 고은비 인턴기자 2018. 10. 23.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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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 칼럼니스트 황교익씨가 지난 16일 국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최근 논란에 대해 말하고 있다.

“백종원 비난하거나 저격한 적 없다…방송 제작자 비판한 것”
“수요미식회 출연, 아무 지장 없다”

-백종원씨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최근에도 ‘뚱뚱한 아저씨가 설탕을 마구 뿌리면서’ 라는 말도 했는데.

그냥 성공한 외식사업가다. 몇 년 전이나 지금이나 하나도 바뀐 게 없다. 백종원씨 등장 이전부터 대한민국 음식이 달아지는 걸 지적했다. 단 음식은 달게 먹고 달지 않은 건 달지 않게 먹어야 음식 맛을 제대로 즐길 수 있다. 모든 음식이 달면 단 음식이 주는 즐거움을 제대로 느끼지 못한다.

음식이 점점 달게 변하는 것에 대한 비평을 하던 와중에 백종원씨가 예능프로그램 ‘마이 리틀 텔레비전’에서 설탕을 컵에 들고 쏟아부으면서 ‘괜찮다’고 했다. 문화 충격이었다. 설탕에 대한 경계심은 내 개인 하나에 대한 게 아니다. 모든 국가는 설탕에 대한 경계심을 국민들에게 교육한다. 공공보건과 관련이 있다.

백종원씨를 비난하거나 저격한 게 아니다. 방송 제작자를 비판한 거다. 백종원씨가 만약 설탕 퍼 넣었다고 하면 편집하면 된다. 외식업체 레시피가 원래 그렇다. 백종원씨 레시피만 문제가 아니다. 그러면 제작진이 저거 빼야 하는데 폭포수 CG까지 넣었다. 내가 지적하는 지점은 딱 그거다. 제작진이 문제라는 거다. 근데 사람들이 ‘백종원 저격’ 프레임을 만들었다. 백종원씨 저격한 적 없다. 그냥 우리나라에서 가장 성공한 외식사업가다. 대중의 성향을 아주 정확하게 읽는다. 거기에 대해 딴지 건 것 없다. 12종 막걸리 테이스팅도 제작진 편집 문제라고 했지 백종원씨 문제라고 하지 않았다.

백종원씨가 뚱뚱하다고 비난한 게 아니다. 신체 표현 자체가 비난이 될 수는 없다. 그걸 비난으로 인식한다면 내가 사과해야겠지만 그건 당사자의 문제다. 백종원씨가 나한테 뭔가 기분 나쁘다, 혐오발언이라고 한다면 사과하겠다. 하지만 본인의 문제다. 왜 당사자도 아닌데 거기에 논평하나. 백종원씨를 비난할 의사가 없다.”

-떡볶이 맛 없다고 하면서 떡볶이 광고를 찍은 것도 논란인데?

내가 떡볶이 먹지 말라 했나, 만능간장이나 라면을 먹지 말라고 했나. 프랜차이즈 커피 먹지말라고 했나. 그 음식을 품평했을 뿐이다. 그런데 광고한 게 뭐가 문제인가. 광고한다는 게 그 음식을 먹지 마라고 했다면 그 광고는 문제겠지만 맛 없다고 했을 뿐인데 그게 광고하고 무슨 관계가 있나.

-맛이 없다는 건 나는 먹지 않겠다는 거 아닌가?

난 맛 없어도 먹는다. 떡볶이도 먹고 라면도 먹는다. 맛 없는 걸 우리가 먹는다. 정크푸드가 정크푸드인지 모르고 먹나. 영양 균형이 안 맞는 자극적인 음식 햄버거 피자 떡볶이… 시민단체에서 정크푸드라고 한다. 우리는 ‘이거 안 먹어야 되는데…’ 이러면서 먹는다. 나도 똑같다. ‘떡볶이 먹어야 돼?’ 그러면서 먹는다. ‘라면 먹어야 돼?’ 하면서 먹는다. 자본주의 사회에선 내 입에 맞는 것만 먹는 사회가 아니다. 맛 없다는 음식을 광고한 행위가 뭐가 문제일까.

그는 또 “떡볶이 광고는 다른 광고와는 달랐다. 보통의 광고였다면 떡볶이 맛 없다고 하고 광고 찍는 순간 출연료의 몇 배 이상 손해배상을 물어야했겠지만 그렇지 않았다”면서 “프랜차이즈 식당에서 이름만 붙여 판매하고 수익을 일부 주겠다고 하길래 이걸 결식아동돕기에 쓰면 되겠다고 해서 성사된 것”이라고 해명했다.

-본인만 옳다고 하고 다른 비판을 받아들이려 하지 않는다는 지적이 있다.

“글쓰기 철학, 세상을 이렇게 보고 있다는 철학과 관련된 거다. 왜 너는 니가 하는 얘기를 단정적으로 하느냐는 건데… 내 말과 글에서는 ‘그렇게 생각이 되기도 하고요’ 이런 식으로 에둘러 쓰지 않는다. 내 문장 주어는 내 생각이면 ‘나는’이라고 붙인다. 이 문장법과 어법을 만들자고 생각한 건 오래됐다.

한국사회에서 글쟁이는 그 글에 대해 자기 책임을 회피하는 방식의 글쓰기를 한다. 글 쓰는 사람이 자신을 제3자화 한다. ‘필자는 이렇게 생각이 된다’ 필자 저자 기자 이런 식이다. 그 글에 대한 자기 입장이 아니라 제3자 누군가가 존재하는 것처럼 자기 인격을 빼낸다. 전 생애를 걸어서 책임지지 않는다. 책임을 온전히 지지 않기 위해 쓰는 글이 판을 친다.

글쟁이들이 가지고 있는 이 관습이 오래전부터 싫었다. 비겁해 보이고 무책임하다. 그래서 저라도 내가 말하는 것에 대한 전적인 책임을 지고 주장을 강화하는 방식으로 쓰겠다 그런 문장을 만들어 썼다. 내 글 문장 하나하나에 목숨을 건다.“

-수요미식회 출연 여부는?

“수요미식회는 내 입으로 얘기하기 곤란하다. 아무 지장이 없다고 얘기하겠다. 자본주의 사회에선 각자 다 일이 있다. 이 일을 못하게 되는 경우는 법을 위반한 경우, 심각한 비윤리적 행위를 하는 경우다. 방송에는 방송 제작가이드라인 윤리규정이 있다. 시스템과 원칙이란 게 존재한다. 기자도 윤리규정 있지 않나. 모든 일이 다 그렇다. 원칙과 시스템대로 돌아가는 거다.

내가 말한 내용으로 불법한 일이 있나, 비윤리적인 말이 있나, 근거 없는 게 있나 뭐가 문제일까. 왜 내가 방송출연하는 것을 걱정하며 일거리 떨어져나가는 걸 염려할까. 코미디 같지 않나.”

황씨는 총 3시간 넘게 진행된 인터뷰에서 ‘친일 논란’ ‘불고기 어원 논쟁’ ‘백종원씨 저격 논란’ 등에 대한 생각을 솔직하게 털어놨습니다. 국민일보는 장시간 계속된 인터뷰 분량을 감안해 이를 3회로 나눠 소개할 예정입니다.

고양=백상진 정지용 기자, 영상=김지애 기자, 고은비 인턴기자 shark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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