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거 채식 맞아?" 비건식당 직접 가보니..

2018. 10. 22. 1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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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라지는 채식식당 버거·떡볶이·고기까지?
건강식으로도 인기

"풀만 먹어?" 채식인들이라면 한 번쯤 들어봤을 말이다. 절반은 맞는 말이다. 모든 음식을 직접 해 먹는 것이 아니라면 동물에게 나온 어떤 것도 소비하지 않는 '비건'에게는 별다른 선택지가 없었다. 카페에서 마시는 모카라테에도 우유와 동물성 지방인 휘핑크림이 포함된다. 고기육수나 멸치육수를 주로 사용하는 한식도 방심할 수 없다. 비건 채식인들이 풀만 있는 샐러드를 먹는 것은 별다른 선택지가 없어서였다.

최근 서울을 중심으로 다양한 채식식당이 생기면서 채식인들의 외식 선택지도 다양해졌다. 늘어난 채식인구의 기호에 맞춰 요식업계가 변화하는 것이다. 한국채식연합에 따르면 국내 채식주의자는 전체 인구의 약 2%다. 채식의 단계가 많아 정확한 수치를 내기 어렵지만 약 150만 명으로 달할 것으로 추정한다. 채식 단계에 따라 기호를 맞춰주거나 달걀과 우유도 사용하지 않는 비건 전문식당도 여럿 등장했다. 채식인들 사이에서는 블로그나 SNS로 비건 음식점들이 입소문을 타고 있다.

◆ 비건 버거가 있는 비건 베이커리 '야미요밀'

지난 18일 점심시간을 조금 넘겨 서울 마포구 서교동에 위치한 '야미요밀'을 찾았다. 우유나 달걀도 사용하지 않고 빵을 굽는 비건 베이커리다. 입구부터 '8無 (달걀·우유·버터·GMO·백설탕·방부제·밀가루·화학 첨가제)'표지판이 반겼다. 문을 열자 보이는 꽤나 화려하게 생긴 빵들에 노우유·노버터라는 문구가 의심이 갔다.

[사진 = 류혜경 인턴기자]
야미요밀에서 가장 인기가 많은 것은 '버거메뉴'다. 고기가 들어있지 않아 샌드위치와 비슷할 것이라 생각하면 오산이다. 대표 메뉴인 '야미요밀스폐셜버거'는 매장에서 직접 만든 수제소스와 수제 '블랙빈패티'를 넣어 일반 햄버거와 비슷한 모습을 자랑한다. 지인을 따라 처음 방문했다는 이 모씨(60)는 스페셜버거를 맛본 뒤 "채식버거라고 했는데 패티가 있다"라며 "건강하고 담백한 맛이 난다"고 말했다.
야미요밀의 비건버거 [사진= 야미요밀 제공]
야미요밀의 김성미 대표는 "첫째가 아토피가 있어 다양한 건강식을 만들어 먹이다 건강한 디저트와 빵을 원하는 사람이 많다는 것을 알았다"며 "맛과 건강 둘 다 잡은 대중적인 비건베이커리를 만들고자 야미요밀을 열게 됐다"고 말했다.

소비층은 20대와 30대 여성들이 많다. 건강과 다이어트·신념을 위해 채식을 하거나 건강한 빵을 먹이기 위해 아이를 데려오는 부모다. 하지만 그저 맛있고 건강한 빵을 찾아 야미요밀을 찾는 소비자도 많다. 한 달에 1번 정도는 야미요밀을 방문한다는 류 모씨(30)는 "야미요밀의 제품은 맛도 있고 먹으면 속이 편하다"고 말했다. 빵을 고르던 한 커플도 "그냥 맛있어서 빵을 사러 왔다"고 말했다.

일반 소비자들의 입맛까지 사로잡은 비법은 일반베이커리와 비슷한 메뉴들이다. 노버터·노우유를 선언했지만 버터와 치즈가 있다. 식물성 두유와 오일로 만든 '채식버터'와 식물성 치즈와 견과류를 사용한 '채식치즈'다. 치즈가 올라간 '치즈구마'와 '크림빵'은 인기메뉴다. 이외에도 언뜻 보면 버터와 우유가 들어갔다고 생각할만한 메뉴가 많다.

전남에서 서울로 비건 음식점 투어를 왔다는 정강(가명)씨는 "건강을 위해 정크푸드를 끊고 채식을 한 지 2년이 됐는데 서울에 유명한 집들이 많아 날을 잡아서 올라왔다"며 "지방에는 채식음식점이 많이 없어 아쉽다"고 했다. 그는 야미요밀의 햄버거를 먹은 뒤 "맛이 아주 좋고 깔끔하다"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 "이게 채식이야?" 비건스테이크가 있는 '오세계향'

서울 종로구 인사동의 비건 식당 '오세계향'에서는 스테크를 판다. 정확히는 '고기대용제품'스테이크다. '불구이덮밥'부터 '채식짜장면'까지 식물성 단백질로 만들어진 '콩고기' 메뉴를 제공한다. 해산물도 곤약을 이용해 비슷한 식감을 구현했다. 이를 이용한 '채식짬뽕'도 인기다.

현미불구이쌈밥 [사진=오세계향 제공]
인사동에 자리 잡은 덕에 외국인 방문객이 많다. 채식을 하는 외국인들이 한국 음식을 맛볼 수 있기 때문이다. 김 모씨(25)는 "베지테리언인 외국인 친구가 한국을 방문해 데려왔는데 불고기 대신 불구이를 먹으며 매우 좋아했었다"고 말했다.

오세계향을 운영하는 베지푸드 이승섭 대표는 "일반 소비자에게 무조건 채식을 권할 수는 없어서 직접 고기대용제품을 만들어 채식의 문턱을 낮추고자 했다"며 "오세계향을 통해 채식의 두려움을 줄이고 채식 대중화에 힘쓰고 싶다"고 말했다. 오세계향에서는 직접 음식을 먹어본 뒤 식당 한 쪽에 마련된 코너에서 고기대용식품과 비건식품을 살 수 있다. 그는 "앞으로는 프랜차이즈를 위한 메뉴개발에 힘써 채식이지만 맛은 고기를 능가하는 제품을 만들겠다"고 했다.

◆ 채식이 밋밋하기만 하다고? NO'덕미가'

채식이지만 자극적인 음식을 찾고 싶을 때 갈 수 있는 곳도 있다. 서울 이화여대 앞에 있는 떡볶이 전문점 '덕미가'다. 일반 떡볶이를 파는 곳이지만 메뉴판에 있는 '채식떡볶이'를 넣으면서 채식인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채식떡볶이 메뉴를 개발한 덕미가의 사장은 "종교·신념·건강 다양한 이유로 채식떡볶이를 찾는 사람이 많은데 그들을 존중하고 싶다"며 채식떡볶이를 제공하는 이유를 밝혔다. 돼지를 먹지 않는 무슬림·동물과 환경 보호·다이어트나 질병을 이유로 채식하는 소비자를 위해 이전부터 제공하다가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메뉴판에 등장시켰다.

토마토떡볶이(왼)와 버섯채소떡볶이(오른)[사진= 성민씨 제공]
채식으로 즐길 수 있는 떡볶이는 '버섯채소떡볶이'와 '토마토떡볶이'다. 다시마와 채소로 우린 채수를 사용해 가장 철저한 채식을 하는 '비건'들도 즐길 수 있다. 동물성 기름으로 튀긴 라면대신 당면이나 쫄면을 넣는다. 주문을 받을 때부터 어느 정도까지 채식을 하는지 물어보며 그에 맞춰 재료를 넣어준다. 각기 다른 채식인들의 기호를 맞출 수 있는 것은 과거 불교와 채식을 공부했던 사장님의 경험 덕이다. 그는 "지인 중에 오신채도 먹지 않는 채식인들도 있고 관심이 있던 것이라 좀 더 본격적으로 해볼까 한다"고 말했다.

단골이라는 성민 씨(20)는 "평소에 친구들을 많이 데려가는데 항상 가기 전에 걱정하는 게 어묵이 빠지면 아무 맛도 안 나는 것을 우려하지만 먹어보면 다들 만족한다"며 "굳이 음식에 동물을 넣지 않아도 맛있을 수 있다는 것을 알게 해주는 집"이라고 말했다.

[디지털뉴스국 류혜경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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